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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셔리 산업의 리더들(6) 에릭 에더 몽블랑코리아 지사장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명품을 완성한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몽블랑은 한국 진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독일의 명품 브랜드다. 지난해부터 몽블랑코리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릭 에더 지사장을 만나 급변하고 있는 한국 명품 시장의 미래를 조명해 봤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몽블랑 부티크에서 만난 에릭 에더 지사장.
1906년 필기 문화의 혁신을 모토로 설립된 몽블랑은 독일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잉크가 새지 않는 신기술과 피스톤 컨버터를 탑재한 새로운 만년필로 필기구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1909년 ‘루즈 앤 느와’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프리미엄 필기구를 시작으로 1924년 선보인 ‘마이스터스튁 149’는 몽블랑이 글로벌 명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몽블랑 만년필에 새겨진 화이트 스타 로고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필기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몽블랑의 개척정신은 브랜드를 움직이는 근간이 됐다. 1926년부터 사피아노 가죽 소재의 작은 액세서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죽 제품은 몽블랑의 중요한 사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1935년에는 독일 오펜바흐에 가죽 공방을 짓고 팬 홀더와 노트북 같은 문구류 아이템을 생산했다. 2006년부터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몽블랑 펠레테리아에서 장인의 전통과 최신 기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결합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필기구 브랜드로 시작한 몽블랑의 도전은 워치메이킹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1997년 몽블랑은 스위스 르 로클에 시계 매뉴팩처를 설립하고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스위스 정밀시계 제작기술을 조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후 명품 시계 브랜드로서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무브먼트 매뉴팩처인 미네르바를 인수, 고도의 정밀성과 혁신적인 기능성을 자랑하는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110년 전 독일 함브르크에서 시작된 몽블랑의 개척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필기구와 시계, 가죽 제품, 액세서리, 향수 및 아이웨어에 이르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장인정신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500개 이상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3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는 1974년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인 유로통상을 통해 첫선을 보였으며, 2014년 지사를 설립하고 직접 진출했다. 현재 백화점과 아웃렛 30개 매장, 면세점 13개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명품업계 얼리어답터


▎기존 매장에 디지털 개념을 결합한 몽블랑 네오 콘셉트 부티크. / 사진:몽블랑 제공
지난 11월 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몽블랑 부티크에서 에릭 에더(50)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장인정신과 개척정신이 조화를 이뤄야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품”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온 몽블랑은 명품업계의 얼리어답터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는 모두 다릅니다. 그럼에도 어떤 한 브랜드가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만 합니다. 우선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의 퀄리티를 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 스토리는 브랜드가 시작되는 뿌리를 말하고, 퀄리티는 소재와 만든 사람의 퀄리티를 의미합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개척정신입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정신은 혁신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요. 몽블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드에요. 역동성을 중심 가치로 두고 도전정신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1906년부터 독일에서 펜을 만들어왔고, 1926년부터 이탈리아에서 가죽 제품을 생산했죠. 또 1997년부터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분야에도 과감히 뛰어들었죠. 그렇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혁신을 거듭하며 스토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에릭 에더 지사장(왼쪽)과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왼쪽에서 세 번째). / 사진:몽블랑 제공
1994년 프랑스 랭스(reims)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법대에서 산업재산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에더 지사장은 몽블랑코리아호에 승선한 두 번째 선장이다. 1994년 LVMH 그룹을 시작으로 명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에더 지사장은 1998년 스테파노비-벨루티, 1999년 크리스찬 디올 향수, 2003년 겔랑, 2009년 시세이도와 로레알을 거쳐 2016년 몽블랑코리아 지사장에 취임했다. 에더 지사장은 “대학 졸업 후 로펌에서 특허권 관련 업무를 하던 중에 교수의 추천으로 루이비통에 입사하면서 럭셔리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며 “그간 명품 시장은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변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3년간 글로벌 명품 기업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소비자들은 옴니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때문에 제품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가에 초점을 맞춰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추세에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채널에서든 똑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쇼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요 소비자층의 변화인데요. 중국인 고객들이 명품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면서 그들의 취향이 제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는데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제품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4년 한국에 공식 진출한 이래 몽블랑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몽블랑코리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에더 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는 몽블랑의 혁신 DNA를 국내 시장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몽블랑에는 없는 ‘마카주(marquage)’ 서비스를 국내에만 선보인 것이다. 마카주란 몽블랑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문양이나 이니셜을 프린팅해주는 서비스다. 크기는 물론 색깔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에더 지사장은 “마카주는 커스터마이징(맞춤서비스)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한국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인 서비스”라며 “내년에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라이프에 영감 주는 브랜드


▎몽블랑의 혁신성을 엿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 서밋.
“몽블랑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에요. 럭셔리 라이프는 단순히 가격에 좌우되는 개념이 아닌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그것에 깃든 정신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태도를 말합니다. 지난해 선보인 네오 콘셉트 부티크도 그런 일환인데요. 기존 매장에 디지털 개념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 미술품 콜렉터로도 유명한 에더 지사장은 한국 문화와 예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전시회나 박물관을 찾고, 김영하 같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책도 즐겨 읽는다.

지난 9월 2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치러진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이 에더 지사장에게 남다른 것도 바로 그런 예술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필기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몽블랑이 199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 공헌 프로젝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이 행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예술가들이 아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에게 수여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20개국 250명의 문화예술 후원자들이 선정됐으며, 한국에서는 2004년 고 박성용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올해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까지 총 1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몽블랑은 2002년부터 전도유망한 작가들의 예술 활동도 지원하고 있는데요. 몽블랑의 뿌리를 생각하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잃는 것이고 우리의 기억을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상자인 이호재 회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예술은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몽블랑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글쓰기는 예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 쓰는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임기 동안 몽블랑을 성공적인 브랜드로 이끌고 싶다는 에더 지사장은 한국 명품 산업도 이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밀레니얼 고객들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제품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객들이 단순한 제품 구매에 만족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에 담긴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이미 충분히 성숙됐다고 생각해요. 이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정체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유통 채널의 변화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울러 브랜드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시대에 맞게 변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이 계속 나와 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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