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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영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 

은퇴없는 인생 살려면 ‘5T’ 분야 전문가 되라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직업이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인 경제리더가 있다. 수의사를 마다하고 제약업계에 투신해 현재는 글로벌 서치펌 한국 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태영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수의대 출신 강태영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글로벌 기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15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도료 전문기업 H사가 2000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한국법인 대표는 늘 외국인 차지였지만 2015년 1월 처음으로 한국인 C씨가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다국적 기업의 지사장은 대부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자이기 마련이지만 C씨는 예외적으로 포스코 ICT, 효성중공업,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 경력만 있었다. C씨가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서치펌(보통 헤드헌팅 회사를 지칭)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 서치펌은 C씨가 국내 대기업에 있을 때 올린 성과와 능숙한 외국어 실력을 내세워 지사장 자리에 적합한 인재라고 강조 했던 것. C씨를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 영전시킨 서치펌이 바로 스탠튼체이스(Stanton Chase) 코리아다. 강태영(54)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은 “국내 기업에서만 근무한 경력자가 외국계 회사 지사장을 맡게 된 것은 좀 색다른 케이스다. 근무했던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는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스탠튼체이스 코리아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의 임원급 및 고급 전문인력을 소개해주는 서치펌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1990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설립된 스탠튼체이스는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임원급 및 고급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서치펌 회사다. 세계 46개 나라에 72개 지사가 설립되어 있다. 1997년 한국 지사가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1600여 명의 중역을 500여 개 외국계 기업에 이직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유수한 서치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 지사장은 “아시아에서 한국 지사가 일본 지사보다 매출액이 더 높다”고 자랑했다. “채용 시장은 일본이 훨씬 크지만, 한국 지사의 영업력이 훨씬 액티브하다”고 덧붙였다.

‘시알리스’ 한국 론칭으로 이름 알려

강 지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원래 전공과 현재 하는 서치펌 일이 전혀 매칭이 안된다. “지사장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업이 완전히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 그는 전북대학교 수의과 대학을 졸업했다. 전공을 살려 수의사로 일하는 대신 제약회사에 취직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아내도 수의사”란다. 부부가 함께 수의사로 일하는 것보다 자신이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강 지사장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회사인 릴리사의 마케팅 매니저로 취직했다. 전공도 살리고, 새로운 일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미국 본사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할 때 시알리스 론칭을 옆에서 지켜보게 됐다. 이 경험이 도움이 되어 한국릴리제약의 영업 및 마케팅 이사로 컴백했다. 릴리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도 시알리스 론칭을 해야 했는데, 때마침 미국에 있던 그가 적임자였던 것. 그는 회사의 기대대로 한국에 시알리스가 론칭될 때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제약업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그 때다. 강 지사장은 “한국에서 시알리스 론칭이 성공하면서 서치펌이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국적 기업들이 그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2004년, 그는 18년간 근무한 릴리사를 떠나 글로벌 제약회사인 한국엘러간 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한다. 40대의 한창 나이에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을 맡게된 것. “그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 지사장만 맡게 돼서 ‘직업이 지사장이냐?’는 농담도 듣는다”며 강 지사장은 웃었다. 그의 말대로 2007년 바이오폴 대표이사, 2008년 칼 자이스비전 한국지사장을 거쳐 2011년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까지 외국계 기업 지사장을 맡아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이 되려면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영어 능력이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니까 마케팅과 영업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내 능력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 하나 변한 것은 시대의 트렌드를 알게 된 것이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덕분에 ‘글로벌 CEO클럽’(GCC) 초대 회장을 맡았고, 서울대·경희대·헬싱키대 등의 학교에서 MBA 강연을 했다. 주로 ‘미래의 유망 직업’이라는 주제로 하는데, 한국 젊은이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See, out of the country!’라고 강조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라는 조언이다. “앞으로 국경의 개념은 점점 없어지고, 기업의 개념이 강해질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문화를 배워야 해외로 나갈 수 있다. 해외로 나가야만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고 강 지사장은 강조했다. “한국의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다국적 기업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엔지니어로 살아야 경쟁력 생긴다

미래의 취업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만한 분야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강 지사장은 ‘5T’를 꼽는다. ▶IT(정보 통신) ▶NT(나노 기술) ▶BT(생명공학) ▶ET(환경기술) ▶ST(우주·항공기술)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가야 할 길은 5T 분야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지사장은 100세 시대에 은퇴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도 5T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쉽게 말해 문사철(文史哲)의 전통적인 인문학보다는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야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 “공과대학을 나오면 CEO에 이어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까지 할 수 있다. 60세 이상까지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사철 출신은 50대가 되면 갈 곳이 없다”고 강 지사장은 설명했다.

강 지사장의 눈에 비친 한국 기업은 선제적인 변화가 늦다는 게 단점이다. 그는 한국기업이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기업은 사람을 볼 때 과거의 경력과 성과를 본다. 한국 기업은 학벌을 많이 본다. 능력이 아닌 학연과 지연을 중요하게 보는 문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강 지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인재를 구하는 것도 글로벌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돈이 많이 들어도 좋은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조언이다.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해외에서 능력있는 인재를 빨리 스카우트해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는 게 한국 기업의 살 길”이라고 강 지사장은 단언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PROFILE : 전북대 수의과 대학 졸업. 헬싱키 경영경제대학원(MBA) 전공, 1986년~2004년 한국릴리제약 영업 및 마케팅 이사, 2004년~2007년 한국엘러간 지사장, 2007년 바이오폴 주식회사 대표이사, 2008년~2011년 칼 자이스비전 코리아 지사장, 2011년~현재 스탠튼체이스 코리아 지사장, 초대 주한글로벌기업 경영자총협회(KOFFEN CEO Club) 회장.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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