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17년에 만난 사람들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돌아봅니다. 나뭇잎이 피고 지는 것처럼 슬프고 행복했던 1년간의 삶의 궤적을. 다짐합니다. 묵묵히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준비하는 거리의 나무처럼 살겠다고. 잊지 않겠습니다. 2017년 배움의 기회를 준 저 의연한 나무 같은 분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노익상(한국리서치 회장)의 도전. 지난해 말 70세 고령에도 등반대장으로 대원들을 인솔해 40일간 억세고도 냉엄한 히말라야 신(新)루트를 개척하고 돌아왔습니다. 올 초 만났을 때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난 행복했다"는 그에게서 도전정신을 배웠습니다. 김정웅(서플러스글로벌 사장)의 집념. 직장인으로 여덟 번 이직하고, 뛰어든 사업에서도 여러 번 실패했지만, 중고 반도체 장비의 글로벌 거래로 1000억원의 매출과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키웠습니다. 지난달 어느 모임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아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집념의 힘을 느꼈습니다.

차태진(AIA생명 대표)의 결단과 지혜.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성공했습니다. 액센츄어와 베인 앤 컴퍼니의 컨설턴트에서,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의 보험설계사·지점장으로, 그리고 지금 AIA생명의 CEO로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늘 (남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과감하게 움직이겠다"는 그의 말에서 결단과 지혜를 공부했습니다.

이강호(PMG 회장)의 겸손. 최고경영자(CEO)로 36년을 살았습니다. 항상 공부하고, 항상 겸손합니다. 동서양 고전에다 판소리까지 배웁니다. 만날 때마다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며 자세를 낮춥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의 뜻을 그를 통해 더 알았습니다.

반원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의 헌신. 그의 수첩을 보면 그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어정쩡한 중견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닙니다. 늦가을 성곡미술관 야외 카페에서 "단풍 구경을 처음 했다"는 그를 위해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홍성열(마리오아울렛 회장)의 초심. 고목(古木)을 사랑하는 그를 만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의 고향인 충남 당진의 농원엔 100년 넘은 감나무 50여 그루와 깊은 산속 바위틈에서 자란 100년 넘은 소나무 6그루 등 고목이 많습니다. 그는 "온갖 풍파를 이겨낸 고목을 보며 삶의 의미를 배우고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안규문(전 밀레코리아 사장)의 아름다운 은퇴. 지난해 9월 퇴임했으니 벌써 1년 2개월이 지났건만 그와 약속을 잡는 게 쉽지 않습니다. 현역 때보다 더 바빠졌는데, 은퇴 후에도 그를 찾는 선후배들이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저에게 '사부'입니다.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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