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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빠진 CEO,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창업가 후원 나선 학원 재벌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학원 재벌로 꼽히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젊은 창업가와 청년들의 후원자로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윤민창의투자재단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12월 중순에는 서울 노량진에 창의공간 ‘It’s real Time’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10일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에서 만난 손주은 회장이 굿스타터로 선정된 스타트업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16년 초 오서연 대표는 장애인과 노인 등 여행 약자를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어뮤즈트래블을 창업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시장이 작고 가능성이 없다” “장애인들이 여행을 가겠는가, 장애인들이 돈은 있는가” 같은 우려가 대부분이다. 어뮤즈트래블은 지난해 9000만원 정도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올해는 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웠다. 그들의 사업을 눈여겨본 곳은 윤민창의투자재단이었다. 지난 9월 이 재단은 어뮤즈트래블을 ‘굿스타터2기’로 선정해 5000만원을 투자했다. 오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객 분석 및 시장 도전정신을 높게 봐준 것 같다”면서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한 손주은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선배 사업가의 정신을 건강하게 이어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굿스타터로 선정이 되면서 투자금뿐만 아니라 멘토링과 네트워크 등의 부가적인 도움도 받게 됐다. 윤민창의투자재단의 투자 덕분에 오 대표는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윤민창의투자재단은 2016년 10월 메가스터디 손주은(56)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만든 스타트업 지원 재단이다. ‘백성을 윤택하게 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윤민은 1991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손 회장의 딸 이름에서 따왔다. 재단 설립 1년 동안 2번의 굿스타터를 선정했다. 지난 4월 10일 굿스타터 1기 8팀을, 9월 굿스타터 2기 8팀을 선정했다. 스타트업계의 관심을 받은 덕분인지, 16팀을 뽑는데 650여 팀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사재 300억 출연해 윤민창의투자재단 설립


▎12월 중순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메가스터디타워 5층에 마련될 ‘It’s real Time’의 예상 모습. 650평 규모의 공간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트가 채워질 예정이다. / 사진:메가스터디 제공
재단은 사회공헌·창의비즈·혁신기술 분야로 나눠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눈에 띄는 것이 어뮤즈트래블이 선정된 사회공헌 분야다. 1기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 반려동물 영양제를 만드는 포올라이프 등 4개의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2기에는 어뮤즈트래블과 쌀을 이용한 미래 대체식을 만드는 밀리밀 2팀이 선정됐다. 투자 유치도 어려운 소셜벤처에게 윤민창의투자재단의 투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사회공헌 분야를 만든 이유가 있을까. 손 회장은 “옳을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선정한 사회공헌 분야의 스타트업은 처음으로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재단의 투자 덕분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요즘 많은 대기업이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롯데·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는 이유는 미래 성장의 발판을 찾기 위해서다. 손 회장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만든 것도 이런 목적이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사업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려보면 “2015년 어느 날 메가스터디와 나를 뒤돌아보니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무척 부끄럽다.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부산물처럼 사교육 시장이 커졌는데, 내가 이것을 통해 너무 쉽게 돈을 벌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토로했다.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하자는 생각은 이런 반성에서 나왔다.

복지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해오던 기부활동을 더 확대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하는 재단을 떠올렸다. 세계적인 비영리기관인 카우프만재단을 모델로 하는 재단을 떠올렸다. 카우프만재단은 1966년 미국의 기업인 유잉 매리언 카우프만이 설립한 재단으로 기업가정신 육성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3년부터는 미국 대학에 창업문화를 확산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창업교육과 창업문화 확산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손 회장 자신도 창업가다. 2000년 7월 온라인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큰 성공을 일궈냈다. 창업가가 생존을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치는지 알고 있다. 어쩌면 후배 창업가를 지원하는 재단 설립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손 회장도 “창업가들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여주는 데 도움을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재단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에 창의 공간 ‘It’s real Time’ 오픈

재단은 선정한 스타트업에 5000만원을 투자한다. 쉽게 말하면 선정된 초기 스타트업을 10억원 가치로 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는 셈이다. “투자 성공으로 몇 배 되돌려 받으려는 게 아니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면서 “다만, 우리 투자 덕분에 스타트업의 가치가 올라갔으면 한다”라고 손 회장은 강조했다.

손 회장은 굿스타터에 선정된 창업가들을 한 명씩 모두 만나서 선배 창업가로서 조언을 건넨다. 사업 방향도 함께 고민한다. 미래성이 보이면 후속 투자도 진행할 때도 있다고 한다.

미래 창업가를 위한 지원도 곧 선보인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메가스터디타워 5층 전체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 하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It’s real Time’으로 정해졌다. 손 회장은 “콘텐트와 문화가 공간과 결합하는 장소로 만드는 중”이라며 “12월 중순 오픈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500여 석 규모의 열람실, 2만여 권의 책,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와 스튜디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공간이다. ‘공시족’으로 대표되는 학원가 노량진의 특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손 회장은 “노량진이 계속 공시족의 동네로 머문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면서 “노량진에 있는 청춘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It’s real Time은 일본의 최고 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쓰타야 서점’과 일본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롤모델이다. 손 회장은 “다케오 도서관은 산골짜기에 있는 도서관인데 하루 3000명 가까이 오고, 1년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는 곳”이라며 “교육과 문화, 콘텐트가 결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It’s real Time은 청춘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그는 “2145㎡(실 평수 650평) 규모로 550여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생이거나 어느 누구라도 24시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월 2억 번 강남 대치동의 ‘손사탐’ 강사

그가 이렇게 청년들과 창업가들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반성’이다.

손 회장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재학 중 생활비가 떨어져 커피를 팔았던 학생은 지금 한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가로 성공했다.

그는 인생의 큰 변화를 몇 번 겪었다. 강남의 잘나가던 고액과외 선생을 그만두고 학원을 차려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다가 1997년 ‘손사탐’(손주은의 사회탐구 영역)이라는 이름을 걸고 종합학원 강사로 나선 것이 첫 번째 큰 변화다. 그 이유는 “비싼 수업료를 받고 일부 학생만 가르치는 행위가 불평등을 만드는 것 같았다”면서 “대중 강의를 하면 그런 불편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손사탐은 강남 학원가의 태풍이었다. 당시 인기 강사가 월 2000만 원을 받았을 때, 손 회장은 매월 2억원을 벌었다. 결론적으로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만든 장본인이 된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지역의 교육 불평등을 만든 것이라는 부끄러움이 들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000년 온라인 교육기업 메가스터디 설립에 도전했다. 한때 주가 38만5000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 2조 5000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현재 메가스터디는 메가엠디·성북메가스터디·메가인베스트먼트 등 1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메가스터디와 오프라인 학원과 온라인 교육을 전담하는 메가스터디교육으로 분할되어 있다. 총 18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총매출은 3200억원을 넘었다.

메가스터디로 화려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 역시 사교육으로 돈을 벌었다는 미안함이 갈수록 커졌다. 이제 손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큰 프로젝트만 관여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손 회장에게는 더 큰 목표가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에 손 회장은 “이젠 사교육 시장은 죽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박스기사] 손주은 회장의 성공하는 창업가의 조건

창업가 DNA가 있나: 공부를 잘하는 데도, 창업을 하는 데도 DNA가 있어야 한다. 내 부모님은 훌륭한 장사꾼이셨다. 특히 일흔이 넘은 어머니는 여전히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두 분이 직접 몸으로 보여준 기질을 물려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 자신에게 창업가의 DNA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창업하는 이유가 뭔가: 창업을 할 때 ‘What to do(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How to live(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찾아야 한다. 창업을 하는 이유가 돈 벌기 위해서라면 실패하기 쉽다.

실패의 가능성을 알고 있나: 창업을 할 때 모든 이들이 성공만 바라지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다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기를 바란다.

창업에 목숨을 걸 수 있나: 창업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어려운 일이 많다. 젊은 친구들은 목숨을 걸 정도로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착한 사람인가: 창업가는 본성이 착해야 창업의 본질에 충실하게 된다. 내가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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