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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맞은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질주한 거인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다. 지난 20년 동안 줄곧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켰고, 자동차산업에 대한 기여와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독보적이다. 그의 리더십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를 마치고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트랙에 선 김효준 대표. 그는 “자동차를 파는 장사꾼이 아닌,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에 자신이 없으면 지금 철수하십시오. 하지만 다시 한국에 진출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분명 살아납니다. BMW가 사업을 지속한다면 고객의 신뢰감은 엄청날 것입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수입차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BMW그룹도 철수 혹은 축소를 계획했다. 당시 BMW코리아의 마케팅 담당 전무였던 김효준 대표는 자신과 회사의 운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독일 본사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경쟁사가 물러나는 지금이 기회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비용이 절감되므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MW그룹은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뒤이어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30배 성장하면서 지난해 19만6359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14%다. 1995년 한국 진출 당시 판매대수 714대에 불과했던 BMW코리아도 그 사이 급성장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2만대(2011년), 3만대(2012년) 판매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엔 4만대(BMW, MINI 포함 4만6746대)를 넘어섰다. BMW그룹 현지법인 중 중국, 미국, 독일 등에 이어 8위에 올랐다. 판매량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져 지난해 수입차 최초 매출 2조(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 570억원) 시대를 열었다. 올 상반기에도 BMW와 MINI를 2만7859대 팔며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801대 보다 22%나 성장했다.

혁신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김효준 대표의 리더십을 성공의 원동력으로 평가한다. 그는 독일차 브랜드 중 유일한 한국인 CEO로 BMW코리아 20년 역사와 함께 했다. 1995년 BMW코리아 출범 당시 재무담당 상무로 합류해 1997년 부사장,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사장 취임 당시 1626대에 불과했던 BMW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4만174대로 급성장했다. 2013년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BMW그룹 수석 부사장에 선임됐다. 수석 부사장은 8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BMW의 현지법인 대표 중 가장 높은 지위다.


김 대표는 최근 발간한 BMW코리아 20년 사사(社史)에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3P’를 꼽았다. 프로덕트(Product), 피플(People), 파트너(Partner)다. 이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생산·판매자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고객과 시장이 중심이 되는 문화로 바꾸었다.

BMW는 그동안 세단뿐 아니라 고성능 로드스터, 스포츠카(SAV), 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2004년에는 롤스로이스를, 2005년에는 MINI를 투입했다.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업계가 시련을 겪을 때도 김 대표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디젤 세단 라인업을 강화했고 쿠페와 해치백 등 비인기 차종으로 분류되던 모델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대형차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역피라미드 모양의 수입차 시장 구조가 중형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지속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베스트셀링 차량 520d 론칭도 그의 작품이다.

고객서비스 프로그램에서도 BMW코리아는 차별화를 꾀했다. 김 대표는 100인의 고객평가단이 전시장 대응부터 AS까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BMW 고객 서비스 평가단 백서’, 수리비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인보이스 핫라인’, 수리기간 동안 차를 무료로 빌려주는 ‘대차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파트너와의 관계도 중시했다. 그는 현지법인에 대한 평가 항목에 ‘딜러사의 수익성’을 추가해 달라고 독일 본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BMW그룹 본사나 국내 수입차업계가 김 대표를 신뢰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그의 경영 전략 때문이다. 2006년부터 9년간 BMW그룹의 수장이었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전 회장은 “‘HJ(김효준 대표 영문 이니셜)’는 항상 경쟁자들보다 앞서 달려가는 CEO”라는 말을 자주 한다. 김 대표는 이를 ‘일관성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에서 “BMW코리아의 장점은 15년 동안 자리를 지킨 대표가 있고 그 대표가 15년 동안 본사에 일관된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것”이라며 “2년마다 본사에서 파견된 사장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수백억 원 영업 이익을 내도 기부금 한 푼 내지 않는 수입차 회사에 대한 질타가 여전하지만 BMW코리아는 다르다. BMW코리아 미래재단, BMW 학술상, 산학 협력과 후원 등을 통해 교육과 문화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가장 먼저 10억원의 성금을 쾌척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1년 출범한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BMW 그룹 해외법인 중 유일한 공익재단이다.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8월 개장한 BMW 드라이빙센터는 국내 산업 지원과 자동차 문화 조성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브 트랙과 브랜드 체험관, 주니어캠퍼스, 체육공원, 레스토랑과 세일즈 교육센터가 들어선 일종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해 BMW R&D센터를 설립한다”며 “우선 하반기에 국내의 맵 데이터 회사와 손잡고 새로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7시리즈로 브랜드 가치 가속

김 대표는 여전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고 있다. 최근엔 전기차 i3 같은 미래 성장 엔진 확보에 주력하며 상용화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조성에도 나섰다. 그는 “‘한국엔 전기차 수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그 누구도 시작하지 않게 되고 결국 차세대 스마트 카 시장에서 뒤처지게 된다”며 “하지만 누구든 먼저 전기차를 도입하고 시장을 형성하면 현대차나 기아차,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자극받아 같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가을엔 BMW 뉴 7시리즈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표를 맡은 후 본사에 말했던 첫 번째 약속은 대한민국 고객이 BMW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라며 “20년을 맞아 그 때의 첫 결심을 되새기며 이제 미래로 간다”고 말했다. “BMW코리아가 추구하는 철학은 ‘지속 가능성’ ‘고객 만족’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기준이 되고자 합니다.” 판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포부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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