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편견을 예방한다. 숫자는 의사소통을 돕는다. 숫자는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도 존재한다. 삶은, 생명은 가감승제 중 무엇일까?
"지하철 9호선 언주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약 200m 걸어오면 000까페가 있다. 거기서 수요일 저녁 7시에 만나자." 우리는 숫자 속에서 살고 있다. 국가 안보도 심각하고 경제 상태도 안 좋은데,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연휴에 해외여행을 간 대한민국 국민은 약 140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3%이다. 숫자는 현실을 묘사하는 수단이다.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를 배웠다. 숫자를 사용하는 계산 방법이다. 그러나 그 가감승제는 숫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도 가감승제가 있다. 결혼은 곱하기·더하기·빼기·나누기 중에서 무엇일까? 정답은 없을 것이다. 부부관계를 곱하기로 보는 사람도 있고, 빼기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까.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2만7000달러다. 2만7000달러는 약 3000만원이다. 가족이 3명이면 연간 9000만원이다. 어, 우리 집의 연간 소득은 8000만원 정도, 우리가 평균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말인가? 국민소득은 평균값이다. 숫자 중에서 평균값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1인 소득 중위값은 연간 2000만원 (월 170만원)이다. 2000만원 이상이 50%, 2000만원 미만이 50%라는 뜻이다. 3명 가족이면 연간 6000만원이 중위값이다. 당신의 경우 연간 8000만원이니, 중위값보다는 많다. 아마 당신 가족의 소득은 100가족 중에 40등쯤 되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약 50%를 차지하며, 전체 부동산의 약 80%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근로자 중 47%가 소득세를 안 내고 있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인간 사회에서는 이렇게 %가 평균값보다 현실을 더 잘 묘사하고 또 이해하기도 쉬운 경우가 많다.숫자를 외울 때, [ 1, 3, 5, 7, 9]의 방법이 있다. 현실에서 완전하게 없는 '0' 이나 완전하게 꽉 찬 '10' 이란 숫자는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모든 숫자는 정도를 표시하는데 [1]은 아주 적은 것, [3]은 꽤 적은 것, [5]는 중간, [7[은 꽤 많은 것, [9]는 아주 많은 것을 묘사하게 된다. 그 사이의 2, 4, 6, 8도 정도를 뜻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1-3-5-7-9는 0과 100 사이에서는 10-30-50-70-90이 된다. "그 일 현재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한 30% 되었습니다." 이 정도 답이면 서로 의사소통이 된다. '아직 멀었구나, 인력을 좀 더 넣어야겠다'는 판단을 할수 있다. 70이란 숫자는 거의 다 되었다는 것, 90은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뜻이다.숫자는 편견을 예방한다. 숫자는 의사소통을 돕는다. 삶은, 생명은 가감승제 중 무엇일까?-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