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슬픔과 한민족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화가 정창모의 작품 <압록강의 봄>은 몰골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맑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압록강의 봄> 37x229㎝ 100호 1998 정창모

정창모(鄭昶謨, 1931~2010)는 분단시대 몰골화(沒骨畵)의 거장이다. 몰골화란 밑그림 없이 한숨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리는 그림이다. 윤곽선이 없기 때문에 몰골, 즉 뼈 없는 그림이라 부른다. 정창모는 생전에 필자에게 “몰골화는 이미 추상화다. 형상이 모호하고 경계가 없어 사람의 감성을 흔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창모의 작품 <압록강의 봄>은 몰골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맑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의 작품은 발색이 온화하고 따뜻하며 붓의 기운은 부드럽고 활달하다. 조선의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을 계승했다.

▎정창모 화가(1931~2010)

지금도 압록강(鴨綠江)은 말없이 한반도와 한민족의 운명을 거머쥔 채 도도히 흐르고 있다. 압록강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슬픔과 한민족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정창모에게 한국전쟁은 가혹한 운명이었고 남녘 고향 전주는 예술의 혼(魂)이었다. 정창모는 전주완산초등학교 시절부터 ‘꼬마화가’로 불렸다. 하지만 분단으로 고향을 잃었다. 정창모는 1957년 26살 때 평양미술대학에 입학해 채색화를 배웠다. 1965년부터는 채색몰골화의 거장 리석호(1904~1971)를 사사했다. 리석호는 말년에 자기의 그림을 전혀 남에게 주지 않았으나 유독 정창모에게는 본인의 그림들을 건네 자신의 모든 것을 계승시키려 했다. 그런데도 정창모는 신선인 듯 필자에게 “건달이 거저먹는 그림을 그린다”고 겸손해 했다.

정창모는 평생의 꿈이었던 통일을 보지 못하고 2010년 7월12일 79세에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했다. 정창모는 <북만의 봄>, <남강의 겨울> 등 주옥 같은 작품들과 함께 ‘오원 장승업의 생애와 창작’, ‘조선미술’ 등 귀중한 미술이론들을 남겼다. 험난한 분단시대를 격렬하게 버티며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 정창모는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붓을 들고 절규했던 박수근이나 이중섭 같은 인물이다. 정창모의 작품들은 분단시대 한반도미술사에 핵심이요 북녘의 국보로 지정돼있다.

신동훈 - 1948년 경기도 일산 출생. 1977년 미국 워싱턴으로 이주. 1988년 워싱턴에 새스코갤러리 개관. 2001년 미국조선미술협회(Korean Art Association USA) 창립. 2003년부터 중앙일보, SBS, YTN등과 공동 전시회 다수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