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텍필립의 걸작들이 런던 사치 갤러리를 가득 메웠다. 시계 명가의 작품들은 그림보다 화려했고, 조각보다
섬세했다. 1839년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도전과 집념의 역사가 예술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네 번째 테마의 ‘ 무브먼트 룸’에서는 시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무브먼트들을 살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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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부터 열흘간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는 ‘파텍필립 시계 예술 대전(Patek Philippe Watch Art Grand Exhibition)’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무려 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전시가 열린 사치 갤러리는 유명한 예술품 수집가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설립한 컨템퍼러리 미술관이다. 초고가의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도 이곳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로 발돋움했을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이처럼 영국 현대미술의 판도를 바꿔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명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이 아닌 시계를 전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파텍필립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국제적인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파텍필립은 이와 비슷한 전시를 2012년 두바이, 2013년 독일 뮌헨에서도 개최한 바 있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한정판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도 런던을 모델로 한 5가지 한정판 시계를 선보여 시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 참가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파텍필립 제네바 박물관의 로열 타임피스 15점이 공개돼 파텍피립 컬렉션의 다양한 시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단 10일간의 전시를 위해 파텍필립은 전시장 지도와 함께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 또 런던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위해 영국의 상징인 팝 아트로 제작된 안내장으로 재미를 더했다.히스토리컬 룸, 로열 룸, 뮤지엄 룸, 갤러리 룸, 무브먼트 룸, 워치메이커 룸 등 5개 테마로 구성된 21개의 방에는 파텍필립의 시계 유산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2200㎡ 규모의 널찍한 공간에는 파텍필립의 모든 정서와 기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400개의 특별한 시계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파텍필립이란 브랜드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예술로 승화된 파텍필립의 걸작들
▎1. 전시장에 도착하자 관람객들에게 나눠 주는 안내장과 방마다 입장할 수 있는 전시용 패스. 팝 아트 형식으로 만든 안내장의 위트 있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 2.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시계들을 만날 수 있는 ‘로열 룸’. 당시 기술과 디자인이 오늘날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 3. 한 여성 관람객이 파텍필립 175주년 기념 시계인 ‘그랜드마스터 차임’을 감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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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관람은 1층 리셉션 데스크에서 안내장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30여 석으로 구성된 히스토리컬 룸이 첫 번째 테마다. 1839년 파텍필립이 탄생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이 영상으로 재현된다. 영화 속에서는 150년 전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파텍필립의 시계를 만들고 있었다.영화관을 지나면 ‘로열 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헝가리의 프란츠 요제프 1세, 스웨덴의 오스카르 2세가 소유했던 파텍필립 시계들을 만날 수 있다. 정교하게 디자인된 유리상자 안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시계들은 그 앞에 붙어 있는 번호에 맞춰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다. 오래된 왕들의 시계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더 놀라운 건 당시의 기술력이다. 흰색과 하늘색의 에나멜 작업과 다이아몬드 세팅은 최근에 한 것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정교했다. 디자인 역시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웠다.테마가 끝날 때마다 갤러리 안내원들은 ‘관람을 마쳤다’는 표시로 전시용 패스 옆쪽에 별 모양의 구멍을 뚫어줬다. 2층으로 올라가면 현재 파텍필립이 선보이고 있는 컬렉션을 모두 볼 수 있다. 문페이즈, 노틸러스, 칼라트라바 컬렉션부터 175주년 기념 시계인 ‘그랜드마스터 차임’까지 파텍필립의 걸작들이 총동원됐다. 특히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8년의 개발 기간과 2년의 제작 기간에 걸쳐 7개만 만들어진 작품이다. 32억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놀랍지 않다. 1700개의 손톱만한 부품들이 작은 공간 속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제 몫을 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파텍필립의 무한한 자신감. 네 번째 테마의 ‘무브먼트 룸’에는 워치메이커의 핵심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무브먼트들이 보란 듯이 전시돼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랜드마스터 차임이 전시된 방으로 가는 통로의 한쪽 벽면에는 ‘칼리버 300’ 시계의 디테일한 설계도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세계 최고의 시계를 만드는 최고의 브랜드다운 대범함과 여유로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런던(영국)=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