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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 

달러 강세는 ‘필수’ ... 엔화 강세는 ‘선택’ 

김영문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외화예금에 대한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엔화의 경우 실질실효 환율이 최근 30년간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 한편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외화 이번에 한번 투자해볼까?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외환 시장에서 20년 근무 경력을 가진 외환전문가다.
올해 여름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계획하던 방석주(41·서울시 강남구)씨. 며칠 전 은행을 방문해 엔화 환율을 보고 놀랐다. 100엔당 890원이 찍혀있었다. 수일 뒤 900원대로 다시 오르기는 했지만 2012년 1400원대였던 환율 생각이 났다. 며칠 뒤 방 씨는 200만 엔 규모의 엔화예금을 가입했다. 주변에서 “차라리 달러를 사지 엔화를 샀느냐?”며 방 씨를 의아해했다. 하지만 방 씨는 엔화 가치가 저점이라는 데 확신을 두고 엔화예금에 더 투자할 계획이다.

방 씨처럼 외화예금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엔화의 경우 실질실효 환율이 최근 30년간 최저치로 떨어지자 미리 사두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지난 6월 11일 언론을 통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엔화 가치가 상당히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 발언 덕분에 시중은행 PB들은 엔화예금에 대해 묻는 전화에 온종일 시달려야 했다. 그만큼 사상 첫 1% 기준금리 시대를 타개할 방법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외화예금에 주목하고 있다. 하반기 외환 투자는 어떨까? 지난 7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 잡은 ‘삼성선물’ 정미영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정 센터장은 외환 시장에서 20년을 근무한 외환전문가로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을 미리 짚어낸 보고서를 수차례 내 이상 징후를 미리 간파했던 고수다. 최근 일고 있는 외환 투자 열풍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조언을 부탁했다.

최근 엔화 투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우리가 직접 상품을 다루지는 않지만, 최근 많이 듣는 사례다. 일단 나쁘지는 않다. 엔화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확신을 한 점과 환율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이해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이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반드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투자하는 것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엔화 자체가 안전자산은 아니다. 순전히 자금 흐름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또 정책적인 요소에 좌우되는 통화라는 점을 명심하자.

엔화,‘저평가’관점에서 투자 유효

100엔당 800원대라면 상당히 낮은 수준 아닌가.

2005년에 100엔당 700원대였던 때도 있었다. 물론 2012년 1400원대였던 것도 기억한다. 업계에서는 1달러당 엔화 가치를 보는 ‘엔/달러 환율’을 많이 본다. 과거보다 50% 이상 절하된 엔/달러 환율 120엔대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과거보다 저평가인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엔화가치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보다 일본 금융당국의 정책적 의지가 좌우한다.

앞으로 엔화 가치가 크게 변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이 있나.

아까 말한대로 정책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현재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일본 기업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엔저 정책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실제 단가인하에 나서지 않았다는 소리다. 엔저 지속은 일본에도 부담된다. 모든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일본 입장에서 서민 고통을 수반하는 지금의 정책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다. 물론 세계 최대 채권국인 일본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자국 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특이한 나라다.


하반기 ‘대세 상승’은 미국 달러

외환 투자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역시 달러다. 안전자산이란 미국 달러 가치가 힘을 잃었을 때 파생되는 대체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선진국 중 유일하게 위기 상황을 정책적으로 극복하고, 정상으로 회귀하려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경기회복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달러가 그만큼 건재한 기축 통화라는 의미다. 그동안 유례없는 미국 경제 불안 덕에 안전자산이라 알고 있는 상품이나 화폐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상향’으로 오르는 달러의 거대한 흐름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점이다.

달러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다는 건가.

글로벌한 입장에서는 분명히 맞다. 달러를 대체하겠다고 한때 나섰던 중국도 최근 증시 급락에 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유럽은 또 어떤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까지 겪으며 진통을 앓고 있다. 유로화의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 됐다. 달러를 가진 미국의 헤게모니(지배력)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왜 ‘글로벌한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나.

달러 보유를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 실제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많은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국내사들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원화가 달러와 같이 움직이면서 큰 차익을 남기지 못한 탓이다. 분명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는 이어진다. 금리인상도 하반기 한 차례가 아니라 추후 수차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오르는 데 문제는 수출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 점점 비싸지는 달러가 계속 들어온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국내 외환 투자자 입장에서 짭짤하게 환차익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산 포트폴리오에 외환을 넣을 경우 조언한다면.

기본적으로 달러 자산을 늘려라. 작년 엔화의 경우 ‘저평가’됐다는 입장에서 일부 사는 것이 맞다. 변동성이 커 한번 오르면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확실히 당분간은 상승 추세를 탄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위안화 예금이다. 2003년부터 국내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예금은 인기 상품이었다. 금리를 3.5%까지 지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올해 말 만기가 다가오는 예금이 많은 내년에도 이 정도 금리를 담보한다면 인기를 이어갈 것 같다.

외화예금을 통해 얻는 수익, 쉽게 설명해달라.

실례를 들어보겠다. 과거 일본 자산운용사들이 외환을 포함한 투자 상품을 많이 내놨다. 일본 상당 기간 제로금리 상태였으니까 많은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배경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 달러예금이었다. 2000년대 말 호주 예금 금리는 7%에 육박했다. 일본 엔화로 투자해 환차손이 발생해도 금리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금리 추세라 보기 어렵다. 지금은 말 그대로 환차익이 발생해야 이익을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와 같이 큰 환차익, 한 번 더 노릴 수 있나.

세계 금융시장이 많은 위기를 거치면서 수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급격한 외환 변동에 많은 기업이 손해를 입었고, 이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잇따랐다. 대표적인 것이 환헤지(위험회피)다. 보험사의 경우 해외 투자해서 헤지를 100%해 환차손을 최소화한다. 그만큼 외환으로 큰돈을 벌겠다기보다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들이 마련되는 추세다.




정 센터장은 일반 투자자들이 외환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외환 투자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주요국 통화를 직접 또는 예금을 통해 사도 괜찮다. 특히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엔저·강달러’, 모두 비교적 기본 경제가 탄탄한 우리나라와 맞닿아 있다. 특히 달러가 지속해서 유입돼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강세를 띠게 될 것으로 보여 규모 있는 외환 투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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