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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의 G(글로벌)와 I(나)사이 HR(6) 

SNS가 촉발시킨 디지털 근로환경과 고용시장 변화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카카오톡)' 메시지는 직장인에겐 고역이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안까지 국회에서 발의됐다. 전통적인 근로환경이나 노사라는 대칭형 관계를 털고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카카오톡)’ 메시지는 직장인에겐 고역이다. 곁에 있는 가족이라고 다를 게 없다. 모처럼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데, 느닷없이 들리는 카톡 수신음은 ‘일할 시간’이라는 경고장을 가족 전체에게 날리는 격이다. 일순간에 일과 가정의 양립은 산산조각난다. 그렇다고 단체카톡방을 스마트폰에서 지울 수도 없다. 상사와 동료, 부하로부터 빈축이 돌아오기 십상이고, 자칫하면 왕따의 위험에 노출된다.

최근 이런 근로자의 고충을 고려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다.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통신수단을 이용한 업무지시 관행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다.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가정 양립을 지원한다는 큰 그림도 엿보인다.

물론 이를 두고 논란이 인다. 법률 만능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이를 어기면 과연 형사처벌 할 수 있느냐는 실효성까지 제기되는 등 법적 문제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선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를 위해 SNS를 활용한 업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근로자로선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감 차원에서 SNS 차단이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SNS 수신이 안 돼 다른 사람이 엉뚱한 방향으로 처리한다면 그 또한 직장인으로선 고역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카톡 금지법은 기존 근로환경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임에는 틀림없다. 디지털화에 따른 근로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와 대응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카톡 금지법이 제대로 된 법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발의된 카톡 금지법은 디지털 근로환경의 변화에 따른 권리요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그 기반이 생산현장(대면업무)에 근거를 둔 전통적 근로환경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디지털 환경에 맞춘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성과를 내면 그 성과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게 없다. 변화의 필요성을 수면 위로 부상 시키면서 정작 변화를 거부하고 권리만 챙기는 내용이란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당연히 근로환경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기반한 1인 프리랜서와의 협업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일감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이나 e메일을 활용해 회사 내 직원이 아닌 외부인에게 일감을 주고, 성과물을 받는 대체인력 사용이 용이해졌다는 뜻이다. 업무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수행이 가능해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도 증가추세다. 유럽에선 활동인구의 25%가 이미 디지털 노마드가 됐다고 한다. 2020년까지 4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회사에선 대면업무 대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근로감독과 지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근로자에겐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 문제가 또다른 산업재해 차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선진국 학계의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통적인 근로환경이나 노사라는 대칭형 관계를 털고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선진국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부 국가에선 법안 수립 단계까지 갔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지난해 9월 15일 프랑스 통신업체인 오렌지텔레콤의 인사부문 책임자인 브루노 메틀링(Bruno Mettling)은 미리앙 엘 콤리(Myriam El Khomri) 노동부장관에게 36개의 권고가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디지털 변화와 직장생활(Transformation numerique et vie au travail)’이란 보고서로, 일명 메틀링 보고서로 불린다. 디지털화와 이로 인한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새로운 고용·노동형태가 노동법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이 보고서를 기초로 노동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재량근로제와 연결차단권


메틀링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재량근로제와 연결차단권이다. 디지털 시대의 재량근로제는 근로자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기 위해선 재량근로 실시조건을 법으로 명확히 해 강제해야 한다고 권했다. 휴식시간과 업무수행이 잘 분배될 수 있도록 업무량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량근로라는 이름으로 근로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을 필요가 있어서다. 프랑스는 간부직원에게 재량근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근로자 평균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식시간이 모호해서다. 이 때문에 노사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변동할 경우 개별적으로 인력 대체를 수락하는 권리도 요구했다.

연결차단권은 말 그대로 회사업무에 관한 연락 또는 접속을 시간을 정해 차단하는 권리다. 스트레스와 피곤은 생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연결차단권은 일부 회사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2011년 12월 업무용 서버에서 스마트폰 발송기능을 근로 시간이 지나면 정지하도록 했다. 차단시간은 평일에는 오후 6시 1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월요일 오전 7시까지다. 프랑스 전자상거래 회사인 ‘프라이스 미니스터’는 매달 반나절은 메일을 차단하고 있다. 구두 교류, 대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프랑스와 우리의 고용노동환경은 많이 다르다. 예컨대 프랑스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근로자는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하면 해고사유가 된다. 더욱이 이 보고서는 현실적인 변화를 다양하게 반영하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당 근로시간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이다. 메틀링 보고서에 대해 프랑스노조(FO)가 “근로환경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도 이런 고려가 안보인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202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점친 일자리는 약 710만 개다. 이 일자리는 대부분 전통적인 근로환경에 기반을 둔 업종이다.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된 200만 개의 일자리는 반대로 근로시간이나 작업장에 구애 받지 않는 형태다. 기업의 인력운용 방향이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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