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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폴바셋' 성공시킨 재계 대표 미식가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지난해 매일유업은 서울우유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유(乳)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김정완 회장의 경영비결은 무엇일까?

▎김정완 회장(왼쪽)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커피 사업에 진출했다. 폴바셋은 공격적인 매장 확장과 인재 채용 등으로 흑자를 이어가며 개점 이후 103%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매일유업
최근 증권사들은 매일유업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존 5만2000원에서 6만원으로, 미래에셋대우는 4만86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올렸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5월1일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와 사업 회사인 매일유업으로 인적 분할했다. 이번 분할로 시장에서는 매일유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매일유업 자회사인 유아동용품 기업인 제로투세븐과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운영하고 있는 엠즈씨드 등의 수익성 부진이 전체 실적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매일유업 종속기업의 실적이 부진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매일홀딩스와 매일유업 합산 적정가치는 8315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28일 매일유업의 주가는 5만4000원, 시가총액은 7365억원이다. 매일유업은 회사 분할로 지난 4월28일부터 6월4일까지 매매거래 정지 상태다. 6월5일 재상장된다.

김정완(60) 매일유업 회장은 매일홀딩스 대표를 맡는다. 매일홀딩스는 자회사의 지분 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다. 주류를 수입하는 ‘레뱅드매일’, ‘엠즈씨드’ 등 모든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매일홀딩스에 귀속된다. 매일유업의 본업인 유가공 제품의 개발·생산·판매는 사업회사인 매일유업이 전담한다. 매일유업은 김 회장의 사촌 동생인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이 맡는다. 김 회장은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으로 보성고,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N.C.웨슬리언(Wesleyan)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지난 1986년 6월 매일유업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6년 선대 회장으로부터 매일유업을 물려받은 후 2010년 회장직을 맡아 지금껏 그룹을 이끌고 있다.


▎폴바셋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호주 바리스타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김 회장이 직접 폴 바셋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몇 년째 유(乳)업계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원유 재고량이 늘고 있어서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2010년 1050t이었던 국내산 우유(분유)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1만9995t으로 20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한국 원유 수취가격은 ℓ당 1100원으로 300~400원대인 유럽에 비해 높다. 여기에 저출산과 소비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140만5000t에서 지난해 138만4000t으로 줄었다.

김 회장은 유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2년 1조7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조 클럽’에 첫 가입했다. 이듬해에는 라이벌 회사인 남양유업의 매출을 넘어섰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매출은 1조6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5% 증가한 525억7000만 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 매출은 김 회장의 취임 첫해보다 80% 가까이 신장했다. 또 지난해에는 매출 기준으로 서울우유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의 시계는 10년 후로 맞춰져 있다. 그는 “나에게 1년, 2년 후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며 “10년 후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업계 불황에서도 비용을 줄이기 보단 신성장 사업을 육성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는 그의 경영철학인 ‘도전’과 ‘개척’과 맞닿아 있다. 불황 타개책으로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커피다.

그는 커피 애호가다.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은 물론, 좋은 원두를 사용하거나 특이한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곳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그는 2009년 신세계 강남점에 커피 전문점인 폴바셋 1호점을 열었다. 폴바셋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호주 바리스타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김 회장이 직접 폴 바셋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아메리카노(Americano)·카페라떼(Cafe latte)·카푸치노(Cappuccino)와 같은 커피 음료는 익숙한 지 오래였다. 또 커피시장은 포화상태인 만큼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성공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차별화와 품질로 커피시장을 공략했다. 폴바셋은 바셋이 고른 원두만 사용하고 그의 방식대로 커피를 추출한다. 일반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보다 30초 정도 길게 추출하는 롱고를 기본 커피로 판매한다. 매일유업 제품군을 적극 활용해 카페라떼 메뉴에선 저지방 2종(1%, 2%), 무지방 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가격도 스타벅스·커피빈 등 커피 브랜드 업체보다 10∼20% 높은 고가 전략을 펼쳤다.

유제품 넘어 종합 식품회사로 도약


또 론칭 후 덩치 키우기 전략보다는 평판 쌓기에 주력했다. 론칭 이후 이듬해에는 10곳, 그 다음해에는 20여 곳으로 천천히 늘렸다. 현재는 70여 곳이다. 김 회장은 커피 전문점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2013년 매일유업에서 자회사인 엠즈씨드라는 독립법인으로 떼냈다. 이후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폴바셋의 지난해 매출은 653억원으로 전년(484억원)보다 34.9% 늘었다. 영업이익도 2015년 적자(1억3000만원)에서 지난해엔 흑자(3억 1000만원)로 돌아섰다. 2020년 17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국내 최초 농촌 체험형 테마공원인 상하농원도 김 회장이 2008년부터 그린 그림의 산물이다. 상하농원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10만㎡(3만 평) 규모에 달하는 공원이다. 이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체험형 농원인 ‘모쿠모쿠농장’을 모델로 삼아 만들었다. 상하농원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총 8년의 시간과 370억 원이 투자됐다. 민관 합동 프로젝트로 진행돼 매일유업이 270억원을 냈고 국비·지방비 100억원이 투입됐다. 상하농원은 농업(1차 산업)과 가공(2차 산업), 유통·서비스·관광(3차 산업)을 모두 접목한 미래형 ‘6차 산업’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다. 인근 농가에서 공급받은 음식 재료와 농원에서 기른 작물을 수제공방에서 가공해 햄·빵·잼 등을 만든다. 이 과정을 관광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수익을 내고, 향후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을 상하농원이라는 브랜드로 유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제대로 된 것을 팔아야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라며 “그에 맞춰 시작한 사업이 상하목장”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만드는 과정’을 보고 체험하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매일유업의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도 상하농원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농부의 휴식처를 주제로 만든 테마공원 내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를 짓고 있다. 올해 상하농원은 연간 7만 명이 찾고, 매출액 5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년 후인 2020년에는 연간 30만 명, 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상하농원은 전북 고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공방에서 제조한 수제 햄과 아이스크림 등을 매일유업이 운영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 더키친살바토레 등에서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상하농원을 중장기적으로 유기농·수제 식료품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게 그가 그리는 또 하나의 그림이다.

김 회장은 매일유업을 단순한 유가공 기업 아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신(新)가치관’ 선포식을 통해 새로운 비전(vision) ‘More than Food, Beyond KOREA’를 발표했다. 4대 핵심 가치인 창의·소통·열정·상생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제품 기업을 넘어 국내 음식 문화 트렌드를 주도해 종합식품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포식”이라고 말했다.

매일홀딩스는 앞으로 유제품은 물론 외식사업의 도약을 이끄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재계에서도 소문난 미식가인 김 회장은 외식 사업을 비롯한 신성장동력이 될 신규 사업을 적극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출장이 잦은 김 회장은 지금도 해외에 나가면 유명 레스토랑을 자주 찾아 현지 음식 문화 트렌드를 살펴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폴바셋을 통해 커피 사업을 확대하고, 기존 외식 브랜드 확장도 꾀할 전망이다.

매일유업은 그동안 레스토랑·와인·주류·베이커리·커피·농축산물 시장에 진출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키친살바토레쿠오모’와 ‘폴바셋’, 일식 레스토랑 ‘만텐보시’, ‘타츠미즈시’, ‘야마야’, ‘안즈’,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제이드’,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버거리퍼블릭’, 인도카레 전문점 ‘달’ 등 수많은 브랜드를 쏟아냈다.

올해부터 중국 특수분유 시장 진출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지난 5월1일 매일유업을 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매일홀딩스) 대표인 김 회장은 자회사 지분의 관리와 투자를 맡는다. / 사진제공·매일유업
많은 외식 사업에 진출은 했지만 성공 경험은 적다. 한때 10개가 넘었던 외식 브랜드는 폴바셋과 더키친살바토레, 크리스탈제이드 등 3개만 남아있다. 나머지 브랜드는 수익성이 안 좋다는 이유로 모두 철수했다. 매일유업이 지분 65%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프리미엄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는 2014년 흑자전환하며 안정 궤도에 올랐다. 또한 2009년 오픈한 더키친살바토레쿠오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7년간 매장 수가 두 개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추가로 두 개를 냈다. 시장에서는 외식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유업계 꼬리표를 떼고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본업 경쟁력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분유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서 중국 분유의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매일유업에서 공급한다. 중국에서 프리미엄 분유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시작하며 실적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208억원을 투자해 현지 기업인 정강 투자공사와 함께 아모르매일유업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올해부터 중국 특수분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특수분유는 알레르기나 대사이상질환 등을 가진 영·유아의 상태에 맞춰 병원에서 별도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분유를 가리킨다.

우유와 같은 중국 신선 유제품 시장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우유·음료는 유통기한이 있어 직수출이 어려운 만큼 현지에 공장을 세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유제품 시장은 소득 수준의 성장 등에 따라 유제품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매일유업의 중국 투자가 중국 시장 내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에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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