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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은 남아도는데 소비는 줄고... 

기업, 우유 소비에 나서다 

우유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유 소비가 감소하고 수입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낙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낙농가와 우유 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이 소비 촉진에 나섰다.

지난 10월 화제가 됐던 서울우유의 ‘우유 페이’는 수년 째 누적되고 있는 우유 수급 불균형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우유 재고량은 2010년 1만2658톤에서 지난해 23만2572톤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 기준으로 26만2659톤에 달한다. 5년 만에 재고가 2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남은 원유는 분유 형태로 보관되는데 분유 재고량으로 따지면 2만톤 이상이다.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생산은 늘었는데 소비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 생산량은 221만4000톤으로 2013년(209만3000톤)보다 5.8% 증가했다. 안정적인 국내 원유 생산량은 210만톤 안팎이다. 이는 정부가 국내 우유 수급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젖소가 도축되자 정부가 ‘원유 생산량 증대 정책’을 실시하면서 과잉 생산으로 이어진 것. 일부 업체들은 넘쳐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창고를 빌려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반면 우유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낙농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백색시유(흰 우유) 1인당 소비량은 2012년 28.1㎏, 2013년 27.7㎏, 지난해 26.9㎏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유가공제품은 수입산이 장악하고 있다. 원유로 환산한 유제품 수입물량은 2010년 113만3800톤에서 지난해 177만4758톤으로 늘었다.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과 구축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여파다. 치즈 등 유가공제품 소비가 늘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한 수입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라떼 팔아 우유 소비 늘린 스타벅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2월부터 5개월 간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라떼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우유 재고량이 급격히 쌓이자 사회 전반적으로 우유 소비 촉진 운동이 번지고 있다. 최근엔 개별 소비자의 참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월 9일부터 약 5개월 간 ‘우유사랑라떼’ 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카페라떼를 정상가보다 700원 저렴한 3900원에 판매한 행사로, 전국 매장에서 125만 잔을 팔았다. 카페라떼는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음료 제품이며 재료 90% 이상을 우유가 차지한다.

연간 1만8500톤의 국산우유를 사용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이 캠페인으로 1500톤의 우유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 연간 국산우유 사용량의 8.5%에 해당한다. 스타벅스는 1잔 당 100원씩 적립해 모은 1억2500만원을 소외계층에 국산우유를 전달하는 데 사용한다. 또 스타벅스는 지난 4월 한국낙농육우 협회와 MOU를 체결해 향후 모든 유제품 라인에 국산 우유 사용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의 우유 소비 활동은 이색적이다. 선진은 우유자조금관리 위원회를 통해 1200개, 자체 전달 300개 등 총 1500개의 수제 요구르트 제조기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온라인 이벤트와 소비자 단체, 영양사단체를 통해 학교와 가정에 이를 배포하고 있다. 이익모 선진 마케팅실 이사는 “안티 밀크운동 확산, 저출산으로 인한 우유 소비의 감소, 수입 유제품 증가 등으로 분유 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유 소비 촉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수제 요구르트 제조기를 선택한 것은 우유가 음료뿐 아니라 여러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전국 100여 개 점포에서 합동 우유 시음행사를 진행하면서 낙농가 돕기에 동참했다. 우유는 신제품 출시 등 특별한 경우에 회사별로 시음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업계 전체가 대대적으로 시음행사를 펼친 것은 이례적이다. 또 이마트는 우유 소비 활성화 캠페인 기간에 발생한 판매 금액의 1%를 적립해 그 금액만큼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우유를 기부했다.

학교급식 등 지속적 소비 지원해야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들이 윗입술에 하얀 ‘우유 수염’을 묻힌 채 찍은 미국 낙농협회의 광고가 신문에 깔리자 우유 판매가 크게 늘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구된다. 원유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 2002년의 원유 폐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할 경우 농가들의 줄도산도 예상된다. 낙농산업은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2014년 농업생산액 44조9168억원 중 우유는 4.9%(2조3380억원)를 차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쌀, 돼지, 한우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다.

우선 학교급식에 우유를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학교급식법에서 의무적으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우유급식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핀란드·스웨덴·포르투갈 등도 무료로 학생들에게 우유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호주·오스트리아·덴마크 등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학교 우유급식에 나서고 있다. 손정렬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학교 우유급식은 기본적인 의무사항이 아니고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되며 우유급식비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유상급식제”라며 “일본의 ‘의무 우유급식’은 일본 우유시장의 안정화와 국민의 우유 음용 습관 정착 등을 도와준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유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정부와 생산자, 유가공업계, 소비자 모두가 머리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는 “낙농가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추가 감산을 감행해야 하며 유가공 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저렴한 수입산 분유에 의존하고 있는 제과·제빵업계가 국산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금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늘려 국내산 분유시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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