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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의 실패후 마지막 Plan G가 대박Plan F는 팜파일럿(초창기 PDA 제품)에서 다른 팜파일럿으로 현금을 안전하게 옮기는 시스템이었다. 마지막 아이디어(Plan G)의 일환으로, 웹 기반의 아주 기본적인 데모 버전을 만들었다. 고급 팜파일럿 버전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실제 현금 거래에 이 웹 버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레브친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는 매력적이지도 않은 데모 버전이었으니까요.”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실수라는 걸 인정한 것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를 만나면서다. “이베이라는 사이트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만나 이야기하더군요. ‘저희 경매 사이트에 페이팔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이때 레브친은 소비자가 누구고,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페이팔을 애용하던 이베이는 아예 페이팔을 사들였다. 2002년 당시 매입 금액은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당시 레브친이 보유한 페이팔 지분 2.3%의 가치는 3400만 달러 정도였다. 레브친은 다시 창업에 나섰다. 레브친은 뉴욕타임스와(NYT)의 인터뷰에서 “은퇴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젊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자선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기에는 에너지가 넘친다”며 2004년 슬라이드닷컴(사진·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을 설립했다. 또 다른 창업 아이템으로 페이팔보다 더 비싼 기업으로 키우겠다(2010년 구글에 슬라이드닷컴을 1억8200만 달러에 팔았다)는 야망도 있었다.2004년 슬라이드닷컴 창업과 동시에 투자도 했다. 레브친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페이팔 동료 16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다. 이들은 대화를 하던 중 ‘좋은 치과의사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때 옐프(Yelp)의 콘셉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러셀 시몬스와 제레미 스토펠만은 그들이 준비하는 평판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레브친은 식사가 마무리되고 사무실로 시몬스와 스토펠만을 불러 아이디어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레브친은 그 다음날이들에게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을 받기로 했다. 물론 멤버들 간에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가 없었다. 정기 모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레브친은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고, 서로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줬기 때문에 모였다(stay connected)”고 말했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도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도왔기 때문이다.
페이팔 마피아의 진짜 힘은 ‘신뢰’도시별 식당·상점 등을 검색·추천·평가해 공유하는 옐프는 현재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옐프에서 ‘별 하나’가 더해지면 해당 레스토랑 매출이 5~9% 뛴다. 현재 레브친이 보유한 옐프 지분 10%는 약 3억 달러로 추산된다. 옐프처럼 페이팔 출신이 세운 창업 회사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는 7개(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모터스·스페이스X, 리드 호프먼의 링크트인, 스티브 첸의 유튜브, 러셀 시몬스의 옐프, 데이비드 오 삭스의 야머, 피터 틸의 팰런티어)나 된다. 레브친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무리에 끼었다는 것은 행운”이라면서 페이팔 마피아의 진짜 힘은 “신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서로를 신뢰한다는 뜻은 “안전하거나 확실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신뢰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지금도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레브친의 투자는 이어진다. 핀터레스트(Pinterest)·유누들(YouNoodle)·위페이(WePay) 등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한 그는 2011년부터는 실리콘밸리에 ‘Hard, Valuable, Fun(HVF)’이라는 테크 인큐베이터를 세워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12년에는 신용카드 없이도 5초 이내에 온라인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핀테크 ‘어펌(Affirm)’을 창업했다.페이팔 2.0 버전이다. 모바일 쇼핑과정에서 쇼핑카트에 담아놓은 뒤 결제과정에서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신용카드번호를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쇼핑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어펌과 제휴한 모바일 사이트의 이용자는 사이트 내 ‘어펌’ 버튼을 클릭하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통해 로그인이 되고 곧바로 청구서를 받게 된다.끊임없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서튼은 “젊은 창업자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잘나가는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신세대 부자에게 성공의 상징은 부동산이 아닌 능력이다”라고 설명한다. ‘연쇄창업가’라는 별명을 얻은 레브친의 생각도 비슷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과 실현시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는다. 아무것도 없거나, 무엇인가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박스기사] 성공을 부르는 네트워크 공식1. 실력은 기본이다.한 멤버를 보면 전체 그룹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2. 타고난 행동가들을 포섭하라.행동은 자신감과 용기를 낳는다. 행동에 따르는 실패·성공 여부와는 관계없다.3. 공감대를 형성하라.뭔가를 공유하고 있으면 ‘신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 돕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