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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씨앗' 상상력의 가치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만일 누군가가 상상력이라는 이 씨앗을 만들어낼 수 있고 씨앗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이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지식과잉 시대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류 누구나 알고 싶은 정보를 언제나 찾게 됐다. 지식과잉 시대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 뭘까? 지식으로 얻을 수 없는 지혜나 맞춤형 정보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 같은 미래형 지식에 우선순위를 준다. 그러나 인종·국가·산업·학문 등 모든 영역, 심지어 역사조차 초월하는 가치는 딱 하나다.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능력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이뤄낸 대부분의 역사가 상상력과 여기에서 파생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인류의 '죽음'에 대한 상상력은 원시종교를 낳았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상상력은 철학을 낳았다. 그리고 알다시피 '지상으로의 낙하'에 대한 집요한 상상력에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탄생했다. 한마디로 인간이 가진 상상력은 현재의 문명을 일궈낸 뿌리이며 '창조 씨앗'이다.

만일 누군가가 상상력이라는 이 씨앗을 만들어낼 수 있고 씨앗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이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상상력은 '무지(無知)'에서 시작되고 무지에서 탄생한 상상력만이 '창조'라는 단어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외웠느냐, 그러면 따라할 수 있다. 잊었느냐, 그러면 창조할 수 있다" 외우고 많이 아는 걸 지식으로 부르는 현대사회의 눈으로 보면 상상력의 반대말은 절대적으로 '유식(有識)함'이다. 뭘 안다는 건 사고의 크기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바다 한복판에 호랑이가 산다"고 한다면 대부분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속에 살 수 있게 진화된 호랑이가 존재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바다 중간에 있는 큰 섬에 호랑이가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 상상력은 예술의 영역이다. 프랑스의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는 상상력을 형태·물질·역동·원형 등 4가지로 구분해 접근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극히 서양적인 접근방식이지 정답은 아니다. 상상력, 즉 모든 것의 시작인 이것은 동양에서 말하는 '비워야만 다시 시작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단어나 학문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 살지만 가끔은 극단의 극단도 떠올려 보자. 상상이라는 극단의 세계를 본 뒤 현실로 눈을 돌려 보면 없던 것과 있던 것, 내 것과 네 것이 함께 보이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단연코 이 경험은 '삶의 풍요로움'에 닿아 있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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