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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지방금융지주의 무서운 성장세 

BNK금융그룹이 단연 군계일학 

BNK·DGB·JB금융그룹 등 지방금융지주사의 성장세가 무섭다. 몇 년 새 인수합병(M&A)을 키운 한 지방금융은 이제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줄 정도가 됐다. 특히 총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BNK금융그룹의 ‘전국구’로 뻗어가는 발걸음이 남다르다.

“어? 경남은행 맞나?” 부산 거래처와 대금 결제 건으로 경남은행 서울지점을 찾은 김형석(38·서울시 강남구) 씨는 순간 당황했다. 기존 경남은행 간판에 ‘BNK’표시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서로 합쳤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실감이 났다.

지난해 10월 부산은행을 기반으로 한 BS금융그룹은 경남은행의 편입 이후 두 은행은 물론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BNK’로 명칭도 바꿨다. 이후 BNK금융그룹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급으로 성장했고, 지난 2015년 6월말 기준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8월에는 BNK자산운용(구 GS자산운용) 자회사 편입으로 비은행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BNK캐피탈과 BNK저축은행도 순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3대 지방금융그룹 총자산만 200조원


김은갑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경남은행 지분을 100% 취득한 효과가 3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은행주들 가운데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유일하게 10% 이상을 넘길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BNK금융그룹뿐만이 아니다. 최근 ‘지방은행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구은행을 계열사로 둔 DGB금융그룹, 전북·광주은행을 거느린 JB금융그룹이 BNK금융그룹의 성장세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10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BNK·DGB·JB금융그룹 등 3대 지방금융그룹 총자산은 올해 상반기에 2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 지방금융그룹 자산 성장에 크게 기여한 요인은 지난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건이다. 가장 빠르게 덩치가 커진 BNK금융은 2013년 총자산 51조원에서 올해 100조원을 넘어서며 전국구 대형 금융지주사가 됐다. 지난해 DGB생명보험(전 우리아비바생명)을 농협금융으로부터 인수한 DGB금융은 56조원을, JB금융도 광주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자산 40조원대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도 지방금융이 추가로 M&A를 고려하거나 수도권에 영업점을 내는 등 크게 좋아진 수익성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DGB금융은 DGB생명보험의 수익 증가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20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익이 2438억원임을 감안하면 하반기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JB금융도 광주은행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76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013년 한 해 거둔 순익 34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순이익 면에서 돋보이는 곳은 단연 BNK금융이다. 자산 대비 수익 규모에서는 ‘빅5’ 금융그룹(KEB하나·신한·국민·농협·우리)을 앞선다. 지난해 BNK금융은 자산 약 93조원으로 8197억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약 310조원이 넘는 자산으로 1조6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지주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소리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인수와 비은행부문 확대로 이익 성장이 지속 가능하고,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지고 있다. 자본확충에 대한 우려도 점차 줄어들면서 BNK금융이 은행업종 주가를 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쯤되면 거침없는 지방금융들의 실적질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초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간판급 5대 시중 은행들이 순익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지방금융사들은 다소 느긋함에도 놀라운 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그 비결이 뭘까? 충성도 높은 지방 고객 덕분이다. 수도권 시

중은행 간 고객 확보 경쟁은 치열하지만, 지역 정서가 강한 고객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예금 확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 M&A도 공격적으로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론 초저금리·저성장 상황은 잘 나가는 3대 지방금융이라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들도 미래 생존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꾀하는 중이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사업 다각화다. 전통적인 은행업에서 나오는 예대마진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해도 DGB금융과 JB금융은 추가로 나오는 M&A 매물에 관심이 많다. 실제 DGB금융은 지난해 경남은행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BNK금융과 JB금융보다 올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딘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그래도 올해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은 “DGB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DGB생명을 통해 비은행사업의 영업수익도 확대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 수로 보나 사업 영역에서 가장 뒤처지는 JB금융의 경우 DGB금융과 마찬가지로 증권업 등 비은행권 사업 부분이 상당수 빠져있다. 그래서일까?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전하며 “국내 금융권 M&A 가능성이 단골로 회자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LIG투자증권 인수에 관심 있는 곳으로 JB금융그룹이나 DGB금융그룹 등 지방금융지주사들이 자주 거론되는 배경을 설명했다.

종합금융사 면모 갖춘 BNK금융그룹

결국 BNK금융이 DGB·JB보다 한 발 더 앞서있는 셈이다. BNK금융은 BNK자산운용 합병으로 부산은행·경남은행을 포함해 BNK투자증권·BNK캐피탈 등 총 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등 본격 사업 다각화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BNK금융은 또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극대화에도 주력하는 분위기다. 모든 계열사가 서로의 혁신을 자극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은 “그룹과 계열사 경영 전반이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차별화된 미래지향적 경영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혀 조직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계열사인 BNK경남은행과 상호 입출금, 통장 재발행 시스템도 마련하면서 통합고객등급제와 은행-증권 복합점포까지 개설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시도하고 있었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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