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롤프 쉬퍼런스 그라폰 파버카스텔 대표 

연필 한 자루에 담아낸 명가의 자부심 

오승일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254년 가족경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파버카스텔은 오랜 세월 한우물 경영으로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독일의 최장수 기업이다. ‘연필 한 자루에서 비롯된 우리의 역사가 곧 브랜드’라고 말하는 롤프 쉬퍼런스 대표에게서 필기구 명가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스네이크우드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난 롤프 쉬퍼런스 대표. 그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2일,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롤프 쉬퍼런스 대표를 만났다. 쉬퍼런스 대표는 파버카스텔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그라폰 파버카스텔의 총괄 책임자다. 1993년 안톤 볼프강 그라폰 파버카스텔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시한 이 브랜드는 퍼펙트 펜슬, 클래식 만년필, 올해의 펜 같은 최고의 필기구들을 선보이며, 전 세계 필기구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스네이크우드 한정판(snakewood limited edition)을 비롯한 그라폰 파버카스텔의 신제품 쇼케이스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쉬퍼런스 대표는 “파버카스텔의 성공 비결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있다”며 “선대가 물려준 유산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네이크우드는 어떤 제품인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나무인 스네이크우드로 만든 클래식 라인이다. 적갈색 나무 위의 검은 반점들은 뱀가죽을 연상시키며, 야생적이면서도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만년필과 수성펜, 볼펜과 샤프 4가지 버전으로 구성돼 있다. 파버카스텔의 설립연도를 의미하는 1761개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프리미엄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나무 재질의 만년필을 선호해 왔다. 이번 제품도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퍼펙트한 제품을 위한 노력


▎서로 다른 색상과 무늬의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스네이크우드 한정판은 각 제품마다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예술품이다.
파버카스텔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다. 1761년 독일 슈타인의 오두막집에서 연필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120개국에서 한 해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15개의 제조업체와 19개의 판매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7500여 명의 직원들이 연간 20억 개에 달하는 연필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6각 모양 연필의 원조가 바로 이 회사다. 110년 전 동그란 연필이 굴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6각 연필을 고안했고 연필심 형태 역시 16경도로 만들어 국제표준이 됐다. 한 회사의 제품 혁신이 전 세계 제품의 표준이 된 것이다.

타사 제품과 구별되는 파버카스텔만의 특징은?

최고의 품질, 자연에서 얻은 소재, 독창성이다. 이런 특징들이 잘 녹아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퍼펙트 펜슬을 들 수 있다. 퍼펙트 펜슬에는 백금이 도금된 캡이 제공되며, 펜슬의 끝에는 최고 소재의 지우개가 달려 있다. 또 캡 안에는 연필깎이가 있으며, 연필이 짧아지면 캡에 꽂아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퍼펙트한 펜슬이다.

제품 생산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필기구에 사용되지 않았던 독특한 재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번은 말총을 사용해 제작한 만년필을 출시해 호응을 얻은 적도 있다. 언제나 창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재료를 찾아 유니크한 제품을 생산하려 한다.

파버카스텔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등지에서 럭셔리 라인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자신의 가치를 명품 필기구를 통해 나타내고 싶어 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버카스텔의 기업 철학을 듣고 싶다.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잘하려는 노력과 책임감 있는 기업가 정신. 이것이 파버카스텔이 지난 수세기 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미래에도 우리는 우리의 브랜드에만 집중할 것이다. 새로운 영역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큰 도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성장 비결

파버카스텔은 사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결혼으로 맺어진 두 가문이 경영하는 가족기업이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톤 볼프강 그라폰 파버카스텔 회장은 8세대로, 현재 그의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쉬퍼런스 대표는 “가족 승계의 장점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한다는 것”이라며 “꾸준한 투자로 기술 개발을 해온 덕분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54년을 이어온 파버카스텔의 힘은?

그동안 우리는 큰 전쟁을 치렀고, 여러 차례 경제불황도 겪었다. 그 순간마다 모든 임직원들이 합심해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찾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7500명의 직원과 가족경영 시스템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은?

한국은 전년 대비 5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1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어린이 라인과 아티스트 라인이 특히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을 통한 브랜드 홍보에도 힘쓸 예정이고,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같은 마케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파버카스텔의 사업 비전을 밝혀 달라.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어려울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20년 전 전자계산기가 등장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지만 우리는 여유를 갖고 중점 영역인 펜슬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퍼펙트 펜슬이다. 파버카스텔은 반 고흐에서부터 칼라거펠트에 이르기까지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다. 앞으로도 이런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면 반드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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