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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에크발 H&M 코리아 지사장 - 사람에 대한 신뢰가 H&M의 성공 만들었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스웨덴의 H&M이다. 1990년대 패스트패션 열풍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성공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필립 에크발 H&M 코리아 지사장은 “직원이 발전하도록 돕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포브스가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2015’에서 28위를 차지한 이는 스웨덴의 거부 H&M 스테판 페르손(Stefan Persson) 회장이다. 패션기업 부문으로만 따지면 세계 1위다. H&M이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1947년 얼링 페르손이 헤네스(Hennes, 스웨덴어로 ‘그녀를 위해’라는 뜻)라는 이름의 여성의류 제조판매 업체를 설립하면서 H&M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8년 모리츠 위드포스 업체를 인수한 후 H&M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남성의류를 함께 판매하면서 현재의 패션기업을 완성했다. H&M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분 패스트패션 열풍 덕분이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SPA(제조소매업·자사의 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 유통하는 전문 소매점을 뜻한다)의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 2014년 현재 H&M은 55개국에 진출해 있고, 매장은 무려 3500여 개에 달한다. 직원수는 13만명을 넘어섰고, 글로벌 매출액은 21조5000억원에 이른다. H&M은 명실공히 스웨덴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H&M의 놀라운 점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장도 없다. 대신 850여 개의 공급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공급업체들은 엄격한 사회적·환경적 기준을 맞춰야 한다.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본업에만 집중하겠다는 H&M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 진출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


H&M은 2010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현재 22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COS매장 2곳과 H&M HOME도 선보였다. 한국 진출 4년 만에 1000억원을 돌파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성공신화를 이어가도록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필립 에크발(Filip Ekvall·33) 지사장이다. 2013년 8월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스웨덴,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에서 경력을 쌓은 후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에크발 지사장은 “한국에서의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늘 즐겁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30대 나이에도 해외 지사장을 맡을 수 있는 것은 H&M만의 기업 문화 때문이다. 그는 “H&M 정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We Believe in People’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H&M에 입사한 첫날부터 H&M의 직원으로서 책임감을 부여 받는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다른 기업과 공통적인 부분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라는 것과 성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M의 직급은 아주 단순하다. 스태프(Staff), 매니저(Manager)가 전부다. 에크발 지사장의 직급은 컨트리 매니저(Country Manager)다. 파트타이머와 정직원 사이에서도 월급이나 복지 혜택에 차이가 없다. 파트타이머로 일하던 고졸 직원이라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 H&M코리아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직원들이 많다. 파트타이머 판매사원으로 시작했던 직원이 머천다이저가 되고, 인사 담당자로 근무한 사례도 있다. “한국 직원 중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일본, 칠레, 미국, 스웨덴 본사 등에서 근무하기도 한다”고 에크발 지사장은 자랑했다. 필리핀과 대만에 H&M 매장이 오픈했을 때, 한국에서 일했던 판매사원과 매니저가 파견되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직원이 원한다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파트타이머도 차별 없는 기업 문화 자랑

에크발 지사장의 이력도 H&M의 문화를 대변한다. 그는 스웨덴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폴란드에서 머천다이저로 경력을 쌓았고, 프랑스에서 수석 머천다이저로 근무했다. 다시 폴란드로 건너간 후 에어리어 매니저, 세일즈 매니저를 거쳐 한국 지사장에 부임했다. “H&M은 업무 전환이나,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능력이 있으면 승진을 한다”고 했다.

“H&M이 직원의 발전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만 379개의 매장이 새로 오픈했고, 해마다 10~15%씩 매장을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 400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이런 성장은 불가능하다.”

2011년부터 H&M이 시행하고 있는 ‘H&M Incentive Program(HIP)’도 직원 중심의 문화를 보여준다. 페르손가가 기부한 1310억원을 기금으로 H&M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다. 이전 연도와 비교해 한 해 동안 늘어난 수익의 10%를 H&M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2014년 400억원 정도가 HIP에 기부됐고, 이 금액은 모든 직원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계획이다. 직책이나, 국가, 파트타이머 등 모든 직원이 차별없이 받는다. 만 62세가 되거나 10년 이상 근무하면 인센티브를 신청해서 받을 수 있다.

페르손 가문은 ‘The H&M Way’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게 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H&M을 ‘직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진정성과 존중, 겸손, 존엄성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직원에게 맞는 업무를 찾아주고, 일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에크발 지사장은 “나의 업무는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는 적합한 팀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라며 “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의 역할이다. 직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리더의 역할을 설명했다.

H&M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녹아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H&M은 이를 ‘7가지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고객에게 패션 제공 △책임감 있는 협력업체 선택 및 보상 △윤리적 기업 △스마트한 기후 변화 대응 △절감, 재생, 재활용 △천연 자원의 책임감 있는 사용 △지역 사회 강화 등이 7가지 약속이다. 눈에 띄는 것은 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H&M이 사용하는 전기의 27%는 재생 에너지원에서 얻고 있다. 2015년까지 이를 8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2013년 부터는 매장에서 탄소 배출량을 14% 감소시키는 노력까지 펼치고 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6호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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