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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 

M&A가 가져다 준 시장 확장의 힘 

1967년 10월 부산은행 설립 당시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한 이래, 오늘에 이르러서는 총자산 100조원을 달성한 BNK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2013년부터 BNK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성세환 회장은 이제 부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그룹을 꿈꾸기 시작했다.

profile :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1979년 동아대 경제학 졸업, 부산은행 입행/ 2001년 엄궁동지점장/ 2008년 부산은행 부행장/ 2011년 BS금융지주 부사장/ 2012년 부산은행장/ 현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겸 부산은행장
“아지매요! 수금왔십니더!” 1979년 1월 바닷바람 찬 부산 자갈치시장에 어느 청년 은행원의 외침이다. 아지매들이 시장에서 생선 판 돈, 부산은행 충무동 지점에 입금하려는 아지매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자갈치시장을 오가며 생선 비늘이 묻은 돈을 만지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길로 수없이 다녔던 청년은 어느새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어섰다. 그가 바로 36년 은행원 외길을 걸어온 성세환(63) BNK금융그룹 회장이다.

처음 그가 입행했던 부산은행은 올해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거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내친김에 KEB하나·신한·KB·NH농협·우리에 이어 국내 5대 금융지주사 뒤를 바짝 쫓고 있다. BNK금융그룹이 올해 간판까지 바꿔갈며 내건 기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성 회장은 “이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며 “동남권의 금융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켜나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자갈치시장을 누비던 청년의 꿈이 세계 시장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그의 바람 덕분일까? 올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작년보다 500여 계단이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BNK금융그룹을 먼저 알아봤다는 얘기다. ‘BS’에서 ‘BNK’로 이름을 바꾼 올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는 성 회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동남경제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임직원 대부분 동남권 지역 출신으로 ‘지역밀착경영’에 적극적이다. 국내외 투자자들도 요즘같이 경영환경이 어려운 시점에서 우리를 좋게 보고 있다. 실제 자산건전성 유지에도 유리하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찾아가 알리는 일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사명을 ‘BNK’로 바꾼 것을 매우 강조했는데.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을 아우르는 동남경제권을 대표하려면 부산이라는 특정 지역색부터 탈피해야 했다. 더 나아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면 사명 변경을 필수라고 봤다.

지방금융그룹의 투 뱅크 운영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경남은행이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총자산 10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그 덕에 우리 그룹이 국내 6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경남은행의 그룹 계열사 편입 전에는 경쟁적인 관계였다면 지금은 상호협력적 관계로 바뀌면서 시장 확대가 가능해졌다. 동남권은 물론 수도권과 해외로까지 시장을 넓힐 힘이 생겼다. 경남은행이 서부 경남 진출을 어느 정도 완성하면, 해외 진출에서는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힘을 합칠 것이다. 국외에 점포를 내면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직원이 함께 일 하도록 할 생각이다. 사업적인 협력 강화도 중요하다. 부울경 지역 최초로 은행과 증권사가 함께해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제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경남은행 인수로 시장을 넓힐 힘 생겨

국내 5대 시중금융그룹과 맞설 전략이 있나?

우선 지방금융도 시중금융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자산운용업 진출, 은행과 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 확대 등 사업 다각화 전략과 함께 지방은행의 강점을 살린 특화전략을 착실히 추진하겠다. 또 부울경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앞으로 발생할 금융 리스크 관리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지역밀착경영이라는 본연의 강점도 살려 지역사회와의 신뢰도 굳게 다질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맞서려면 수도권에서의 경쟁도 불가피할 텐데.

점포 신설만 놓고 보면 부산은행은 경기도나 광역시 진출, 경남은행은 서부 경남에 각각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인천·광주 등 일부 광역시에 내는 점포는 상징적이다. 그래서 전국 단위 거점점포는 개인 고객보다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리한 우리의 전략이다. 즉 해당 지역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우리는 적절한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업계 최초로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1조원 규모의 ‘동반성장대출’과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인 ‘자영업 성공시대 대출’ 등을 출시했다.

이런 신념으로 부산은행은 2013년 2월 인천남동공단지점 개점을 시작으로 2014년 광주·구미·대전에 거점점포를 신설했다. 올해 6월에는 경기도 시화공단지점을 개점했다.

앞서 사업 다각화 전략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를 말한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신규 사업만 벌여 덩치부터 키우기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갖출 수 있는 내실경영에 주력할 생각이다.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의 신규사업에 진출해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부산은행과 BNK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 동남아 시장의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중국·동남아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대

한 지속적인 시장조사와 진출방안을 연구·검토하고 있다.

이미 해외진출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시장의 경우 이미 2012년 12월에 중국 칭다오 지점을 개설했다. 최근에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위안화 영업 예비 인허가를 받아 현지금융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보다 앞선 2011년 대표사무소를 개설하고 올해 베트남 중앙은행의 지점 인허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미얀마 양곤 대표 사무소를 개소해 중국 칭다오,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에 이은 3번째 해외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이들 지역 외에 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 등을 우선 진출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고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 회장은 시장 확대를 위해 올해 인도까지 다녀왔다. 앞으로 중국 현지인 대상 영업에도 본격 뛰어들겠다는 계획도 들려줬다.‘2020년 아시아 30대 금융그룹 진입’이라는 그의 목표에 한 발짝씩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36년, 자갈치시장을 누비던 청년은 어느새 지방금융그룹 수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해진 조직을 끌고 지역을 아우르고 해외로 뻗어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는 갑자기 파나소닉을 키워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저서 『위기를 기회로』를 소개했다.

“책에 나오는 ‘사람이 모든 일의 답이다’라는 문구가 평소 경영 철학과 닮아 흥미롭게 읽었다”는 성 회장은 “리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책이 있다는 믿음을 주변 사람에게 심어주면 그 조직이 한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로 답을 대신했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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