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폴 바셋 키운 석재원 엠즈씨드 대표 

생명을 꽃 피우는 씨앗 같은 기업 만든다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고급 커피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의 최근 성장세가 눈부시다. “최고급 생두와 로스팅 기법을 통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으로 승부하겠다”는 석재원 대표의 의지가 폴 바셋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9년 론칭한 폴 바셋의 가파른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석재원 대표. 최근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고품질·중가격’ 전략으로 선두 업체들과 본격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174~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숫자는 4만8000여개, 시장 규모는 1조6000억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근 선전이 돋보이는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이 폴 바셋이다.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폴 바셋(Paul Bassett)과 매일유업이 손잡고 2009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브랜드다.

차별화 전략으로 지속 성장

신선한 원두 본연의 맛과 향에 집중한 뛰어난 품질에다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상하목장 밀크 아이스크림으로 대변되는 독창적인 프리미엄 메뉴로 차별화에 성공한 폴 바셋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지 3년 만에 연매출 97억원을 달성했고, 2014년에는 전년 대비 57.5% 수직 상승한 2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86.1% 증가한 510억원. 2015년 8월 현재 60호점을 운영 중이며, 올해 말까지 10여 곳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200호점과 17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폴 바셋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석재원 대표는 “세계적인 바리스타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담긴 스페셜티 커피가 폴 바셋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폴 바셋의 커피 철학은 진정성이 담겨 있는 ‘한 잔의 완벽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 세계 생산량 7% 이하의 생두를 엄선하고, 로스팅된 지 4~8일 사이의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만듭니다. 부드럽게 입안에 감기는 진한 맛이 뛰어난 룽고(lungo)를 비롯해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 커피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는 폴 바셋만의 커피 철학이 담겨있는 대표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석 대표는 서울 한남동 폴 바셋 커피 스테이션에서 브랜드 가치경영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커피 가격을 최대 20%까지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강조되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 너도나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올리는 시점에서 폴 바셋의 가격 인하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석 대표는 “특정 통신사의 할인 혜택이 종료되면서 고객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폴 바셋은 경쟁사들에 비해 전체적인 투자비용이 높은 편이죠. 최상급의 원료를 사용하고, 전문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매장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매일유업의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똑같은 커피가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 비전을 갖고 추진하고 있어요.”

석 대표는 품질 경영을 위해 점진적으로 매장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규모보다 내실, 속도보다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고객들이 국내 어떤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동일한 맛과 품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석 대표는 “커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장은 전부 직영점으로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계획대로 성장이 이루어지면 1100여 명의 바리스타를 추가적으로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 저변 위해 힘쓸 터

국내 농과대학의 요람인 건국대학교 낙농학과를 졸업한 석 대표는 1976년생으로 올해 만 39세다. 매출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일유업의 계열사 대표치고는 비교적 젊은 나이다. 2001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기획실에서 원유수급과 생산관리 업무를 시작으로 영업, 마케팅, 국제사업본부를 돌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2010년에는 회사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했고, 4년 전인 2011년부터 매일유업의 신규 브랜드인 폴 바셋 팀장을 맡았다.

“당시 매일유업은 연거푸 외식사업에서 쓴맛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카타 타츠미’, ‘만텐보시’, ‘정’, ‘달’ 등 야심차게 준비한 식당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잇달아 문을 닫았어요. 폴 바셋도 매장을 늘리지 못하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죠.” 석 대표는 그때부터 커피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커피 클래스를 찾아가고 책도 누구보다 많이 읽었다.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석 대표의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가 사업을 맡기 전 2개에 불과했던 매장은 60개로 늘었고 매출은 2010년 15억원에서 지난해 274억원으로 18배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매일유업은 폴 바셋을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2013년 자회사 엠즈씨드를 만들었고, 당시 입사 13년차였던 석재원 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어린 나이에 CEO가 된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면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커피 고유의 맛을 즐기려는 시대 흐름과도 맞아떨어졌고 능력 있는 직원들을 만난 것도 그렇고요.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순간의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석 대표의 명함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엠즈씨드(m’s seed)의 사명(社名)은 Maeil의 m’s와 생두(원두를 볶기 전 상태)의 seed가 연결된 것으로, 씨앗(seed)의 생명력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

“커피는 저에게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앞으로 엠즈씨드를 생명을 꽃 피우는 씨앗 같은 기업, 모두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회사, 정직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9호 (2015.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