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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엘리스 맨그룹 사장 

인공지능(AI)이 투자전략 짠 상품 준비 중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소설가 한강이 받은 ‘맨부커상’ 후원사는 세계적인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 투자자에게 그가 던지는 조언을 들어봤다.

한강(46) 작가가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아 세간의 화제가 됐다. 맨부커상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1969년에 영국의 부커 사가 제정해 부커상으로 불렸다가 2002년부터 맨그룹이 후원자로 나서면서 맨부커상으로 바뀌었다. 맨그룹은 파생상품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헤지펀드다. 맨 AHL·맨 뉴머릭·맨 GLG·맨 FRM 등 4개 운용사로 나뉘어 있어 맨그룹으로 불린다. 영국에 본사를 둔 맨그룹의 운용자산은 지난달 기준 787억 달러(약 92조원) 규모다. 사업차 방한한 루크 엘리스 (Luke Ellis) 맨그룹 사장을 지난 5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만났다.

“맨부커상은 회사 본래 목적인 ‘수익 극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겠다는 회사 철학이 담긴 상입니다.” 엘리스 사장은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덕분에 수도 없이 받은 질문”이라며 기자에게 먼저 답부터 건넸다. 엘리스 사장은 한강 작가의 수상과 상관없이 해외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고 했다. 230여 년 역사의 투자 회사인 맨그룹은 30여 년 전부터 투자 운용에 본격 뛰어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중 하나가 됐다.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자를 주로 상대하는데, 몇 해 전부터 아시아 시장에 주목했다고 한다. 아시아 시장이 맨그룹 비즈니스의 20%나 차지할 정도로 자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 시장은 유망한 투자처가 있는 곳인 동시에 상당한 투자 자금이 나오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라고 운을 뗀 엘리스 사장은 “그동안 국내 증시 투자에 집중하는 기관투자자가 많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해외 투자를 원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며 한국을 직접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맨그룹의 비즈니스 20%, 아시아


그가 한국을 찾아 소개하려는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엘리스 사장은 “우리는 현재 저성장·저생산성, 제로 또는 마이너스 인플레이션(negative inflation)인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각국의 중앙은행이 초저금리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에 획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강구해도 전통적인 베타(주식이나 채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글로벌 증시는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엘리스 사장은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 중심의 헤지펀드나 중장기 대체상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알파(추가수익)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상승세에만 의존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로는 더는 수익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맨그룹은 특정 시장에 대한 뷰(견해)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한국 시장의 제조업 분야가 비관적’, ‘저유가 상황에서 달러자산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식의 맨그룹을 대표하는 시장에 대한 시각이 없다. 엘리스 사장은 이에 대해 “같은 시장을 보더라도 일임투자를 맡은 팀과 시스템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팀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굳이 하우스 뷰(회사의 시장 견해)를 정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팀마다 수익을 내는 고유의 기법과 아이디어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의 굴지 운용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도 딱 한 가지 뷰를 통해 아시아를 단순·단일한 시장 보는 탓이라고 했다.

엘리스 사장은 현재같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컴퓨터가 더욱 더 분산화되고 일관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특히 추세추종형(CTA)나 퀀트(계량분석) 개별 종목이나 상품에 집중하는 계량 투자 전략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CTA의 경우 원자재 통화 등의 선물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올해 유형별 헤지펀드 중 가장 선전하는 상품이다. 퀀트는 통계 분석자료 등 정량적인 자료를 통해 발굴한 종목에 투자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두 유형 모두 컴퓨터 알고리즘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예측이 어려운 시장 변동성에서 벗어나는 한편 특정 주식 시장에 쏠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맨그룹이 2007년부터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옥스퍼드-맨 산학협력연구소(OMI)를 설립해 계량금융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는 점이다. 올해는 옥스퍼드 연구소에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을 위한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머신러닝은 학습능력을 갖춘 기계를 의미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대국을 벌였던 얘기를 꺼낸 엘리스 사장은 “맨그룹은 옥스퍼드대학교와 협력해 알파고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머신러닝을 개발하고자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체투자의 방법으로 알파고와 같은 판단력을 가진 인공지능(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소화해 투자전략을 짠 상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실제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도 구글이 옥스포드대에서 머신러닝을 전공한 인력을 영입한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엘리스 사장은 시장 변화와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마켓 뉴트럴’ 전략도 소개했다. 인프라와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장기 상품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스 사장은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해 경제와 시장을 표현하는 수치와 이론에 밝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강화로 한결 대응하기 어려워진 시장에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지를 묻자 어릴 적 경험 한 토막을 들려줬다. “어릴 적 집안에서 형제끼리 방에 들어가 잘 순서를 정할 때 카드놀이로 했어요. 먼저 들어가지 않으려고 카드놀이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카드놀이는 진실 혹은 거짓을 구분하는 패턴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인 훈련이죠. 카드조차 ‘무작정’이 아니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며 드는 겁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죠. 맨그룹도 수많은 데이터와 변수를 분석하는 노력이 시장의 ‘거짓’ 패턴을 찾는 것을 돕는다고 믿습니다. 경제와 시장의 변화 이면부터 따져보면 어떨까요?”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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