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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철 FMK 대표 

개성을 깨우는 아이콘, 르반떼 & 기블리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이탈리안 럭셔리 카 마세라티가 SUV 르반떼, 중형 세단 기블리를 앞세워 1억원대 프리미엄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수입차 1세대’ 김광철 FMK 대표는 색다른 프리미엄 모델로 개성 강한 오너를 공략 중이다.

▎김광철 FMK 대표는 “독일·일본차 일변도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마세라티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세라티는 100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SUV 모델 ‘르반떼’를 지난해 출시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는 자동차 PPL(간접광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럭셔리 카로 꼽히는 마세라티는 주인공인 도깨비 김신(공유)의 차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를 제공했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 모양의 엠블럼이 화면 곳곳에 등장하면서 상당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마세라티는 앞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럭키>서 주인공 차로 기블리를, 올 초 개봉한 영화 <마스터>에서 주인공 차로 콰트로포르테·그란투리스모를 줄줄이 등장시켰다. <럭키>와 <마스터>가 각각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10일 서울 한남동 마세라티 한남 전시장에서 만난 김광철(60)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 대표는 “드라마와 영화에 노출된 이후 전시장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이미 대중화된 독일·일본 수입차가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마세라티로 옮겨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수입차 1세대’로 꼽힌다. 볼보·BMW·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 2015년 7월 마세라티 수입사인 FMK의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시장은 주춤거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22만5279대로, 전년의 24만3900대보다 7.6%나 감소했다. 디젤 게이트를 겪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가 전년보다 40~60% 정도 줄었고, 일부 모델의 인증취소에 따른 판매중단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수입차시장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판매 대수에선 2015년에 이어 1300대를 달성했고,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 늘었다. 2007년 국내에 첫 진출한 마세라티는 2013년 100대에서 2015년 1300대로 2년 만에 판매가 13배 급증한 바 있다. 김광철 대표는 “대당 2억원 이상 고급 세단 위주에서 벗어나 1억원 안팎 중형 세단 기블리,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를 내놓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서울 송파·한남전시장 오픈 등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도 지속적 판매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법인 리스 한도 규제에 따라 법인 판매가 전체의 40%에서 20%대로 확 떨어졌습니다. 수입차업계 전반적인 분위기죠. 하지만 마세라티는 나름의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존재합니다. 개성을 중시하고 특색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소비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우리는 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마세라티 최초 SUV ‘르반떼’ 판매 호조


소수를 위한 스포츠카 브랜드로 알려진 마세라티는 최근 모델 출시와 마케팅에서 크게 달라졌다. 콰트로포르테로 럭셔리 세단 시장에 들어서더니 기블리로 좀 더 대중화된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블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와 경쟁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서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되지만 경쟁 또한 치열한 시장이다. 지난 연말엔 마세라티 최초의 SUV인 르반떼까지 내놨다. 김 대표는 “지난해 판매를 보면 기블리가 65% 정도를 차지하며 마세라티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며 “올해는 르반떼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르반떼는 마세라티가 처음 만든 SUV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마세라티만의 뛰어난 주행성능을 기본으로 각종 고급 소재와 다양한 첨단 장비까지 겸비했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 사운드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 구별 없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1억1000만원부터 시작하는 르반떼 디젤은 마세라티 브랜드에 대한 소유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최상급 트림인 르반떼 S에는 페라리 공장에서 만든 430마력의 엔진이 탑재되어 막강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르반떼는 온화한 바람에서 순간 강풍으로 돌변하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뜻을 지녔다.

지난해 11월 르반떼 출시 행사에서 김 대표는 “연 판매목표는 300대”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분위기를 묻자 그는 “르반떼는 디자인·럭셔리·주행성능 3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구현한 SUV 모델이자, 동급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감성과 매력을 지녔다”며 “11월 출시 이후 130대 정도를 출고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아 목표의 두 배 정도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르반떼가 먼저 출시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물량 확보가 당면 과제다.

수입차업계에서는 포르셰의 카이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르반떼의 경쟁 모델로 꼽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르반떼의 경쟁 모델은 마세라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세라티는 세단 이미지가 강한데 이런 인식을 딛고자 출시한 것이 바로 SUV 르반떼”라며 “기블리와 달리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고성능 차로, 또 다른 경험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세라티 브랜드 안에서 모델 별로 경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파·한남전시장 오픈으로 문턱 낮춰


▎(왼쪽부터) 르반떼 / 기블리
르반떼는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신형 디자인의 헤드라이트를 적용했다. 마세라티의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제작 서비스가 적용되어 시트 가죽은 총 28개의 인테리어 색상 조합이 가능하며 대시보드·핸들·헤드라이닝 등 실내를 개인 취향에 따라 맞춤 주문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도로 위의 예술품이라 불릴 정도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명품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모델과 같은 ‘불룸카(대형판매가 이뤄지는 모델)’가 아니에요. 현재도 제작 대수를 연 3만대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공장에선 많은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어필하는 모델이죠.”

김광철 대표는 동아자동차(현 쌍용자동차)와 한진건설 장비사업부를 거쳐 1991년 볼보자동차세일즈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수입차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BMW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임원을 거쳐 더클래스 효성·효성토요타·더프리미엄효성의 대표를 역임했다. 스웨덴·독일·일본 브랜드에 이어 이탈리아 브랜드를 맡으면서 미국만 빼고는 자동차 선진국의 기업 경영을 모두 접한 셈이다. 업계에선 개성이 강한 직원들을 잘 이끌어 실적까지 높이는 데 성공한 ‘화합형 경영자’로 통한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럭셔리 브랜드의 문턱을 낮추는데 주력했다. 드라마·영화의 PPL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서울 강북지역에 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그는 “마세라티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홍보와 마케팅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PPL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노출효과가 좋아 몇 해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드라마·영화 PPL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브랜드가 촬영용 차를 무료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제작 파트너로 적극 참여하는 추세다. 흥행 가능성이 클 경우 수억 원의 제작비까지 지원한다. 노골적이란 비판이 일기도 하지만 브랜드 노출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마케팅이다. TV에 한 달 광고하려면 10억~20억원이 들지만 드라마 PPL은 수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노출 시간도 길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월등하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가치에 맞는 AS체계 구축


▎김광철 FMK 대표가 한남전시장 컨피규레이터룸을 둘러보고 있다.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제작 서비스가 적용되어 시트 가죽은 물론이고 대시보드· 핸들·헤드라이닝 등 실내를 개인 취향에 따라 맞춤 주문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자사 차량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선 ‘도깨비 차’라는 애칭까지 얻은 르반떼 외에도 콰트로포르테, 그란카브리오 등을 선보였다. 지난여름 종영한 드라마 <닥터스>에서도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를 등장시켰다. 김 대표는 “마케팅팀의 감이 좋아 뜰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냈고 이것이 우리 고객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기회가 됐다”며 “중국, 동남아 등에서도 드라마를 보고 현지법인들이 오히려 고맙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함께 한 윤수미 마케팅 총괄 이사는 “드라마 <도깨비>는 앞서 크게 히트 친 <태양의 후예> 작가의 차기작이라서 수입차 브랜드 간의 PPL 경쟁이 치열했다. 퀘벡 촬영 일정을 마세라티의 캐나다 현지법인이 지원하는 등 한·캐나다 협력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FMK는 지난해 10월 송파와 한남에 전시장을 연이어 오픈했다. 이로써 마세라티는 전국 10곳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한남전시장은 강북지역 최초의 마세라티 전시장으로 강북지역 공략의 교두보”라며 “특히 한남동은 성공한 비즈니스맨, 외국계 임원 등 젊은 부자들이 많은 곳으로 압구정·청담동 못지않은 주요 시장”이라고 말했다.

“마세라티는 3S(세일즈·서비스·스페어부품)를 모두 갖춘 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세라티 본사의 쇼룸과 동일한 콘셉트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죠.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가상으로 구성, 주문하는 컨피규레이터룸과 고객 라운지 등 편의시설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세라티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뿐 아니라 페라리나 포르셰 등 타 프리미엄급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이를 위해 FMK는 최근 시승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더 뉴 콰트로포르테 그란스포트’의 공식 출시에 앞서 지난 2월8일부터 사흘 동안 하루 20명 내외의 고객들을 초청해 신차와 르반떼, 기블리 등 다양한 차종을 시승하고 살펴 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희소성이 강점인 브랜드로서 단순 인지도보다는 마세라티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프로모션을 시즌별로 운영하고 있고, 캐피탈과 연계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센터 강화 또한 김 대표가 취임 후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 중 하나다. 그는 “경영자로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1억원이 넘는 럭셔리카 브랜드라면 1대를 팔아도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마세라티의 한국 판매 누적분이 4000대 정도로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해마다 크게 늘고 있어 서비스 강화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AS 품질 향상의 핵심은 전문 인력 양성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마세라티 아카데미를 창설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마세라티의 차량은 수공업 제작이 많은 만큼 세밀하고 정교하다는 게 업계 평판이다. 기업의 급성장과 함께 직원이 부쩍 늘면서 이탈리아 본사 연수 등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의 아주 작은 불만이라도 바로바로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정비사들을 위한 마세라티 아카데미를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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