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글로벌 경영에 일찌감치 나선 덕분이다.
▎SK하이닉스가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에서 SK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인 행복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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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 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2000’에서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인 SK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중 가장 높은 377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SK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SK텔레콤은 지난해(456위)에 비해 50위가 하락한 506위에 올랐고, 2014년 498위에 올랐던 SK이노베이션은 500위를 차지해 500위권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ICT 시대는 반도체의 시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네트워크,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의 진보로 가능해진 인공 지능과 가상현실 등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이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기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승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3개 신규 공장 구축에 46조원 투자 계획2012년 SK그룹에 편입될 당시 반도체 업황은 불확실했다. 반도체 업계도 투자 규모를 축소했던 때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전년 대비 10% 가량 늘린 3조85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 덕분이다. 이후 매년 3조원 이상의 투자가 지속되면서 매출액도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적기 투자와 기술개발, 우수인력 보강 덕분이다. “M14를 포함한 3개의 신규 공장 구축에 총 46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올해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위기극복 DNA’ 재가동으로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다.선도적 기술 개발이 첫 번째 당면 과제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20나노 초반급 제품 생산비중 확대를 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바일 D램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모바일 D램 비중은 3%에 불과했다. 2012년 이후에는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3년 말 출시한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LPDDR4 제품, 지난 해 2월 8Gb(기가비트) LPDDR4 제품 같이 세계 최초 개발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LPDDR4는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LPDDR3보다 속도가 2배 빠르고 소비 전력도 낮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LPDDR4가 올해 LPDDR3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서버용 D램 경쟁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확대로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DDR4 제품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다양한 응용복합제품 수용에 대응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솔루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2년 미국 LAMD 및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 2013년 대만의 이노스터 컨트롤러 사업부, 2014년 벨라루스의 소프텍 등을 인수한 이유다.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력 강화를 기반으로 모바일 및 서버 기기에 쓰이는 eMCP, eMMC, UFS, SSD 같은 다양한 응용복합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양산을 시작한 3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에 이어 올해 말까지 48단 제품도 개발을 마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10년 전 시작한 중국 진출, 브랜드 가치 높여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16개의 법인과 14개의 사무소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생산법인도 한국의 이천과 청주 외에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에 거점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 진출은 10여 년 전에 시작되어 중국 현지에서 SK하이닉스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었다. “당시 중국 진출을 결정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직면하던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현지 금융을 활용하고, 통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다”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설명했다.2004년 SK하이닉스는 중국 강소성 우시시(市)와 중국 공장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우시시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 60여 개 기업이 자리를 잡을 만큼, ‘작은 상하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2006년 첫 생산을 시작한 이래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50%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생산기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쌍두마차로 올라서는 데 우시 공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시 생산법인은 35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고, 복지 수준도 중국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4시간 체제에 맞게 전 직원들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고, 세 끼 식사는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헬스장과 당구장, 영화관과 도서관 등 문화 복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현지 직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관계자는 자랑했다.2010년 6월에는 우시 공장과 인접한 곳에 후공정 합작공장을 설립해 중국 전·후 공정의 일괄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선견지명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대만, 벨라루스에 설립되어 있는 R&D 센터도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최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