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GM 작물 개발사업단을 해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GMO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몬산토의 실력자인 용 가오 몬산토차이나 사장을 만나 GMO와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8월17일 한국을 찾은 몬산토차이나 용 가오 사장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나 몬산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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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1일 농촌진흥청은 시민사회와 협약을 통해 GM 작물 개발사업단을 올해 안에 해체하고 GM 작물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그동안 진행해온 GMO 연구 내용은 누리집이나 설명회 등으로 알리고, 연구시설과 가까운 지역은 환경영향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농진청은 그동안 국제기준과 법령에 따라 승인된 연구시험시설에서 GM 작물 개발 연구를 해왔다.# 한국에서 GM 작물 개발 사업을 중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993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J. 로버츠(Richard J. Roberts) 박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현재미국 보스턴 노이스턴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이날 발표한 주제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과제나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지지 캠페인’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지난해 6월30일 126명의 노벨상 수상자는 ‘GMO 기술이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해 지원되어야 하는 기술’이라는 성명서를 그린피스와 유엔 주재 각국 대사들에게 공개서한 형식으로 보낸 바 있다. 로버츠 박사는 강연회에서 과학자들이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GMO 안전성에 대해 이론을 설명했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 반면, 환경운동단체는 GMO가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GM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지만, 위험하다고 속이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GMO 수많은 규제 통과 후 승인받아 안전”9월 초 한국사회에 GMO의 안전성을 두고 각기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GMO의 안전성을 놓고 여전히 과학계와 환경운동단체의 목소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낯익은 단어가 된 GMO를 대표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농업회사 몬산토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이곳은 한국에 몬산토코리아라는 지사를 설립하고 활동 중이다. 세종시 조치원에는 몬산토코리아가 운영하는 ‘조치원육종연구소’가 있다.GMO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은 GM 식품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콩과 옥수수 때문이다. 2016년 한국은 옥수수 970만t을 수입했다. 일본·멕시코·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4위 수입국이다. 콩의 경우 지난해 132만t을 수입해 세계 10위 수입국에 올랐다. 한국이 수입한 옥수수와 콩은 대부분 GM 기술로 생산된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와 간장, 액상 과당 등의 원료로 쓰이거나 가축 사료로 쓰이고 있다. 알게 모르게 GM 식품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GMO를 대표하는 몬산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난 8월17일 몬산토 아시아·아프리카 대외협력 총괄 디렉터이자 몬산토차이나 사장을 맡고 있는 용 가오(Yong Gao) 박사가 한국을 찾았고, 그를 만나 GMO의 현재와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용 가오 박사는 중국 난징농업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생명공학과 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GMO 전문가다. 2006년 몬산토에 합류해 연구개발 및 무역 관련 정책 부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몬산토의 실력자다.용 가오 박사에게 “GMO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과학자와 환경운동단체의 목소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질문을 했다. 그는 “35년째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GMO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GM 기술은 농업 분야의 최신 기술이자 채택 속도가 가장 빠른 농업 기술로 꼽힌다”면서 “GMO만큼 많이 연구되고 분석된 기술이 없고, 세계 규제기관들이 GMO만큼 안전성을 정밀 조사해서 승인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의 말처럼 GM 기술은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600여 종의 약품이 GM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지고 있고, 맥주나 치즈를 만드는 데도 GM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용 가오 박사는 “만일 인슐린을 만드는 데 GM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면서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 GM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GM 기술의 안전성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몬산토는 한국을 포함해 46개 국가에 지사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현재 69개 국가에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1991년 몬산토 한국지사를 만들어 한국에 진출했고, 2008년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한 세미니스 코리아를 합병한 후 몬산토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몬산토가 GMO를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은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과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라운드업레디라는 GM 콩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임직원이 2만여 명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은 135억 달러(약 15조2600억원)에 이른다. 몬산토가 받는 오해 중 하나가 GM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몬산토는 GM 종자를 판매하고 재배는 하지 않고 있다. 용 가오 박사는 “몬산토는 미래 식량산업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는 기업”이라며 “요즘은 미생물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변모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스타트업 클라이미트 9억3000만 달러에 인수지난해 몬산토는 글로벌 농업시장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독일의 제약·화학 기업인 바이엘이 몬산토를 660억 달러(약 74조원)에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온 것. 바이엘은 살충제 시장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몬산토를 합병하게 되면 제초제와 살충제부터 종자시장까지 지배하는 글로벌 농업기업이 되는 셈이다. 바이엘과 몬산토가 세계 식량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 승인 여부를 두고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과 몬산토의 합병이 농업 분야 독점 기업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몬산토와 경쟁하는 기업이 전 세계 3000여 곳이나 되고, 미국에도 농업 관련 회사가 수백여 곳이나 있다”면서 “바이엘과 몬산토 합병이 세계 종자 시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그는 “몬산토는 GMO 기업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2013년 기상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클라이미트를 9억3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다. 몬산토는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클라이미트 필드뷰’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인공위성 기술과 IT, 그리고 생물학을 융합한 플랫폼이다. 용 가오 박사는 “토양이나 기후, 작물의 성장 등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모은 후 분석해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몬산토가 이런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GM 기술은 이미 성숙했다. 몬산토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아직 유의미한 매출은 나지 않지만 조만간 성과가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보다 GMO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GMO가 미래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기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중국이 가난했던 시절에 태어나서 배고픔의 고통을 안다. 내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조치원육종연구소를 가다9월 초 몬산토코리아가 운영하는 조치원육종연구소를 방문했다. 농업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유명한 연구소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오송역에서 택시로 10~15분 거리에 있다. 연구소 주변은 농촌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으로 차가 없으면 오고 가기 힘들다. 이곳은 IMF 외환위기 때 해외 기업에 매각된 한국의 흥농종묘가 운영하던 연구소였다. 이곳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원 소장은 “흥농종묘 연구소는 종자 관련 전문가들을 배출했던 사관학교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육종연구소는 8.6ha(2만7000여 평) 규모로 1만여 평 부지에는 113개의 하우스가 설치되어 있다. 23명의 연구원과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추·토마토·시금치·파프리카 품종 개발을 하고 있다.몬산토가 세시미코리아를 인수할 당시에는 다양한 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몬산토코리아가 4개의 종자만 보유하게 된 것은 2012년 9월 채소종자사업부 일부를 동부팜한농(LG화학이 2016년 4월 동부팜한농을 인수)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채소종자를 매각한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배추나무 같은 작물은 한국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 몬산토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시장을 분석해서 수출이 가능한 종자만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종자는 토마토다. 이곳에서 품종 개발에 성공한 토마토의 경우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했다. 고추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판매 순위가 낮아졌지만 중요 지역에는 몬산토가 개발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조치원육종연구소를 찾아간 때에는 고추를 수확할 시기였다.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고추를 비닐하우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난 고추도 있었고, 청양고추보다 몇 배 메운 고추 등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김 소장은 “고추를 재배한 곳에는 어떤 품종의 고추인지를 표시한 푯말이 붙어 있다. 소비자나 농민이 좋아할 만한 품종을 개발하려면 몇 년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맞게 이곳에서는 GMO 관련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잘 판매될 수 있는 품종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이곳은 농업에 관심 있는 젊은 청년들이 찾고 싶은 연구소로도 유명하다.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의 관심사 대부분은 GMO라고 한다. 김 소장은 “한국에서 GM 작물을 재배하지 않더라도 GMO 관련 연구를 계속하면 쓰임새가 있을 텐데 중단돼서 안타깝다”면서 “농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GMO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