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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창업
30여 종의 원료의약품 세계에 수출에스텍파마가 개발하고 판매 허가를 받은 API는 천식 치료제, 소염진통제, 당뇨치료제 등 50여 종에 이른다. 이중 30여 제품이 일본과 중국,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에스텍파마의 매출액 중 60~65%가 해외 수출에서 나올 정도로, 수출 위주의 기업이다. 특히 일본 제약업계에서 에스텍파마는 상당히 신뢰받는 기업이다. 수출액 중 90% 정도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일본은 북미 시장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2013년 조사기관 IMS가 발표한 ‘Health Market’ 자료에 따르면 북미 의약품 시장 규모는 3490억 달러이고 일본이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1105억 달러를 차지한다. 당연히 일본 의약품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일본의 제약 회사 30여 곳에서 우리가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자랑했다.김 대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수출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처럼, 한국의 조그마한 원료의약품 제조 기업을 믿어줄 제약 회사는 없었다. 특히 일본 제약업계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계약을 할 때 1을 요구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기준이 2나 3으로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완벽함을 요구하는 일본 제약업계 특성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이라는 험난한 시장에 진입한 것은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신뢰였다. 신뢰는 에스텍파마의 성공 스토리 키워드다.10년 전 일본의 한 제약사가 파킨슨병 치료제에 들어가는 원료의약품을 찾았다. 일본에 있는 원료의약품 제조 기업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수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연구원의 노력과 다른 벤처업계의 도움을 받아서 파키슨병 치료제의 원료의약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김 대표는 회고했다. 새로운 제조 방법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일본의 제약업계가 에스텍파마에 관심이 기울이기 시작했다. 천식 알레르기 치료제에 들어가는 원료의약품의 경우는 손해를 보면서도 일본에 수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 진입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숙제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으로 수출을 다각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출액 대비 7~8%를 R&D에 투자해외 제약업계에 에스텍파마 브랜드를 알릴 수 있던 것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기술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161명의 임직원 중 연구원은 40여 명이나 된다. 중국에는 연구소도 설립했다. R&D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출액 대비 7~8% 정도. “R&D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어느덧 한국 제약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1000억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신약 개발이다. 에스텍파마는 2014년 12월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기업 비보존의 지분 15.6%를 2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에스텍파마는 비보존과 함께 비마약 성 통증치료제 신약(VVZ-149)를 개발 중이다. 한국 세브란스병원과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에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고, 올 연말이면 임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진통제 시장은 80조원 규모의 항암제 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비마약성 진통제가 임상이 끝나면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자랑했다. 최근에는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이 개발한 루게릭병 신약의 핵심 중간제를 에스텍파마가 공급하고 있다. 아주대학교의 모 교수와 함께 임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간염치료제 신약의 시판도 내년이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신약 개발과 함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계약제조업체)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공동개발과 공동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장의 시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폐암치료제, C형간염, 루게릭병, 급성골수성백혈병 등의 다양한 CMO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 2012년 586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일본의 환율에 영향을 받아 매출액이 2013년 42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를 다시 5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한 숙제다. “2~3년 안에 1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싶다. 벤처 정신을 그대로 살려서 리스크가 있어도 도전해야 할 게 생기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1983년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서 태평양화학에 입사했지만, 그는 제약 사업부에 배치됐다. 제약사업부에 입사하기로 했던 신입직원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태평양제약은 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했다.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제약 업계에 발을 디딘 것. 연구원으로 일할 때 그의 목표는 수입에 의존하는 원료의약품의 국산화였다. 하지만 회사는 개발이 아닌 영업에 신경을 썼다. 연구소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원 없이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 독립했다”고 김 대표가 말하는 이유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하면 성공할 것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견뎌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