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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지사장 

‘셋업 전문가’의 성공 비결은 ‘70%룰’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세계적인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 제공 업체인 아크로니스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한국에서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셋업 전문가’로 불리는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초대 지사장의 탁월한 경영능력 덕분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해 아크로니스 본사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서호익 아크로니스코리아 지사장.
2010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백업, 복구 및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아크로니스가 한국에서 고속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크로니스는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9개 나라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중 아크로니스코리아는 매년 25%씩 성장 중이다. 한국만큼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아시아 지사는 없다. 삼성, LG,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과 유통, 중공업, 병원, 교육기관 등 3000여 고객사가 아크로니스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큰 일본에서도 거두지 못한 성적을 아크로니스코리아가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크로니스 본사가 한국 지사의 성장세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낸 것은 서호익(46) 아크로니스코리아 지사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 때문이다. 서 지사장은 “매 분기마다 한국지사가 톱 컨트리 어워드 상을 받고 있다”며 자랑했다. 한국 지사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아크로니스 본사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국 시장에서 백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은 시만텍, HP 등이 있다. 이들 경쟁사를 제치고 아크로니스코리아가 꾸준하게 성장을 이어나가는 이유를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서 지사장은 설명했다. “본사 정책에 의해 가격을 높여야 할 때가 있는데, 국내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 조정을 요청한다. 규정 때문에 한국에서만 가격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따로 제안서를 만들고 싱가포르에 가서 직접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설득했다. 이런 노력이 한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아크로니스코리아 설립 이후 4개의 신제품이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권장소비자 가격이 5%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았다. 서 지사장 덕분이다.

소통의 리더십으로 고속성장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는 아크로니스의 대표 솔루션이다. 윈도우와 리눅스 서버를 위한 복구 솔루션으로 2002년 출시 된 이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교육기관 등이 사용하는 엔터프라이즈 제품과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컨슈머 제품으로 나뉜다. 아크로니스 솔루션의 가격은 5만원부터 200만원까지 다양하다. 아크로니스는 2006년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후다. 이런 성공의 노하우가 무엇일까. 서 지사장은 “70%의 룰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70%의 룰은 목표치의 70%를 말한다. 매 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70%는 모든 임직원이 이뤄야 할 것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30% 목표는 리더의 몫으로 둔다. 30%의 목표를 채우는 것은 지사장의 리더십에서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0%의 목표가 채워질 수 있다. 리더는 직원과 소통하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서 지사장은 소통의 리더십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다.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모든 임직원과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여긴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직원들과 공유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도 대표 방 문을 열고 들어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졌다.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모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영 철학이다”라고 서 지사장은 강조했다. 기업 내부의 정보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한 이후, 임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문화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서 지사장이 소통을 중요하게 내세운 것은 그동안 다양한 기업을 경험한 덕분이다. 서 지사장은 업계에서 ‘셋업(setup, 설립의 뜻)’ 전문가로 불린다.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한다. 1993년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첫 직장은 한국P&G 헤어케어 제품 사업부서였다. 한국P&G가 처음 설립을 준비할 때였다. 당시 지사가 설립되어 있던 일본에 교육을 받으러 갈 정도로 한국P&G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의 신규 공장 설립과 제품 공급 기획, 사업 기획 조정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곳에서 서 지사장은 리조이스, 팬틴, 비달사순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이곳에서 얻은 경험이 내 경영 철학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서 지사장은 설명했다. 한국P&G는 리더가 직원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임직원이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있었다.

오라클 본사도 인정한 ERP 매니저


새로운 인생계획을 세우고 한국P&G를 나왔을 때, 1996년 한국오라클에서 그를 바로 스카우트했다. “전 직장에서 추천서를 받아서 제출했더니 다들 나를 신기해 했던 게 기억난다. 당시 직장을 옮길 때 추천서를 받아서 제출하는 문화가 생소했던 때”라고 서 지사장은 회고했다. 한국P&G에서 그가 이룬 성과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오라클은 서호익이라는 이름을 IT 업계에 알린 곳이다. 대단한 성과를 이뤄 냈기 때문이다. 서 지사장은 당시 ERP(전사적 자원 관리, 기업 경영 및 관리에 관한 업무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매니저로 일했다. 오라클은 당시 ERP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던 때라, 전문가들에게도 ERP는 낯선 단어였다. “가장 시급한 것이 ERP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서 지사장은 회고했다. ERP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리포트를 계속 발표했다. “ERP 붐이 불면서 많은 석·박사가 내 자료를 인용했다”고 자랑할 정도다. 당시 서 지사장은 ‘Oracle ERP Solutions’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2년 만에 매출액을 10억원에서 300억원 규모로 키웠다. 이렇게해서 한국오라클에 처음 합류했을 때 10여 명에 불과했던 컨설팅 조직은 2년 만에 250명으로 늘었다. 오라클 본사는 그에게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어워드’를 수여했다. “ERP 솔루션 시장에서 1위를 했는데, 그때가 가장 짜릿했다”고 서 지사장은 자랑했다. 이와 함께 교수들과 손을 잡고 한국오라클에 교육프로그램인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운용하기도 했다.

한국오라클에서 그는 주목받는 매니저 였다. 하지만 4년 만에 퇴사했다. “회사 내에 원치 않는 분위기가 생겼다. 버틸까 말까하다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나왔다.”

2000년 그를 찾은 곳은 세계적인 투자 회사 JP MORGAN이 투자한 홍콩계 투자자문회사 포맷플러스였다. 그는 여기서도 셋업맨 역할을 맡았다. 벤처 기업 투자 및 컨설팅, 인수 및 합병 등의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가 운영한 자본금은 1000억 원이나 됐다. 2003년 포맷플러스를 나와 그가 합류한 곳은 한글과컴퓨터. 그가 맡은 역할은 마케팅 그룹장이었다. 이곳에서도 신규 사업 전반의 매출을 분석하고 관리해야 했고, 한글과컴퓨터 제품과 솔루션 마케팅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곳에서 셋업의 역할을 마치고, 필리핀항공코리아 전략IT사업실장을 거쳐 2008년 아크로니스 아시아 마케팅/채널담당 상무로 합류했다.

2010년 아크로니스코리아 설립도 당연히 서 지사장의 몫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셋업의 역할을 계속한 것. “왜 맨날 셋업만 하게 되나 싶다가도 그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즐기는 일이기도 하다”며 서 지사장은 웃었다.

셋업 전문가로 일하면서 한국기업과 외국계기업의 문화를 다 접해본 것도 그의 장점이다. 그가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동안 경험했던 기업 문화 때문이다. 국내 기업을 다니면서 소통의 부재가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서 지사장은 아크로니스코리아 지사장으로 5년 동안 지냈다. 서 지사장은 “요즘 몸이 근질근질하다”며 웃었다. 그의 웃음은 조직의 안정화를 이뤄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셋업 전문가의 근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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