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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황희승 잡플래닛 공동대표 

대기업 임원들의 눈을 사로잡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한국의 구인구직 시장에 큰 이슈를 몰고 온 잡플래닛의 윤신근·황희승 공동대표가 잡플래닛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해외 진출 채비를 갖췄고,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에서 만나 10여 년 동안 함께 일해온 황희승(왼쪽)·윤신근 공동대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에모리대학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바퀴벌레와 쥐가 나오는 방에서 함께 살았다. 그들이 살던 초라한 방 너머에는 수영장이 달린 저택이 있었다. 술을 먹으면서 “언제 저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20대 청년 두 명은 학비를 걱정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여느 유학생과 비슷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야했고, 두 사람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학 졸업장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찾아 나섰다. 창업이었다.

2009년 평범했던 20대 청년 두 사람은 스타트업 창업가로 나섰다. 일반인들의 삶에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 시작했던 스타트업 베스트플레이스는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을 눈여겨본 글로벌 스타트업 로켓인터넷 창업자 올리버 샘버 회장은 두 사람에게 한국 지사장 역할을 맡겼다. 두 사람은 해외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전역을 누비기도 했다. “20대의 나이에 경험하기 힘든 일을 해본 것이 지금 우리의 자산”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후 소셜 커머스 ‘그루폰 코리아’ 숙박 중계 서비스 ‘윔두’, 콜택시 앱 ‘이지택시’ 등을 론칭했다. 한국의 스타트업계는 두 20대 청년의 성공에 환호했다.

기업 내부 사람에게 기업 평가 맡겨


하지만 두 청년은 안주하지 않았다. “우리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 다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것. 2013년 1월 브레인커머스(아이디어를 팔자라는 뜻)를 창업했고, 드디어 2014년 4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서비스를 내놓았다. 한국의 구인구직 시장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평가받는 잡플래닛(Jobplanet, 직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생태계로 커나가겠다는 뜻)이 두 사람이 세상에 선보인 서비스였다. 브레인커머스 공동창업자 윤신근(32)·황희승(32) 공동대표의 짧지만 굵직한 삶이다. “잡플래닛은 시대적인 흐름을 잘 탄 것 같다”며 황 공동대표는 웃었다.

그동안 구인구직 서비스는 정보의 비대칭이 심했다. 기업 정보가 너무 부실했던 것이 문제였다. 기업 문화가 어떤지,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를 구직자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대신 기업이 제공해준 피상적인 정보만을 보고 직장을 알아봐야 했다. 잡플래닛은 역발상으로 성공을 거뒀다. 기업에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임직원이 솔직한 내부 평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한 것.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비스다. 황 공동대표는 “그루폰 코리아를 맡고 있을 때 수백 명의 직원을 데리고 일했다. 실력이 좋은 이들을 높은 연봉을 주고 회사에 스카우트해도 나가는 사람이 있더라.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했는데, 회사 분위기와 환경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면 그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윤 공동대표는 “연봉이나 기업문화, 면접 문화 등의 알짜 정보를 우리 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 주효했다.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를 끈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업의 내밀한 문화는 바깥에서 알기 어려웠다. 내부에서 일하는 임직원도 지인과의 술자리에서나 기업 문화를 이야기할 뿐, 공개적인 서비스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금기시했다. 윤신근·황희승 공동대표는 시대의 변화를 포착했다. 판만 깔아주면 기업 내부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것이라고 믿었다.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서 잡플래닛 서비스를 내놓기 전 먼저 기업의 콘텐트를 모았다. 6개월 동안 잡플래닛 임직원들은 지인 인터뷰, 길거리 설문조사, 서베이 기관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콘텐트를 만들었다. 2014년 4월 서비스 개시 이후 기업에 대한 리뷰와 정보 게시글이 매월 두 배로 뛰기 시작했다. 2015년 6월 현재, 매달 잡플래닛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300만명, 매일 2000건 이상의 리뷰가 등록된다. 2만7000개 기업에 대한 45만건의 정보가 등록됐다. “2만7000개 기업은 직원 100명 이상 기업의 95%를 커버하는 숫자”라고 황 공동대표는 자랑했다. 심지어 청와대에 대한 리뷰도 잡플래닛에 있을 정도다.

“기업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윤 공동대표는 “사용자들에게 기업 정보의 팩트를 체크하는데, 지금까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보 리뷰의 신뢰 여부는 사용자들에게 확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다. 사용자들이 잡플래닛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자신이 다니는 기업 정보를 찾아보게 되는데, 그 내용이 정확하니까 신뢰를 많이 하는 것이다”고 윤 공동대표는 덧붙였다. 잡플래닛 내부에서도 직원과 자체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리뷰를 철저하게 검수하게 된다. 부적절한 언어 사용, 특정 인물 지칭, 기업 비밀 등이 리뷰에 담겨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체크하는 것이다.

잡플래닛에 올라온 기업 관련 리뷰를 모두 보려면 사용자는 자신의 회사에 대한 리뷰를 올려야만 한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등 5개 영역에서 별점으로 평가하고, 여기에 기업의 장점과 단점, 경영진에 바라는 점 등 3가지를 서술형으로 작성해야 한다. 연봉과 입사 면접 경험도 적을 수 있다.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통해 기업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황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대기업 임원도 평판 관리 방법 문의

다방면으로 기업 리뷰의 신뢰성을 높인 덕분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임원들은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에 민감해한다. 잡플래닛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황 공동대표는 “시대가 많이 바뀐 탓인지, 항의 전화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자료를 받으려는 기업이 훨씬 많다”며 웃었다. “우리에게 컨설팅을 의뢰해서 기업에 좋은 문화를 이식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곳도 있다. 기업의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곳에서는 우리에게 컨설팅을 원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평판관리를 물어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잡플래닛의 성공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2014년 6월, 2015년 1월 알토스벤처스·퀄컴·본엔젤스·더벤처스 등의 벤처캐피털이 103억원을 투자했다. 아직까지 수익 모델이 전혀 없는 서비스임에도 VC가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은 미래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잡플래닛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인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로켓인터넷 한국지사 공동대표를 지냈던 두 사람을 포함해 그루폰코리아에서 최연소 C레벨에 오른 김지예 이사, 미항공우주국 출신의 중국계 미국인 제프 챈(Jeff Chan)이 개발 이사로 잡플래닛에서 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출신, 카이스트 출신 등 업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인재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윤 공동대표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면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를 공유한다. 인재를 모으는 일이 스타트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며 웃었다. 연락처를 모르는 인재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약속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5명으로 시작했던 브레인커머스는 현재 64명으로 늘어났다.

잡플래닛이 선보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잡플래닛을 통해 나오는 매출은 거의 없다. 6월부터 구인을 위한 기업의 등록을 받고 있지만, 등록비를 받지 않고 있다.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지도 않는다. 아무런 수익 구조가 없는 상황이다. 윤신근·황희승 공동대표는 “우선은 잡플래닛이 일상에 녹아들고, 대체재가 없을 때 유료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구인구직 시장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의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오히려 “경쟁보다는 협업을 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윤신근·황희승 공동대표는 ‘잡플래닛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게 첫 번째 도전이다. “올해 말까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대만·브라질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고 황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동남아 구인구직 시장 규모는 한국의 5배나 된다.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곳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잡플래닛 동남아 서비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다. 로켓인터넷 한국지사를 맡고 있을 때 동남아시아 지사 설립을 위해 뛰었던 경험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잡플래닛의 또 다른 중요한 프로젝트가 9월에 선보일 계획이다.

잡플래닛은 기업의 내밀한 문화를 세상에 공개한 창문 역할을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잡플래닛 문화는 어떤가?”라는 궁금증을 던졌다. 황 공동대표는 “잡플래닛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해보니 임직원들은 업무만족도가 높을 때 점수를 많이 준다는 것을 알았다. 잡플래닛을 업무 만족도가 높은 스타트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웃었다. “출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게 우리 목표다”고 윤 공동대표가 거들었다. 매월 월급 외에 10만원 식비 제공, 직계가족까지 의료실비 회사 부담, 회사 부근 마트 물건구입비는 회사 결제,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야근 없는 문화를 만드는 이유다.

“처음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지금은 서로를 알기 때문에 싸울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부다. 10여 년을 함께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친구 이상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여줄 잡플래닛의 미래가 더 궁금해진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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