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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 루닛 대표 

기술력에서 구글을 제친 스타트업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강정현 기자
루닛은 이미지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영상자료를 분석해 병을 판별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결핵의 경우 90% 이상의 정확성을 기록하고 있고, 좀 더 복잡하고 판독이 어려운 유방암은 81%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역삼동 루닛 사무실에서 만난 백승욱 대표가 자체 개발한 DIB가 흉부 영상자료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설명했다.
올해 11월 말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에서 북미 방사선 학회(The 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RSNA)가 열린다. 매년 열리는 행사로 방사선 관련 의사와 기업 등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는 유명한 학회 행사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키노트를 통해 학술적인 흐름을 알 수 있고, 다양한 기업들이 제품을 전시하면서 기술의 발전도 알 수 있는 기회다. 방사선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하고 싶은 이 행사에 한국 스타트업 대표가 키노트 무대에 서게 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한 딥러닝으로 유방암과 결핵의 영상진단을 하는 루닛 백승욱(34) 대표다. “우리와 손을 잡고 연구하고 있는 의사들과 함께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이런 전문적인 학술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음을 알려주는 것이다”고 자랑했다.

루닛은 영상진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DIB (Data-driven Imaging Biomarker)가 유방암과 결핵의 유무를 의사 대신 판독한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의사가 보지 못하는 것을 DIB가 발견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을 포함해 이미지 인식 기술은 많은 기업들이 개발하고 상용화를 했다. 루닛의 DIB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른 이미지 인식 기술과 차별점이 있어야만 한다. 백 대표는 “사람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뛰어 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마치 알파고가 스스로 대국을 하면서 바둑 기사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과 같다.

DIB는 의사들이 암이나 결핵이라고 판별한 영상자료 뿐만 아니라, 아무런 정보가 없는 영상자료도 데이터로 사용한다. DIB가 스스로 영상자료에서 뭔가를 찾아낼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는 사람이 못 본 것을 몇 개나 발견했는지, 의사가 찾아낸 것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 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IB의 정확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백 대표는 “폐질환을 판별하는 AUC(Aread Under the Curve) 정확도는 90~95% 정도이고, 유방암의 경우 81% 정도”라고 답변했다. “정확성의 수치는 높지만, 아직도 의사가 보는 것을 DIB가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알파고가 지고 있을 때 이상한 수를 놓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백 대표는 말했다.

백 대표는 DIB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DIB의 판독이 더욱 세밀하고 정확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계속 모으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같은 국내 대형병원 5곳과 함께 연구하는 이유다.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는 의학의 최신 트렌드를 잘 아는 의사를 찾는 게 중요했다. 논문발표장에 찾아가서 인사를 하거나, 사람들의 소개를 받아서 우리와 손을 잡을 수 있는 의사를 많이 찾아다녔다”고 백 대표는 협업이 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 의사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외로 최신 기술에 대해 관심 있는 의사가 많았다. 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현재는 유방암과 결핵에 집중하고 있고, 향후 심장질환이나 폐암 검출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방사선 학회에서 논문 발표


루닛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2014년 이미지 인식 기술을 평가하는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에 출전해 물체 분류 및 위치 인식 부문에서 7위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5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구글을 제치면서 루닛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백 대표는 “당시 루닛의 에러율이 14%였는데, 구글은 19%였다”고 자랑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많이 받고 있다. 2014년 케이큐브벤처스가 1억원을 투자했고, Tips Program에 루닛이 선정되어 5억원의 지원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케이큐브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백 대표는 “9월에 30여 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후 창업에 도전했다. 2002년 학부 2학년 때 선배가 창업한 ‘에빅사(Evixar)’에 참여하면서 창업의 매력을 느꼈다. 2013년 8월 학교 힙합 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와 함께 클디(CLDI)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다. 2015년 루닛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루닛은 딥러닝의 러닝(Learning)과 구성단위를 뜻하는 유닛(Unit)을 합친 말이다. “해외에서 클디를 보통 C·L·D·I 알파벳으로 읽었다. 회사명이 발음하기 어려웠고, 비즈니스가 바뀌었기 때문에 사명도 바꿔야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9년 대학원에서 이미지 인식 기술과 딥러닝을 접하면서 루닛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연구했던 분야는 회로설계였다. 회로설계를 공부하면서 딥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의료 분야가 아닌 패션이었다. “창업 당시에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하면 패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리콘밸리에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본 투 글로벌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를 했는데, 그때 엄청 깨졌다”며 웃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사업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그때 만났던 엔젤투자자 한 명이 “메디컬 이미징은 안하느냐”는 이야기를 툭 던졌다. 백 대표는 “안한다”고 대답하고 돌아온 상황.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실리콘밸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클디에서 루닛이라는 사명이 바뀐 계기가 됐다.

6명으로 시작했던 루닛은 현재 14명으로 늘었다. 대다수의 임직원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출퇴근 자유, 휴가 무제한 같은 초기 스타트업이 도입하기 힘든 제도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엔지니어 중심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기업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가천대 길병원이 암 진단과 치료에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종양학)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인공지능을 한국 의학계가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백 대표는 “우리는 의학계에 기여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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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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