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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국내 1위 동원시스템즈 

공격적 M&A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전 세계 소비재 포장재 시장 규모는 1000조원. 그러나 아직 시장 독점자가 없다. LCD용 유리 보호필름 세계 1위, 유리병 제조 국내 1위의 동원시스템즈가 그 자리에 도전한다. 효율적 M&A로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동원시스템즈가 2015년 9월 인수한 베트남 호찌민의 TTP 공장. 연포장재를 만드는 베트남 최대 포장업체로, 동원시스템즈의 아시아 지역 진출 교두보다. / 사진 : 동원시스템즈 제공
전 세계 식품 시장은 7000조원, 의약품 시장은 1200조 원으로 추정된다. 식품·의약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 상품을 포장(패키지)하는 산업 또한 크게 확대되고 있다. 2013년 877조원에서 2015년 950조원, 올해는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평균 4%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발 여력이 풍부한 아시아 시장이 포장재 시장의 중심이다. 전체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 비중은 2012년 36%에서 내년에는 41%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포장재 시장엔 ‘독점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포장재 기업인 호주 암코어(Amcor)의 매출이 약 10조원 정도로 전체 시장의 1%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독점 기업이 없는 만큼, 품질 기술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만 갖고 있다면 어떤 회사든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동원시스템즈가 글로벌 포장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그룹의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커피믹스·어묵·라면 포장에 사용되는 연포장재부터 페트(PET)·유리병·캔·알루미늄·종이·산업용필름 등 거의 모든 소비재 포장재를 생산하는 국내 1등 기업이다. 지난해 포장재 사업부문에서 1조2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년(8720억원) 대비 17.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149억원으로 역시 전년 903억원보다 28.9% 늘었다.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유니레버·네슬레·P&G 등 전 세계 30여개 국가의 글로벌 기업에 다양한 포장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LCD용 유리 보호필름은 세계 점유율 1위, 유리병은 국내 시장 점유율 40%로 1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LCD용 유리 보호필름 세계 점유율 1위


1977년 설립 후 광학기기 제조와 건설업에 집중했던 동원시스템즈는 1993년 들어 포장재 산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동원F&B에서 생산하는 식품의 연포장재와 통조림캔 등을 공급하며 국내 사업에 머물다보니 2012년만 해도 연매출이 1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동원시스템즈가 2년 연속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종합 포장재 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은 최근 5년 새 성사시킨 국내외 인수합병(M&A) 덕분이다. 2012년 취임한 조점근 대표가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 드라이브’에 속도를 낸 결과다.

2012년 5월 대한은박지 인수가 기업 성장의 첫걸음이었다. 1971년 설립된 대한은박지는 알루미늄 압연박과 가공품을 제조하는 알루미늄 제조 전문기업으로, 알루미늄을 비롯한 포장소재 연구개발(R&D) 선두 기업이었다. 2014년에는 한진피앤씨와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 산업용 필름, 상업용 인쇄, 판지상자 생산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피앤씨는 미국과 대만, 한국의 코닝 공장에 유리보호 필름을 납품하고 있었다.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테크팩솔루션은 유리병 국내 수요의 40%, 캔 국내 수요의 25%를 점유한 기업이다. 당시 연매출이 동원시스템즈 포장사업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업계의 화제가 됐다.

베트남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 공략


국내에서 M&A의 담금질을 한 동원시스템즈는 이어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4년 10월 태평양 사모아 섬에 있는 식품캔 제조업체 아르다 사모아(현 탈로파시스템즈)를 인수해 미주·태평양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어 2015년 10월에는 베트남의 연포장 제조업체 TTP와 MVP를 인수하며 글로벌 포장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TTP는 유니레버를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베트남·동남아 현지 기업, MVP는 베트남 대형 식품기업 마산의 제품 포장을 전담해온 회사다.

주목할 점은 동원시스템즈가 인수한 주요 기업의 사업영역이 거의 중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인쇄 및 수지, 유리병 등 각각 다른 카테고리의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포장재 분야의 사업 카테고리를 넓혀 나갔다. 동원시스템즈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중 수출액은 1573억원이다. 2012년 654억원 수출실적 대비 2.4배 증가했다. 동남아와 인도, 일본, 중남미 등 30여 국가에 포장용 캔·파우치·알루미늄박 등 다양한 포장재를 수출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는 “소비 성향에 따라 수출 품목도 다르다”며 “미국 등 북미 지역은 펫 푸드 포장재와 연어·게 등 수산물용 진공 포장재를, 에콰도르·페루·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는 E.O.E(쉽게 따지는 참치캔 뚜껑 등)와 레토르트 파우치를 수출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는 델몬트 농수산물 캔용 뚜껑을, 러시아에는 꽁치캔 뚜껑을 수출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가 생산하는 다양한 포장재
특히 산업용 특수필름(수지) 부문에서는 수출이 내수를 앞질렀다. 기존 위생용 필름 제품의 고급화와 기능성이 향상된 제품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TFT-LCD 보호필름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LCD 보호필름의 경우 전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약 2200억원의 수출, 해외 계열사를 포함해 국외에서 4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두 회사 인수 후 동원시스템즈는 베트남을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베트남을 기반으로 R&D와 수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베트남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저렴해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며, 덕분에 전 세계 포장재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포장재 회사들은 대부분 지역 거점에 있는 공장을 통해 그곳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며 “인도네시아·인도·필리핀 등 아시아권 공략을 위해 글로벌 포장재 시장 중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을 지역 거점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베트남 북부 하노이 근처 박닌성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15년 10월 베트남의 TTP와 MVP 인수 이후 안정화와 효율화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현지 투자에 나선 것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박닌성 공장은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현재 1000억원 수준의 베트남 매출이 두 배가 된다.

올해도 동원시스템즈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차별화된 신규 아이템 개발, 제조 설비 개·보수와 확충 등을 통해 생산량 증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2015년 8월 한진피앤씨, 테크팩솔루션 등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연구·기술 조직을 통합해 만든 중앙기술연구소에서 신제품 개발과 더불어 트렌드에 대응하는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스기사]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 - “신사업 M&A는 계속된다”


▎조점근 대표는 효율적인 M&A를 통해 연포장재에서 유리병·캔은 물론이고 산업용 필름과 알루미늄 호일 등 포장재 전 분야에 걸쳐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 사진 : 동원시스템즈 제공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동원시스템즈의 포장재 사업은 식품·수산 부문에 주력해온 동원그룹의 신성장동력이다. 동원시스템즈가 그룹 전체의 3대 성장 축 중 하나로 자리한 중심에는 2012년 취임한 조점근 대표가 있다. 1981년 동원시스템즈에 입사한 그는 진천공장 공장장, 포장사업부장, 동원시스템즈 정밀부문 대표를 거쳐 CEO에 올랐다.

포장재 산업의 트렌드 변화는

과거엔 포장재가 단순히 제품을 보호하는 도구로만 인식됐지만 최근엔 보다 가볍고, 보다 안전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분해, 독특하고 미려한 디자인, 사용 편리성 등 새로운 가치를 담은 포장재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재질에선 유리병·금속보다 가볍고 편리한 연포장재의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LCD 유리 보호필름 글로벌 점유율 1위 비결은

연구개발(R&D)을 통한 고기능 필름 제조 역량 강화 덕분입니다. 또 유리 보호필름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기술로 다양한 자기점착 보호필름도 개발했는데,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하드코팅용 보호필름의 국산화를 이뤄낸 것이 큰 성과입니다. 고열에 충분히 견디고 점착 잔유물이 없어야 하는 터치스크린패널(TSP)용 보호필름, 유리 도광판 보호필름 등도 개발해 기존 코팅 제품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닝이 최대 고객사입니다.

M&A의 방향과 원칙이 있을 텐데

단순히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수합병한 자회사들 간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복되지 않습니다. 각각 다른 카테고리의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포장재 분야에서 사업 카테고리를 넓혀 나간 것이죠. 앞으로도 국내에 없는 포장재 카테고리와의 M&A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입니다.

1000조원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사업 영역을 육성하고, M&A를 통해 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특히 베트남은 이 같은 전략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높은 경제성장률, 생산 가능 인구의 증가, 저임금 노동력의 이점을 기반으로 아시아와 신흥국가 등에 단계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우선 베트남에 진출한 네슬레·유니레버·코카콜라·P&G·미쓰비시 등 다국적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소재 개발 등 기술력이 중요할 텐데

2015년 각 계열사의 연구진을 통합한 중앙기술연구소에서 신소재와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30명 수준의 연구 인력을 3년 내에 10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중앙기술연구소를 연내에 서울 양재동 본사로 옮길 예정입니다. 포장재 시장의 트렌드를 먼저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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