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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주 국제대기복사학회장 특별인터뷰 

환경문제는 결국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경제 문제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올봄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의 트라우마는 국민들 기억에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시야에서 사라진 미세먼지는 언제든 다시 몰려올지 모른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원인은 모두 틀렸고 대책과 처방도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손병주(61) 국제대기복사학회장은 “정부의 1차원적 해법은 지난 10여 년간 수조원의 세금만 낭비했다”며 “객관적 근거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숨 막힐 것 같던 미세먼지가 하늘에서 사라졌다. 이제 안심해도 되나.

전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의 배출 원인은 그대로 있다. 그런데도 시야가 깨끗해진 것은 고기압이 동해로 빠지고 북쪽 연해주에서 바람이 들어온 덕분이다. 한반도의 주풍 방향은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지금은 북동풍이 불면서 깨끗해 보일 뿐이다. 한겨울에 훈풍 잠깐 분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계속하는 한 서풍을 타고 한국에 오게 돼 있다.

유독 올 4~5월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고기압하에서는 공기가 정체되는데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마침 몰려든 미세먼지가 그냥 머물러 있게 된다. 여기에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을 비롯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미세먼지 고통을 많이 받았던 것이다.

1952년 ‘런던 스모그 사건’과 유사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을 덮은 미세먼지.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중서부 지방으로 유입되고, 아침 안개가 끼면서 2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수준을 보였다.
1952년 12월 초‘런던 스모그 사건’도 이래서 발생한 것인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런던 상공에 공기가 정체한 상태가 일주일간 계속됐다. 당시 공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난방연료로 석탄을 사용했는데 오염물질이 어디로 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햇빛이 더 들어오지 않게 되고, 추워서 석탄을 더 때고 그래서 가시거리가 30cm 정도로 거의 앞을 볼 수 없었다. 이 환경재난으로 3주 사이 1만 명이 사망했다. 베이징에 가보면 뿌연 공기가 흐르지 않고 침체돼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호흡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올봄 같은 대기 상태가 되면 우리나라도 언제든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건가.

오염물질 배출원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당연하다. 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황해 쪽으로 빠져 어디론가 갔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날씨가 좀 달라서 괜찮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 서풍이 주류인 것을 변경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국내와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왜 상황은 심해지고 있나.

기후변화에 의해 동아시아 대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같은 양을 뿜어도 대기 중에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나 중국이 서로 다 줄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더 심하게 느끼는 이유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일기 패턴에 영향을 미쳐 공기가 정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까지 했다. 어떻게 된 건가.

파리협약은 지구온난화의 결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온도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 2100년까지 2℃ 정도까지만 상승시켜야 한다는 세계적 합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치를 역산했고, 어떻게 줄여갈 것인지 노력하는 국가별 감축 노력의 일환이 파리협약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마다 1.5%씩 줄여나가자는 것이다.(한국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할 예정이다.)

그 수치는 어떻게 나왔나.

인구와 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 증가는 곧 화석연료 배출량의 증가를 의미한다. 인구가 늘고 GDP가 성장할수록 화석연료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1년에 인구가 1% 증가하고 GDP가 3% 증가하면 온실가스는 4% 이상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현재 기준에서 1.5%를 감소해야 하니까 실제로는 최소 4~5% 정도를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논의되는 것이 바로 탄소세(carbon tax)와 배출권 거래제(cap and trade)이다.

기후변화가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는.

기후과학자라든지, 기상과학자 99% 이상이 기후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본다. 그리고 그 기후가 우리 인간이 살 수 없는 기후라는 것에 대해 합의(consensus)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바다물이 팽창해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북극해를 관측해보면 해빙 면적이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는 이유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도 기후변화의 단면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왜 그렇게 극단적인 입장인가.

공화당은 기후변화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석유재벌 코크(Koch) 형제가 트럼프를 도와주면서 석탄과 셰일오일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그렇게 쉽게 탈퇴하지는 못할 것이다. 탈퇴 선언을 했지만 미국 내 반대가 극심하고 최장 4년에 걸친 파리협정 탈퇴 절차가 필요해서다. 다만 트럼프는 기후변화 사기설(Climate change hoax)을 계속 퍼뜨릴 것이다.

마치 과거 담배회사들의 수법과 비슷한가.

매우 유사하다. 1970년대 담배를 피웠을 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증거들이 나오자 반박 논리를 개발하는 세력이 나타났다. ‘의심을 파는 상인들(merchant of doubts)’이다. 폐암과 담배피는 것 간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간접흡연의 폐해를 실증한 연구가 일본에서 나오자 담배회사들은 유명한 학자들을 고용해 이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의심을 자꾸 부여해 논점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1980년대 산성비 분쟁에서도 나타났다.

산성비 분쟁이란 무엇인가.

1970~80년대 미국·캐나다 사이에 벌어졌던 산성비 분쟁 사건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미세먼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산성비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들이 굴뚝에서 배출돼 구름 속에 있는 물과 섞이면서 발생한다. 미국 북동부에서 생산된 것이 제트기류를 타고 고스란히 캐나다 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캐나다에서는 산성비로 인해 나무가 죽고 호수에서는 고기들이 떼죽음했다. 추적해보니까 미국에서 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떻게 해결됐나.

산성비 문제가 국가 간 갈등 이슈가 됐다. 그 때 미국은 ‘너희들 증거 부족하다, 자료수가 너무 적고 호수가 산성화되는 경향이 약하다’며 캐나다의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를 내세워 반박했다. 문제를 인정하게 되면 미국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캐나다가 꾸준히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미국이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때 질질 끌다가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돼서야 캐나다와 협약을 맺었다. 타결에 11년이나 걸렸다.

지금 우리나라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데자뷔를 보는 것같다.

유럽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독일 같은 공업국가에서 스칸디나비아 쪽으로 바람을 타고 오염원이 이동했다. 유엔은 81년부터 산성비 강제 규제를 시작했다.

결국 환경은 경제문제라는 얘기다.

결국 산업활동을 하면서 공짜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산업활동과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부정적 ‘외부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정화를 위해선 그 비용을 내부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제조 단가가 높아지니까 80년대 미국에서 안 하려 했던 것이다. 지금 트럼프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산성비 분쟁 교훈 활용해야


▎지난 2015년 12월 베이징의 스모그. 중국 베이징의 대사관 구역 도로에서 공안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행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중국도 80년대 미국처럼 문제를 잘 시인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과학적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캐나다 분쟁 사례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것 같다.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 아닌가.

문제는 큰 나라들은 문제를 잘 시인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시인하게 되면 결국 바깥에 떠넘겼던 비용을 내부로 흡수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은 결국 산업활동에 따른 비용 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캐나다 사례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중국 오염물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할 일은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전문 학술지에 기고해 출판하고 세계 사람들이 많이 읽도록 해 공론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측의 반박 공세도 거셀텐데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한·중·일 3국 환경장관이 만나서 잘 해보자고 하는 것은 굉장히 나이브(naive)한 대처다. 그걸로는 통할 리 없다.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근거를 확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는 당장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중도 모르지 않은가.

화석연료가 타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같은 1차 화합물이 공기 중 다른 물질과 만나 미세먼지가 되는데 중국에서 얼마나 들어오는지 직접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외국 사람들이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자료를 통해 분석을 하고 있으니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 중국이 내놓은 자료는 신뢰성이 없다. 그러니 객관적인 근거 확보가 먼저다.

그렇다면 6월1일부터 노후 석탄발전소 8기 가동을 중단시킨 것도 의미가 없질 않나.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 때 우리가 얼마나 줄여야 할 것인지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그 근거 없이는 중국에도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배출량 산정부터 시작해서 처방 내릴 때 처방 잘못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 관련해서도 국내와 중국에서의 생성 비중이 어떤지, 기후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정부와 과학계가 체계적으로 할 일인데 잘 안 되고 있다.

연구 인력은 있을 텐데, 왜 안 되는가.

우리나라도 대기과학연구소 같은 게 있어야 한다. 환경과학원은 환경문제만, 기상과학원은 기상만 다룬다. 서로 교류가 없다. 대학교수들 연구시켜봐야 결과가 안 나오는 이유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파악하고 쌓아갈 수 있다. 미국에는 대통령 직속 국립과학재단(NSF) 산하에 대기과학연구소가 있고 그 안에 수백명의 전문 인력이 있다. 독일에선 막스플랑크연구소가 그 일을 담당한다.

기본 인프라조차 없다니 큰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기후변화에 종합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지금 황사와 미세먼지도 따로따로 한다. 같은 공기 따라 흘러들어오고 같은 공기 속에 있는데도 말이다. 기상청은 황사예보, 환경과학원에서 미세먼지를 예보한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인공위성 원격탐사가 필요하다

지금은 기후변화가 극심해도 그걸 관측할 장비도 없는 것 아닌가.

이제는 자력으로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축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2019년이 돼서야 환경부에 환경위성을 발사한다. 아마 큰 도움을 줄 텐데 그만큼 기후변화를 관측하고 대처할 능력이 지금은 없다는 의미다. 미세먼지와 황사 등 오염물질의 대부분이 중국 쪽에서 넘어오므로 인공위성 원격탐사가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 외국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영국은 런던 스모그 사건 이후 대기오염청정법(Clean Air Act)을 제정했다. 런던 내부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화력발전소를 도시 밖으로 이전시켰다. 물론 우리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 주로 문제가 되겠지만 내부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완화 차원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병 고치겠다고 숙주를 죽일 수는 없다. 화석연료를 안 쓰려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밖에 쓸 수 없는데 신재생은 아직 효율이 낮고 원전은 안전 문제가 있다. 대책을 논의할 때 화력발전소를 없앤다든지, 경유차에 세금을 더 부과하려면 산업계를 포함해 대상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결국 환경 대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 산업도 발전시키면서 대기와 주변 환경도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로 가야 하는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도 의미가 없다.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도 그래서 필요한 것 아닌가.

화력발전소 일부를 중단시키고,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가가 그런 정책 세울 때 실제로 단가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파악돼야 한다. 터무니없이 줄인다든지, 그럼 얼마만큼의 기간을 두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데 불확실성이 너무 크면 계획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염 물질의 70%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면 우리가 그렇게 많이 줄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황사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미세먼지와는 좀 다르다. 황사는 인공 물질이 아니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는 중국의 공장과 자동차, 석탄에서 발생한다.

중국과의 협력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캐나다-미국 산성비 문제 케이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캐나다처럼 증거를 꾸준히 확충하고 과학적인 증거를 들이대는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서 중국과 직접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의례적 한·중 환경장관회의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증거를 손에 쥐고 나라 대 나라로서 대처해야 한다. 중국이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배출권 거래제 방법을 쓰든 배출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미국은 산성비를 총량규제 방식으로 해결했다. 제조업에 총량을 정해놓고 기술혁신을 해 100톤 배출할 것을 80톤으로 줄이면 20톤을 시장가격에 따라 다른 데 파는 방식이다.

-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dongho@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손병주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학부장으로 세계 50개국이 참가 중인 국제대기복사학회(IRCIAMAS) 회장이다. 지난해부터 한국기상학회장을 함께 이끌어왔다. 기상학회는 1963년 창립해 현재 연구자와 산업체에서 2600명 회원이 참가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트럼프가 발을 빼면서 중국은 환경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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