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효연의 작품에서는 예술적 광기가 뿜어내는 질서와 무질서가
충돌을 반복한다. 실상과 추상의 경계 없이 거칠게 휘두르는 붓놀림은
가히 독보적이다.
탁효연(1969~ )은 북한에 현존하는 서양화가다.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했다. 북한의 권위 있는 국가미술전람회에서 수없이 입상했으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전시도 활발하게 했다.
탁효연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1월, 평양에 있는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건물 1층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작업실에서였다. 서양화가가 조선화창작단 건물에서 작업하는 것이 의아했지만 나는 이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북한에선 조선화(한국화)가 대세인데 서양화가의 작업실을 처음 보는 기회라서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탁효연의 작업실은 전체공간 중에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컸다. 작업실의 나머지 반은 두세 명의 화가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탁효연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접 만난 탁효연은 나이도 젊은데다 동안이었다. 말투도 자신만만했고 쾌활했다. 탁효연과 금방 친해졌고 평양에 갈 때마다 안내원의 주선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탁효연을 만난 지 3년쯤 돼서부터 나는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었으며, 그의 작업실도 없어졌다. 분단시대 북녘에서 나의 시야에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서양화가 탁효연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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