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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 랩 시리즈 상무 

남성 그루밍 트렌드를 개척하다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랩 시리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탁월한 제품력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남성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다. 지난 20년간 척박한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을 개척해온 김병익 상무가 랩 시리즈의 성공을 주도하고 있다.

▎남성 브랜드 중 유일한 랩 시리즈만의 피부 측정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김병익 상무.
영국의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은 현재 약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로 향후 5년간 5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킨 하나면 그만이었던 남성 화장품 시장이 에센스, 세럼, 아이크림, 나이트크림, 마스크팩 등 여성 화장품 못지않게 세분화되면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과 뷰티에 관심 있는 남성들을 일컫는 ‘그루밍족’이라는 용어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남성들에게 화장품은 어느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됐다.

K-뷰티의 열풍을 타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신규 기업은 물론 타 업종에서 탄탄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진출까지 늘고 있다. 패션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정보통신, 식품 기업들까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브랜드가 바로 랩 시리즈다.

세계 최초의 남성전문 스킨케어 브랜드인 랩 시리즈는 에스티로더 그룹의 창립자인 에스티로더 여사가 남편과 아들을 위해 화장품을 만든 것에서 비롯됐다. 1986년 의사와 과학자, 남성피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랩 연구센터를 설립해 이듬해 랩 시리즈를 탄생시켰는데, 한국에는 1991년 진출했다.

랩 시리즈는 ‘스킨케어 제품은 사용이 간편하며 효과가 빠르고 분명해야 한다’는 모토 아래 네 가지 컬러 코드 시스템을 개발, 남성들이 보다 편리하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안, 면도, 트리트먼트, 보디 & 헤어 등의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남성들의 피부를 책임지고 있다.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브랜드


▎남성의 얼굴 윤곽을 눈에 띄게 개선해주는 안티에이징 리프팅 크림. 수분 공급, 주름 개선, 콜라겐 생성 등 5가지 기능으로 피부 노화를 늦춰준다.
랩 시리즈의 지속적인 성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병익 상무는 “현대 남성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랩 시리즈는 출발부터 철저하게 남성들을 포커스로 기획된 브랜드”라며 “여성 화장품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남성 라인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노하우와 제품력이 랩 시리즈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남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랩 시리즈는 성공한 남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오로지 남성 피부만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답게 지난 25년 동안 한국 남성 그루밍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남성 스킨케어에서는 유래가 없는 하이 테크놀로지 제품들을 통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죠.”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김 상무는 지난 20년 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을 개척해온 산증인이다. 1991년 효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5년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코리아(ELCA Korea Ltd)로 자리를 옮겨 세일즈와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러다 2004년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로 랩 시리즈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사실 한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랩 시리즈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김 상무는 “1991년 랩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남성화장품의 필요성이나 개념이 전혀 없었다”며 “브랜드 진출 초기부터 남성 제품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남성만을 위한 마케팅을 고수하며 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말했다. “랩 시리즈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화점 1층에 남성 단독매장을 연 브랜드입니다. 남성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피부 관리 노하우를 알려준 브랜드도 랩 시리즈였죠. 또 남성 브랜드 중 유일하게 매장에 피부 측정기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역시 랩 시리즈에요. 스킨케어 전문가가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피부 관리 노하우는 물론 화장품 사용법도 알려줍니다.”

김 상무의 이런 노력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가 랩 시리즈를 담당한 지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해마다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사에서는 그의 공로를 인정했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올해의 브랜드 매니저상’을 수여했다. 이는 매년 전 세계 140개국 랩 시리즈 담당자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은 한 명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남성 화장품 선구자의 새로운 미션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글로벌 테스크포스의 아시아 대표이기도 했던 김 상무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나라보다 화장품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요구사항도 다양한 한국 남성들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그는 본사에 직접 립밤이나 클렌저, 헤어왁스 같은 제품의 개발을 제안했고 이를 상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세계 최초로 한국과 대만에서 선보인 BB크림은 큰 화제가 됐다. 출시 2주 만에 물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

자신도 “하루 동안 7~8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그루밍족”이라고 말하는 김 상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면도하고 난 후에 스킨만 바르는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이후 스킨은 물론 에센스, 아이크림, BB크림 등 최소 3~5개 화장품을 덧바르는 남성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남성 뷰티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루밍에 관심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싫어해요. 생김새와는 상관없이 깨끗한 피부가 경쟁력이라 생각하죠. 제품에 대한 정보도 많고 원하는 제품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해요. 7~8년 전에는 랩 시리즈 제품을 사러오는 고객들의 남녀 비율이 4:6이었는데 지금은 5:5일 정도로 남성들이 자신의 피부에 쓸 제품을 직접 찾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김 상무에게는 ‘신규 유통 채널 개발 총괄’이라는 직책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이에 대해 그는 “멀티숍, 로드숍, 프리 스탠딩 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선정해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일종의 채널 테스터로서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깨는 무겁지만 그는 의욕적으로 새롭게 주어진 미션에 임하고 있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랩 시리즈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을 만나왔는데요. 앞으로 이런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지켜봐 주세요.”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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