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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빅딜’은 없다…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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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현대증권 인수전 두 번의 고배자존심 실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투는 올 초 자기자본 3조원대인 현대증권 인수전에 연달아 뛰어들어 선두 탈환을 노렸지만 이마저 KB에게 내줬다. 인수 직전 주주총회에서 김 부회장이 “아시아 최고가 되려면 무엇보다 회사의 덩치가 커져야 한다”며 “현대증권의 영업력을 더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장담했지만 실패했다. 연거푸 대형 인수전에서 탈락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업계 5~6위로 미끄러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은 “당분간은 대우, 현대만한 매물이 등장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규모 싸움에서 밀린 증권사는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자기자본 7000억원 규모의 하이투자증권이 인수자를 찾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3조와 4조, 8조원으로 구분해 규모별로 차등 혜택을 주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자기자본 3조2000억원대인 한투증권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4조원대로 올라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앞서 강조했던 덩치 대신 실속에 방점을 뒀다. 그는 서울대 입사설명회가 끝난 뒤 하이투자증권 인수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크게 고민을 안 해 봤다.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한투와 하이투자증권이 합치면 무슨 시너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와신상담 끝 돌파구는 우리은행 인수 참여그렇다면 김남구 부회장이 찾은 돌파구는 무엇일까. 2주 뒤, 그는 우리은행 인수전에 베팅했다. 한국투자금융 지주의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4~8%를 인수하겠다며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8%를 인수할 경우 드는 예상 비용은 7000억원 정도다. 김 부회장은 “가격이 싸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자본력을 고려할 때 이는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보유 현금과 자산 매각, 일정 부분 차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한투증권은 투자의향서 제출 당일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이 높은 점과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 있어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주식 배당금과 주가등락에 따른 시세차익 등 투자수익성을 전면에 내세웠다.하지만 투자란 늘 실현 수익과 비실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이뤄진다. 증권사가 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땐 더욱 그렇다. 한투의 우리은행 분할매각 참여가 궁극적으로 은행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한국경영학회 경영자대상을 받으면서 “자금수요자와 공급자 간 단순 매칭 역할을 뛰어넘는 ‘종합 금융 조력자(Financial Enabler)’가 되겠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 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금융 풀라인업(full line-up)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김 부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로 은행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은 과점주주 지분율 8%를 내세우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과점주주 지위를 획득한 뒤 추가 지분을 매입해 입김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투는 투자의향서 제출 직후 발표 말미에 “민영화 이후 경영자율성이 커지면 앞으로 우리은행 수익성이 높아지고 증권사와 연계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너지(synergy)’는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빅딜 때마다 김 부회장이 즐겨 써 온 말이다.김 부회장에게 “증권사 규모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놓고 물었다. “자기자본을 늘려 규모 경쟁을 하기에 앞서 신규 업무의 수익성, 사업구조 변화,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여도 등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원론적 대답이 돌아왔다. 8%가 넘는 우리은행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가능성을 묻자 “현재는 진행되고 있는 실사 과정을 통해 면밀히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이후 계획은 실사 결과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는 열린 단서가 붙었다.한투가 우리은행을 통해 당장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는 대면 채널 확보다. 은행에 비해 투자자와의 접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의 풍부한 리테일 영업기반과 상품판매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시중은행 중 기업금융 1위인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의 IB(투자은행) 역량이 서로 협력한다면 개인·기업 모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을 NH에 매각한 뒤 삼성증권과 복합점포를 구성하는 등 증권사 협업에 목말라 한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한투의 등장은 반가운 측면이 있다.
카카오은행 지분으로 은행 지주사 전환 눈앞에한국투자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지분참여와는 별개로 이미 은행지주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은행의 지분 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 등 경쟁자들이 넘보던 다음카카오의 파트너 자리를 일찌감치 꿰차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화하는 은행업 판도 흐름을 일찍이 읽고 대처한 판단력이 주효했다. 카카오뱅크는 11월 본인가를 신청한다.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전 국민의 90%가 이용한다는 카카오톡의 국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은행지주사 변경에 맞춰 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평가기준 강화에 대비 중이고 현재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일각에서 제기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독점 논란에 대해서도 한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지분 10%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투가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되면 현재 두 개뿐인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지주사(한국금융지주)에서 참여했고, 우리은행 지분인수 검토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진행중인 사안”이라면서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에 대해 주주간 지분 참여 비율로 보유비중을 계산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카카오뱅크 최대주주지만 김 부회장 본인은 정작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싫은 사람 메시지까지 들어오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추후 카카오뱅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들이 들어와 (카톡을) 잠시 중단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김 부회장의 별명은 ‘곰’이다. 그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 곰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한번 정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성격과 키 180㎝가 넘는 큰 덩치 때문일 것”이라고 회상했다. 아버지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을 닮아 타고난 큰 키(182cm)와 좋은 체구가 특징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아는 사람들은 덩치보다는 흐르는 시냇물에서 정중동(靜中動)해 단번에 물고기를 낚아채는 곰의 사냥 방식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 그는 신중하고 주의깊은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한다.
개척가 DNA 이어받아 끝없는 도전 나서재벌가 장남으로 자랐지만 아버지 김재철 회장의 엄격한 교육 방식 덕에 김 부회장은 그 흔한 스캔들이나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직후 동원산업에 입사해 신분을 숨기고 원양어선을 탄 일화는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1986년 대학을 마칠 무렵 5개월 간 북태평양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몸을 실었다”고 고백했다. 남태평양에서 반 년간 참치를 삶고 냉동하며 동원참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아마 여러 사람들이 말을 전하고 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기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김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들이 군대 갈 나이가 돼서 회장님(김재철 회장)께 ‘얘도 배를 태울까요?’하고 묻자 ‘야, 거긴 위험해서 안 된다’며 말리시더라”며 웃었다. “그렇게 위험한 곳을 아들(본인)은 보내셔놓고 손주는 안 된다고 하셨다”는 거다. 아들 훈육은 아버지가 전담하는 게 집안 전통인 걸까. 김 부회장은 올 여름 방학을 맞아 대학에 다니는 아들 동윤(23) 씨를 창원 소재 식품가공공장에 내려 보냈다. 동윤 씨가 “주말엔 일이 없어요”라며 올라오자 그는 현지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본 뒤 “일 있다더라”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이런 혹독한 교육 방식은 동원가(家)를 관통하는 ‘개척가 DNA’에 기인한다. 부친인 김재철 회장은 바다를 향한 무한한 동경과 희망만으로 맨땅에서 그룹을 일궜다. 강인한 뱃사람식 개척 정신을 중요시하는 가풍(家風)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사풍(社風)으로 이어졌다. 과거 한투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한투는) 국내 영업부터 해외 진출까지 뭘 하든 반드시 밑바닥부터 직접 겪고 판단하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일궈나가는 업무 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최대한 이용해 성과를 빨리 내려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기본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사업 스타일의 단점은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1991년 동원증권 입사 이후 25년간 금융투자업계에만 몸담아 온 김 부회장이 은행업에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앞서 2014년 고려대 채용설명회에서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의 사이에는 문화 차이가 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은행은 대표가 바뀌어도 영업 정책이 그대로지만 증권사는 지점장만 교체돼도 모든 게 바뀐다”고 말했던 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활로를 찾기가 어렵다. 김 부회장에게 “만약 삼성증권이 M&A 시장에 나온다면 인수할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현실성이 없는 문제”라며 “검토한 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김 부회장은 “은행업과 금융 투자업은 출발점이 달라 당연히 일정 부분 문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금융이라는 업의 본질이 같은 이상, 같은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11년 전 이질적인 두 조직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경험이 있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동원증권과 투신업 기반의 한국투자신탁증권을 합쳐 지금의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궜다.지금 한국 금융계는 두 번의 실패 후 와신상담에 나선 그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박스기사] 김남구가 소개하는 ‘5가지 경영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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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②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③ 고객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④ 우리의 결과는 무엇인가?
⑤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박스기사] 김남구의 ‘NK 리더십’ 4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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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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