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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종 크라우드연구소 대표 

“P2P대출시장 확대의 관건은 수익보다 신뢰” 

김영문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후원을 받던 P2P대출이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대출 중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담보로 한 P2P대출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는 유철종 크라우드연구소 대표를 만나봤다.

▎유철종 크라우드연구소 대표는 더 나아가 펀딩플랫폼을 건전한 P2P대출 유통망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스마트줄넘기를 만든 탱그램팩토리는 올해 초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통해 선주문을 받았다. 목표금액의 3배가 넘는 2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모였다.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트업 붐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이 필요한 스타트업, 전에 없던 제품이나 콘텐트를 접하고 싶은 후원자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후원 형태의 P2P대출과 달리 인터넷 플랫폼의 대출 중개로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P2P대출도 요새 뜨고 있다. 특히 기존 ‘P2P(Peer to Peer) 대출’ 형태에다 부동산을 담보물로 얹은 ‘P2P부동산 담보대출’ 서비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크라우드연구소가 운영하는 ICT기반의 금융플랫폼인 펀딩플랫폼에서 출시한 서비스였다.

“고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출자와 투자금 보호 및 고금리를 원하는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싶었습니다.”

부동산담보로 투자금 보호 강화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유철종 크라우드연구소 대표가 건넨 말이다. 부동산담보물을 내세웠다는 점을 특이하다고 하자 대뜸 경영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얘기부터 꺼냈다. “기존 신용대출은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속수무책이었다. 중개업체가 달아나도 답이 없었다. 이로 인해 P2P대출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우리는 수익·규모 확대를 떠나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부동산을 담보물로 얹은 것은 원금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상징적인 장치다. ”

그렇게 본다면 투자자·대출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는 장치로 부동산담보를 택한 셈이다. 유 대표의 생각이 통했던 걸까? 지난 11월 초 ‘P2P부동산담보대출’ 1호 펀딩 모집이 투자 접수를 시작한 지 7시간만에 끝이 났다. 유 대표는 “이전에 P2P대출을 사업 내용을 한참 설명해도 안정성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담보라는 위력 덕분인지 불신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원금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원금 보호를 위한 장치만 잘 마련하면 대출 수요가 커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유 대표의 계산이다.

그의 말대로 잠재적 수요는 상당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6등급 중신용계층은 1216만 명에 이른다. 부실화 우려만 낮춘다면 충분히 대출 수요자를 찾을 수 있는 틈새시장이 있다는 의미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어도 분명 더 받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선뜻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기엔 금리 부담이 크다. 부동산담보를 활용하면 딱 중간 틈새시장인 10~20%대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P2P대출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 대표의 설명에 힘이 실렸다.

부동산담보형 P2P대출이 유리하다면 모방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날 터. 차별화가 필요하겠다는 말에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부동산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아무나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권리분석부터 시장분석 그리고 연체시 경매 문제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많은 까다로운 담보물이다.” 자연스레 크라우드연구소 얘기로 넘어갔다.

“저를 비롯한 IT·법률·부동산·사업 전문가가 모인 곳이 바로 크라우드연구소다. 부동산담보의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고 판단할 능력을 갖춘 셈이다. ‘P2P부동산담보대출’ 서비스를 생각해낸 배경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P2P대출업체가 스스로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P2P대출 사업이 수수료 기반 사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출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신용 정보 분석부터 사업 효율화 추진, 담보물 분석 등을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하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고정비 지출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가 운영하는 크라우드연구소의 경우 IT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부터 사업 타당성 검토, 법률적인 검토도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좋지만 내실 있는 경영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신생 P2P대출중개 스타트업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 에스크로제’ 같은 안전장치 마련

물론 그도 크라우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겪었다. 최근 2호 펀딩 마감을 예상했지만 1호 펀딩 접수 때와는 달리 너무 한산했던 것. 대출자·투자자가 회원가입 후 대표전화로 연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 번호가 스마트폰에 설치된 보이스피싱 차단 앱에 ‘불법통장업체’로 떴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유 대표는 즉시 번호를 새로 받아 교체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쓰던 번호가 과거 대포통장업체에서 쓰였다. 물론 지금은 말끔히 해결돼 회원들이 안심하고 전화를 받아도 되지만 지금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하다”며 웃었다.

펀딩플랫폼은 그래도 놀랐을 투자자를 위해 펀딩플랫폼은 2호 펀딩 접수 기간인 11월 한 달 동안 연10% 보장수익에 1% 추가금리 혜택을 주기도 했다.

한편 유 대표는 좀 더 안전한 운영방식 도입을 계획 중이다. 에스크로제(결제·투자대금 예치제)를 모방한 운용방식이다. 이미 전자상거래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당사자 간 거래를 금융기관 등 공신력 있는 제3자가 보증하는 방식이다. 유 대표는 “투자를 하면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 예치해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경·공매 절차에 돌입하는 형태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P2P대출중개업이 투자금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게 유 대표의 복안이다.

복안과 더불어 담대한 계획도 세웠다. 크라우드연구소가 운영하는 펀딩플랫폼을 P2P대출 유통망으로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엄격한 플랫폼 참여기준을 수립하고, P2P대출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당분간 1억 미만의 ‘P2P 부동산담보대출’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 규모는 작지만, 많은 투자자가 P2P대출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펀딩플랫폼의‘P2P부동산담보대출’이 P2P대출시대가 본격화되는 시금석이 됐으면 합니다. 투자자의 원금보호와 대출자의 합리적인 금리로 거래할 수 있는 최적의 금융플랫폼의 기준도 제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부동산담보 이외에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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