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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전 유통학회장의 2016 전망 

쇼핑은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검색 활동이다 

글 유부혁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생산-소비를 이어주던 유통이 소비를 주도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진화로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업체간 경쟁에서 업태간 경쟁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포브스코리아는 스마트한 전략으로 유통업계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유통업계 대표기업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그 첫번째로 유통학 권위자인 서용구(52) 숙명여대 교수를 만나 유통 업태를 진단해봤다. 서 교수는 2014년 유통학회장을 지낸 전문가로 한국 유통업의 현안과 트렌드에 밝은 인물이다.

▎포브스코리아와 함께 올 한해 한국 유통산업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시리즈를 기획한 서용구 교수는 “유통의 시대에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지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은 산업적으로 도매, 소매, 물류 산업을 통칭한다. 국내총생산(GDP)의 9%, 국내 총 고용의 15%를 담당하는 고용친화적인 산업이다. 생산과 소비를 잇는 유통은 그 특성상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했다. 물류산업의 발달은 배송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고 데이터 기술의 진화는 기업들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구매할 제품을 미리 파악해 준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고객이 원하는 물품이 한국 매장에 없다면 세계 구석구석의 매장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서 배송해 주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이제 유통에 관한 일은 기업내 한 부서의 일이 아니라 기획부터 판매, 그리고 사후 평판까지 두루 챙겨야 할 기업의 모든 것이 되어 버렸다.

포브스코리아와 함께 올 한해 한국 유통산업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시리즈를 기획한 서용구 교수는 “소비가 유통을 만드는 시대에서 유통의 진화가 소비를 촉진시키는 시대로 변했다”며 “유통의 시대에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지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서 교수가 진단한 지난해 한국 유통업계의 흐름을 들어보자. “옴니채널, 해외 직구 등 국경 없는 소비가 확산된 모습을 보였다. 이케아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시내 면세점 사업자들이 확정됐다. 면세점과 대형마트와 같은 한국의 소매 매장들이 유커의 국내 방문 증가로 인한 ‘방문객 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외수(外需)의 내수화’는 한국경제에서 유통기업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면세점의 진격


지난해 유통업계에서 단연 돋보인 기업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에는 매출의 3분의 1이 넘는 12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5년엔 더욱 과감히 투자해 자체 물류 센터를 갖추고 제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서비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 교수는 “쿠팡의 거침없는 행보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택배, 대형마트와 같은 다른 업태의 기업들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쿠팡의 성장이 모두의 성장을 견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업태간 경쟁이 올해 유통업계의 주요뉴스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마트 경영진에게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구하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1988년 1호점으로 시작한 편의점 비즈니스는 30년 만에 ‘편의점 3만 개 점포 시대’를 예약해 둔 상태다. 지난해에 특히 급성장했다. 편의점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BGF리테일(편의점 CU)은 지난해 초 72,000원이었던 주가가 한때 23만8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월 15일 현재 시세는 192,000원을 기록했다. 서용구 교수는 “고령인구,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사업은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전국의 상권에 흩어진 편의점이 픽업센터로 활용이 가능하고 간편 편의식(HMR)이 강화, 프리미엄화 되고 있어 놀라운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신라가 주도하던 면세점은 한화, 두산과 같은 기업들이 추가로 뛰어들면서 시내 면세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 교수는 “방문객 경제라는 영역에서 면세점의 존재감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면세점이 성장 동력을 찾는 대기업의 타깃이 된 만큼 수익성과 상관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SPC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부상한 삼립식품도 연초에 비해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을 거느린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지난해 미국의 유명햄버거인 ‘셰이크쉑버거’를 국내에 론칭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 올해 백화점의 상황은 어떨까? 소매 업태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은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혁신 수준을 더욱 강화해야 할 입장이다. 서 교수의 설명이다. “제로썸화 되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편의점과 모바일 쇼핑의 성장만큼 기존 고객의 작년 매출이 사라질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백화점은 성장세가 멈췄다. 이를 두고 ‘30세~54세에 해당하는 주력 소비자 인구가 2100만명에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유통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백화점이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백화점은 2018년 인구절벽을 대비해야 한다. 오랜 보수적 운영에서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해외출점, 현대는 복합쇼핑몰, 신세계는 하이브리드 백화점으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은 백화점과 비슷한 처지인 대형마트, SSM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PB상품 개발 확대, 바잉과 서비스 전문화를 통해 ‘기존 고객 지키기의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점과 영업시간 규제, 3인 이상 가구 감소의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용구 교수는 “일산의 이마트타운처럼 풍부한 스토리 콘텐트와 함께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TV홈쇼핑은 어떨까? 최근 모바일을 강화해 매출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마케팅 비용은 추가됐다. 서 교수는 “여전히 강력한 유통 채널이지만 영업이익 개선이 힘든 상황이다. 트렌드에 보다 적극 대응해 중국, 일본의 직구족 등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길 권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옴니채널 소비가 본격 확산될 것”


▎2012년 이후 백화점이 성장세가 멈춘 것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백화점이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용구 교수는 결론적으로 “올해는 옴니채널 소비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옴니채널은 멀티채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상의 모든 쇼핑 채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비자가 어떤 채널을 이용하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쇼핑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테마다.

서 교수는 옴니채널에 대해 “오프라인 쇼핑을 강북, 온라인 쇼핑을 강남으로 비유한다면 스마트폰이나 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한강다리 역할을 해 강남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계가 무너진 유통환경이라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또 “기존의 쇼핑은 경제적 활동이지만 옴니채널에서의 쇼핑은 검색활동”이라면서 “쇼핑체험과 제품 사용자 체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사회적 활동으로 소비자 행동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주의-관심-욕구-기억-소비의 단계였던 쇼핑이 주의-관심-검색-소비-공유라는 새로운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3월호부터는 유통업계 대표기업들의 차별화 전략을 들여다본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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