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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젊은 리더 7인의 당찬 도전 

“문제 있어요? 그럼 내가 해결할게요” 

임채연 기자, 김선엽 인턴기자
포브스가 선정한 젊은 리더에는 한국계 청년 7명도 포함됐다. ‘젊음’을 무기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소피아 선우(Sophia Sunwoo·28)


▎음용수 수질 관리를 위해 물의 TDS(물에 녹아있는 고형물질 총량) 값을 측정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최대 허용치인 500mg/L(ppm)을 유지하는지 확인한다.
사회적 기업 부문 워터 콜렉티브 공동 창업자

“공동 창업자인 조쉬와는 바에서 처음 만났어요. 평소 제가 물 부족 국가에 관심이 많았던 걸 알고 있던 친구가 조쉬를 제게 소개시켜줬거든요. 만난지 5분이 채 안돼 우리는 ‘수자원 위기’에 대한 대화를 나눴지요. 물론 초면에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웃긴 주제이긴 하지만요.” 15살 때부터 물 부족 국가와 관련한 일을 해왔던 조쉬는 소피아 선우에게 동업을 제안했고, 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는 19살 때 창업한 회사를 3년 뒤 팔았던 비즈니스 경험이 있었어요.” 소피아는 동업을 선뜻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비즈니스와 사회적 문제를 결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2011년 3월, 비영리 단체인 ‘워터 콜렉티브(Water Collective)’를 공동 설립한 소피아는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면서 물 부족 국가가 해외 원조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워터 콜렉티브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포스팅(왼쪽 사진)이 올라온다. “망토를 두른 할아버지가 노랗게 오염된 물이 든 페트병을 들고 있습니다. 인도 다발(Dabal)에서는 57개의 수동 펌프가 고장났습니다. 이미 물은 색깔, 냄새부터 다른데, 이런 물을 마시는 주민들은 질병에 걸리게 됩니다.”

소피아는 직접 서아프리카와 인도의 농촌을 순회하면서 민간단체와 협력해 새로운 수자원 공급설비를 돕고, 단절됐던 관리체계를 복구한다. “지역 사회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2년간의 물 프로젝트 기간을 겪어야 합니다.” 소피아는 3년 째 되는 해에 물 독립(Water Independence)이 이뤄지면 지역 사회는 비로소 ‘흐르는 깨끗한 물’을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깨끗한 물 시스템의 복구를 위해 워터 콜렉티브는 현재 전세계 2만1300여 명의 사람들을 돕고 있다. 1만7300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장난 수자원을 수리하고, 이를 위해 총 100시간의 유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서아프리카에서 실패한 물 프로젝트로 살아가던 77%(약 7만6000명)에게 깨끗한 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 소피아는 “앞으로 10년 동안 300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물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에릭 김(Eric Kim·28)


헬스케어 부문 하버드 대학 리서치 펠로우

“삶의 목적의식을 잃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에서 리서치 펠로우(연구원)로 일하는 에릭이 90%의 시간을 쏟아 연구하는 주제다. 나머지 10%는 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목적의식을 잃는 경향이 있는데, 에릭은 연구를 통해 ‘더 높은 목적의식이 심장 발작이나 질식과 같은 발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사실로 보여왔다. ‘목적의식’을 가지면 심폐혈관 같은 몸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의사나 응급실을 덜 찾고 더 많은 예방 검사(preventive screening)를 받는다. 미시간 대학에서 심리학과 통계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 진학해 임상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포브스코리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심리학과 통계학은 인간 특성과 자료 분석 방법을 깊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사람들의 행동 범위와 건강을 분석하는 데 통계학은 굉장히 유용한 도구”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비전을 내비쳤다.

임희재(Heejae Lim·29)


교육 부문 토킹포인츠 창업자

연봉이 반토막나는 위험부담에도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10년 전, 제가 겪었던 영어 문제를 해결하려고요.” 스탠퍼드 MBA과정 우등졸업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 토킹포인츠(TalkingPoints)를 설립한 임희재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7월, 19만 달러의 펀딩을 받아 토킹포인츠를 세웠다. 이후 두 달만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1200개 이민자 가정이 참여하는 교육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구글의 공익사업 지원프로그램인 ‘임팩트 챌린지’에서 25만 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확보했다.

토킹포인츠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실리콘밸리 IT기술의 사회화’라는 추세를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공선을 위해 첨단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토킹포인츠는 이민 가정의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을 ‘효율적’으로 돕는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민자 가정과 교사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데, 스마트폰이 없어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임씨는 이런 ‘효율성’을 한국의 ‘ IT 기술’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제 동생을 보니 학교에서 휴대폰 문자로 성적, 출결사항 같은 정보를 받더라고요.”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8살 무렵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이때 처음 “언어적 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이민자 가정이 어떻게 정보가 단절되는지를 실감했다”고 말한다. 영어가 서투른 어머니의 문제는 비단 그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 이민 가정은 학교에서 수시로 전달하는 공지사항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스탠퍼드에 다니면서 근처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이스트 팰로앨토의 공립학교에서 이 같은 문제를 겪는 학부모들이 더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100여 개의 언어가 쓰이는 캘리포니아에서 토킹포인츠를 창립키로 결심했다. 캘리포니아주 고등학생의 43%가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언어 환경도 고려했다. 현재 영어·아랍어·중국어·베트남어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12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아미 송(Aimee Song·29)


아트·스타일 부문 송 오브 스타일 패션 블로거

“오늘은 뭘 입지?” 매달 2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는 패션 블로그 ‘송 오브 스타일(Song of Style)’의 운영자 아미 송은 또래 여성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같은 옷을 돌려입으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아미만의 감각이 돋보인다. 32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의 포스팅을 보는 사람들과 부단히 소통한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밖에 없어요. 뭔가 잘못돼도 나 말고는 탓할 사람이 없잖아요.” 파워 블로거 이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 가수 지드래곤과 나란히 BoF가 뽑은 ‘세계 패션을 움직이는 5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아미는 2008년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인테리어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사진들을 포스팅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에 관련한 블로그로 꾸몄지만, 그가 올린 취업 면접을 위한 코디가 큰 호응을 얻자 즉시 블로그의 중심을 인테리어에서 패션으로 옮겼다. 지금도 본업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을 겸하고 있다. 블로그를 단순히 수입원으로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 덕에 브랜드의 협찬이나 외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고 한다.

팀 황(Timothy Hwang·23)


법률·정책 부문 피스컬노트 공동 창업자

“정부 자료를 공개하고 입법의 미래를 연다”는 비전이 있다. 2008년 16세의 나이에 오바마 선거캠프 행사 진행요원으로 일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7세에는 선거를 통해 미국 최대 학군 중 하나인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학교 이사회의 이사로 당선됐다. 프린스턴 대학 3학년 재학 중에 친구 2명과 함께 2만5000달러를 모집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모텔6에서 피스컬노트(원래 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단하게 정리한 메모를 일컫는다)를 창업했다.

피스컬노트는 ‘머니볼(Moneyball)’전 략으로 정치에 접근하며 빠르게 성장했다.‘머니볼’은 야구계에선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의 빅데이터 분석법)’로 알려졌다. 첨단 통계를 이용해 그라운드에서의 성적을 더 정확히 측정하고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한다. ‘펜실베이니아는 우버와 리프트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금지하는 다른 주의 행보를 따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야구처럼 통계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야 한다. 각 주마다 법이 달라 복잡한 미국법은 기업이나 로펌이 특정 법안에 대해 대응을 하려면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피스컬노트가 줄여준다. 피스컬노트는 각 주의 법령과 의회 규제,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향후 입법 법안이나 판결을 예측해준다.

미국 연방정부 법과 51개 주 법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상·하원 의원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별, 분기별, 법안 처리상태, 상·하원 등으로 구체적인 필터링을 하면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이 통과될지, 폐기될지 예측해주는 것은 피스컬노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데이터는 휴머나(Humana)와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등의 기업에 판매한다. “재판 이나 소송 결과 예측도 가능하다”고 팀 황은 말했다. 직원수를 100명으로 늘린 피스컬노트는 중국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렌렌에서 받은 7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8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홍득기(Deuki Hong·26)


식음료 부문 백정 뉴욕지점 총주방장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인 CIA 출신으로 맨해튼 한인타운에 자리한 한식 레스토랑 ‘백정’의 총주방장이다. 홍득기 씨는 서클 외식업 그룹(Circle Hospitality Group)에 소속돼 있다. 뉴욕에서 한식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한인 2세들이 모인 곳이다. 2014년 직접 팀을 꾸려 맨해튼에 매장을 오픈하라는 첫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한국식 BBQ를 지역 명물로 키워냈다. 그는 15살 때부터 뉴욕에 있는 트라이베카(Tribeca) 식당에서 일했다. CIA를 졸업한 뒤, 타임 매거진에 ‘201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힌 유명 셰프 데이비드 장(David Chang) 밑에서 요리를 배웠다.

그는 포브스코리아와 e메일 인터뷰에서 “21명을 진두지휘하고 있어요. 그 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으니, 힘들 때도 많았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엄청난 투지와 끊임없는 노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방장이자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살면서 마주했던 고난과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선배 요리사가 자신에게 해줬다는 말을 전했다. “만약 사업이 쉬웠더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있을 것이다.” 고생을 많이 한 그 역시 “기업가 정신을 갖는 것은 모든 사람의 몫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명철 브루스 김(Myungchul Bruce Kim·25)


아트·스타일 부문 그레이코크 가구 디자이너

‘소비자의 취향 저격’을 위해 4명의 젊은 청년이 모였다. 이케아(IKEA)에서 가구를 조립하는 불편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젊은이들이 ‘쉽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것. 그레이코크는 도시에 사는 20~40세 젊은 소비자를 타켓으로 로드아일랜드에 설립된 신생 가구회사다. 브루스는 이곳에서 공동 창업자로 회사의 제품 개발을 관리하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가구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항상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며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해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코크는 2014년 자사 홈페이지 대신 ‘인디고고’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판매 채널로 택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창업은 쉽지 않았다. 2014년 10월에 출시된 브룩스 콜렉션(Brooks collection)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첫 번째 실패 이후, 250건의 소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1500명에게 설문지를 받아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도 DIY(do-it-yourself)를 선호하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했다. 그래서 소파, 긴 의자, 책장, 커피 테이블 등 기본 가구를 콜렉션으로 구성했다. 직접 조립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메인 상품은 가구를 분해해 납작한 상태로 포장해 파는 플랫팩(flat-pack) 방식으로 내놨다. 강판, 솔리드 우드, 초강력 자석 등의 재료를 사용해 다른 공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조립과 분리가 용이하다. 이렇게 도입한 작은 배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첫 번째로 론칭한 브룩스 콜렉션의 실패가 소비자를 더 중심에 둬야한다는 성공 비법을 알려준 셈”이라고 브루스는 말했다.

- 임채연 기자, 김선엽 인턴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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