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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마피아 2.0: 맥스 레브친 전 페이팔 CTO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성공시킨 비결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페이팔을 설립해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맥스 레브친. 하지만 창업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하루에 절반 이상을 2012년 창업한 핀테크 어펌(Affirm)에서 보내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투자를 받을만한 기업을 직접 만드는 것은 더 재밌다”고 말한 레브친을 e메일로 만나 작은 아이디어를 큰 성공을 일군 비결을 들어봤다.

▎어펌의 CEO인 맥스 레브친은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팀워크가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창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완벽한 아이디어 자체가 성공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좋은 팀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맥스 레브친(Max Revchin·41)이 1998년 페이팔을 설립할 당시에는 몰랐던 성공 비결이다.

일리노이대학을 갓 졸업한 맥스 레브친은 스탠퍼드대학 옆 팔로알토에 살던 친구의 집으로 이사했다. 창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여름학기를 보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강의를 듣던 레브친은 피터 틸을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틸이 강의하는 수업은 인기가 없었다. 수강생이 6명에 불과 했다. 그 중 한 명이 레브친이었다. 24살의 레브친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틸에게 설명했다. 소형기기에 암호화된 정보를 저장하는 필드링크(Fieldlink)라는 보안 기술 아이디어였다.

틸은 레브친의 필드링크 아이디어에 투자 의사를 밝히고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1998년 레브친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기술을 담당했고 틸이 CEO로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Plan A는 실패. 소형기기에 대한 보안에 돈을 내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레브친은 보안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는 Plan B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그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Plan C, Plan D, 그리고 Plan E에서도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결과를 경험했다. 계속되는 실패를 거치면서 레브친은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정보를 암호화해 보낼 수 있다면 돈도 암호화해 송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회사가 바로 오늘날 온라인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팔(Paypal)의 전신이다.

6번의 실패후 마지막 Plan G가 대박

Plan F는 팜파일럿(초창기 PDA 제품)에서 다른 팜파일럿으로 현금을 안전하게 옮기는 시스템이었다. 마지막 아이디어(Plan G)의 일환으로, 웹 기반의 아주 기본적인 데모 버전을 만들었다. 고급 팜파일럿 버전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실제 현금 거래에 이 웹 버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레브친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는 매력적이지도 않은 데모 버전이었으니까요.”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실수라는 걸 인정한 것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를 만나면서다. “이베이라는 사이트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만나 이야기하더군요. ‘저희 경매 사이트에 페이팔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이때 레브친은 소비자가 누구고,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페이팔을 애용하던 이베이는 아예 페이팔을 사들였다. 2002년 당시 매입 금액은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당시 레브친이 보유한 페이팔 지분 2.3%의 가치는 3400만 달러 정도였다. 레브친은 다시 창업에 나섰다. 레브친은 뉴욕타임스와(NYT)의 인터뷰에서 “은퇴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젊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자선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기에는 에너지가 넘친다”며 2004년 슬라이드닷컴(사진·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을 설립했다. 또 다른 창업 아이템으로 페이팔보다 더 비싼 기업으로 키우겠다(2010년 구글에 슬라이드닷컴을 1억8200만 달러에 팔았다)는 야망도 있었다.

2004년 슬라이드닷컴 창업과 동시에 투자도 했다. 레브친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페이팔 동료 16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다. 이들은 대화를 하던 중 ‘좋은 치과의사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때 옐프(Yelp)의 콘셉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러셀 시몬스와 제레미 스토펠만은 그들이 준비하는 평판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레브친은 식사가 마무리되고 사무실로 시몬스와 스토펠만을 불러 아이디어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레브친은 그 다음날이들에게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을 받기로 했다. 물론 멤버들 간에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가 없었다. 정기 모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레브친은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고, 서로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줬기 때문에 모였다(stay connected)”고 말했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도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도왔기 때문이다.

페이팔 마피아의 진짜 힘은 ‘신뢰’

도시별 식당·상점 등을 검색·추천·평가해 공유하는 옐프는 현재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옐프에서 ‘별 하나’가 더해지면 해당 레스토랑 매출이 5~9% 뛴다. 현재 레브친이 보유한 옐프 지분 10%는 약 3억 달러로 추산된다. 옐프처럼 페이팔 출신이 세운 창업 회사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는 7개(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모터스·스페이스X, 리드 호프먼의 링크트인, 스티브 첸의 유튜브, 러셀 시몬스의 옐프, 데이비드 오 삭스의 야머, 피터 틸의 팰런티어)나 된다. 레브친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무리에 끼었다는 것은 행운”이라면서 페이팔 마피아의 진짜 힘은 “신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서로를 신뢰한다는 뜻은 “안전하거나 확실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신뢰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레브친의 투자는 이어진다. 핀터레스트(Pinterest)·유누들(YouNoodle)·위페이(WePay) 등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한 그는 2011년부터는 실리콘밸리에 ‘Hard, Valuable, Fun(HVF)’이라는 테크 인큐베이터를 세워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12년에는 신용카드 없이도 5초 이내에 온라인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핀테크 ‘어펌(Affirm)’을 창업했다.

페이팔 2.0 버전이다. 모바일 쇼핑과정에서 쇼핑카트에 담아놓은 뒤 결제과정에서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신용카드번호를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쇼핑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어펌과 제휴한 모바일 사이트의 이용자는 사이트 내 ‘어펌’ 버튼을 클릭하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통해 로그인이 되고 곧바로 청구서를 받게 된다.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서튼은 “젊은 창업자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잘나가는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신세대 부자에게 성공의 상징은 부동산이 아닌 능력이다”라고 설명한다. ‘연쇄창업가’라는 별명을 얻은 레브친의 생각도 비슷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과 실현시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는다. 아무것도 없거나, 무엇인가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박스기사] 성공을 부르는 네트워크 공식

1. 실력은 기본이다.

한 멤버를 보면 전체 그룹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

2. 타고난 행동가들을 포섭하라.

행동은 자신감과 용기를 낳는다. 행동에 따르는 실패·성공 여부와는 관계없다.

3. 공감대를 형성하라.

뭔가를 공유하고 있으면 ‘신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 돕게 된다.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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