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Home>포브스>Company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한컴오피스, 글로벌 점유율 5% 1조원 매출달성, 기대해도 좋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사람들은 ‘M&A 전문가’가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는 것을 우려했다. 2~3년 내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한글과컴퓨터는 M&A 전문가가 인수한 후 급성장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인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한글과컴퓨터는 우리 그룹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한컴타워 건물 10층과 11층을 잇는 공간 계단을 따라 다양한 꽃과 신기한 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다. 김상철 회장이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직접 제안하고 꾸민 곳이다. 김 회장은 “한컴 임직원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소”라고 자랑했다.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른다. 소프트웨어? 아예 모르는 분야다. 영업맨으로 잔뼈가 굵은 탓에 자신의 입으로 “나는 컴맹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의 눈에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들어왔다. 사람들이 ‘아래아한글’이라고 부르던 워드프로세서를 출시한 그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 MS가 내놓은 MS오피스가 전 세계를 지배할 때도 한국은 자국에서 만든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컴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렇지만 1990년대 말부터 한컴은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 기업,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가 불분명한 기업으로 전락했다. 1990년대 후반 한글 지키기 캠페인으로 ‘한글 8·15’ 버전이 70만 개나 팔리는 때도 있었지만, 애국심 마케팅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2003년 프라임 그룹에 인수되고, 2009년에는 TG삼보에 팔리는 등 2010년까지 주인이 8번이나 바뀌었다. 횡령과 배임으로 경영진이 구속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2010년 그렇게 갈 길 잃어 방황하는 한컴을 한 기업가가 인수한다고 나섰다. 그 기업가는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한컴의 몸집을 키워낸 후 이익을 보고나서 매각할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IT 업계에서는 ‘2~3년이면 한컴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한컴오피스 올해 매출 1000억원 넘는다


결론적으로 한컴은 9번째 주인을 맞이한 후 6년 동안 실적과 규모 면에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10년 한컴을 인수해 9번째 주인이 된 김상철(63) 한컴그룹 회장은 갈 길 잃은 한컴을 성장시킨 기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올해 한컴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갈 것”이라고 자랑했다. 8월 2일 한컴은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 518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500억원 돌파라는 기록도 세웠다. 김 회장이 한컴을 인수한 이후 연속 흑자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MS가 30여 년 동안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99.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이 시장에서 5%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컴오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5%를 차지하게 되면 한컴의 매출은 1조원 대로 껑충 뛰게 된다.

한컴그룹은 한컴을 포함해 15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2년 전 한컴 인수 후 처음 미래전략을 발표했을 때 계열사는 8개에 불과했다. 당시 모든 계열사를 포함한 매출액은 1200억원 규모. 김 회장은 “2015년 15개의 계열사 총 매출액은 36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2년 만에 계열회사와 규모가 급성장을 한 것이다. “2016년에 그룹 면모를 갖췄다”고 자랑하는 이유다. 놀라운 것은 15개의 계열사 중 두레콤을 제외하면 14개 계열사는 모두 인수합병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M&A 전문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요즘도 인수합병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1주일에 한번은 관련 제안을 검토하고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한컴 인수 후에도 MDS테크놀로지(2014년), 2015년에는 한컴GMD를 통해 모바일포렌식 1위 기업을 인수합병했고, 기업형 SNS 업체인 DKB네트웍스도 인수했다. 또한 유럽 기반의 PDF 솔루션 업체인 벨기에 기업 아이텍스트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확산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M&A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M&A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기업은 확장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기업의 비전이 없어진다”며 “M&A는 기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한컴의 규모만 키워놓고 매각을 해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는 지적에 그는 “우리 그룹의 중심은 한글과컴퓨터다. 매각을 했으면 벌써 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M&A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김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 인수 후 매각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몇몇 기업의 경우 예상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아 매각했는데, 그것 때문에 나를 기업 사냥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기업 인수를 하는 기본 조건은 ‘잠재력과 시너지 효과’다. 2010년 한컴을 인수했을 때 김 회장은 한국의 보안기업인 소프트포럼(현 한컴시큐어)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한컴 인수에 뛰어든 것은 한컴의 브랜드와 소프트포럼이 보유한 보안 시스템과 융합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컴의 브랜드와 자산을 보면서 소프트포럼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한컴이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은 갖춰졌지만, 내부는 엉망이었다”고 김 회장은 회고했다. “IT 전문가가 아니지만 MDS테크놀로지를 인수한 것도 한컴 인수 이유와 같다”고 덧붙였다.

한컴 인수는 당시 김 회장에게 큰 도박이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도곡동 사옥을 매각해 인수자금 426억원을 마련했다. 부인 김정실 캐피탈익스프레스 회장에게서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사모펀드로부터 144억원을 끌어왔다. 2010년 한컴 지분 28%를 670억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130%나 붙여서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컴은 정말 대단한 기업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크고, 국민들이나 공공기관에서 한컴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당시 한컴 인수 이유를 밝혔다.

현재 한컴은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0.4%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MS가 71%, 한컴이 28%를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컴오피스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컴의 매출은 1조원 대로 훌쩍 뛰어 오른다. “한컴오피스 NEO와 전자책 독립출판 플랫폼 위퍼블 같은 신사업이 한컴을 더욱 크게 할 것”이라고 김 회장은 단언했다.

경기교육청의 한컴오피스 NEO 선정은 기폭제


올해 초 출시한 한컴오피스 NEO는 한글과 워드를 하나로 통합해 MS오피스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국어 번역도 가능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교육청은 한컴오피스 NEO를 단일 오피스 SW로 선정했다. MS오피스를 쓰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사건인데,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게 아쉽다”며 웃었다.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전국 시도 교육청과 기업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데, 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발표는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컴오피스 NEO의 해외 진출은 김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MS오피스에 대한 반감이 있어도 대체제가 없던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란, 카타르, 아프리카 등에 진출을 하려고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한컴오피스를 30% 넘게 쓰고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좋은 소식이 곧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치로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나?”라는 질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한 것은 생태계를 만들면 그 이후부터 매출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는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판매나 계약 등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컴의 매출 중에서 해외매출이 1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컴오피스를 필두로 전자책 독립출판 플랫폼 위퍼블, 음성인식 자동통번역 앱 지니톡 같은 신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위퍼블은 중국 1위 디지털 출판 기업과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글도 못 들어오는 중국에서 이미 한컴 웹오피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자랑했다. 8월 1일에는 미래부의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 주요 사업자에 ‘한컴 컨소시엄’이 선정되어 글로벌 교육 시장 진출에 나설 기반도 마련했다. 한컴의 계열사인 한컴커뮤니케이션이 주축이 된 한컴컨소시엄은 시공미디어·한국교육학술정보원·지노테크·EBS 등 10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올 하반기에는 사내벤처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디지털 노트 핸드라이팅 서비스 ‘플렉슬’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15개의 계열사를 이끌어가는 그룹 회장으로서 그가 지키려는 원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김 회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나는 그룹의 큰 일만 결정하고 나머지는 각사 대표가 직접 결정하고 운영한다. 우리 그룹사에 친척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딸 연수씨는 한컴 기획조정본부 미래전략 실장(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자녀가 한컴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는 질문에 “한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 아들도 있지만 딸의 능력이 더 좋다고 판단했고, 6년째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딸의 경영능력은 아직까지 60점 정도”라며 “다른 자식들은 모두 다른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 지키기 위해 노력


승계 문제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하는 이유가 있다. 만일 김연수 상무의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컴의 오너가 되어도 기업가는 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아버지를 잘 만나서 30~40대에 기업 부회장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첫번째는, 기업의 경영은 각사 대표에게 맡기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컴의 해외진출만 직접 챙기고 있다. 매월 2~3번씩 해외 출장을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현장에 직접 나서고 있다. “나는 평생 휴가 한번 가보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웃었다.

그가 기업 경영 외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 국제해킹방어대회인 ‘코드게이트’와 전통문화 보호 활동이다. 한컴의 후원으로 코드게이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81개국에서 1572팀, 주니어부의 경우 52개국에서 560명의 보안인재가 참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해킹방어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매년 한글날이 되면 한글문화큰잔치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에도 후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고, 이 외에도 해외문화재찾기 운동·아리랑 통일 운동 등에 한컴이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단어는 ‘샐러리맨 신화’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출신으로 1978년 처음 입사한 곳은 금호전기. 영업맨으로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올렸고, 영업본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1997년 IMF는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안겨줬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금호전기 사업부 중 금호미터텍(현 두레콤)을 그에게 맡긴 것. “나에게 왜 맡겼냐고? 당시 직원들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조건은 5년 후 인수비용 100억원을 갚는 것. 뛰어난 영업력으로 라트비아를 시작으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과 수출 계약을 따냈다. 1년 만에 인수비용을 갚았다. 기업가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김 회장은 웃었다.

한 번의 기회를 그는 움켜쥐었고, 성공시켰다. 샐러리맨의 성공 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가로서 지켜야 할 신조가 있다. 기업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오종택 기자

201609호 (2016.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