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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셀러브리티(6)] ‘빅4’ 엔터 기업의 경영성적표 

JYP·FNC ‘약진’… SM·YG ‘주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연예인 리스크’가 큰 엔터테인트먼트 사업에서 사업다각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제 스타영입뿐 아니라 콘텐트 제작에까지 손을 뻗친다. 사업 분야마다 희비가 크게 갈린다. 국내 대형 4대 엔터테인먼트사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스타의 브랜드 하나로 들썩이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대형 기획사들은 다양한 신사업을 꾀하고 있다. JYP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 트와이스(위)와 FNC의 ‘AOA’ 걸그룹 소속 멤버 설현(아래).
“배용준, 회사 경영권 SM에 넘겼다?”

지난 3월 14일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통 큰 투자 소식이 들렸다. SM이 한류스타 배용준이 만든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FNC 엔터테인먼트(이하 FNC)의 계열사인 제작사 FNC애드컬쳐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SM은 이번 인수로 일본 내 한류 방송채널 KNTV와 DATV를 확보하게 됐고, 두 개의 드라마 제작사인 콘텐츠K와 FNC애드컬쳐를 거느리게 됐다. 콘텐츠K 소속 김수현·박서준·손현주 등 톱배우들이 SM 이름 아래 모였다.

SM처럼 엔터테인먼트사가 사업 영역을 넓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 전통적인 연예기획사는 음반 판매와 음원 수입이 전부였다. 이에 연예기획사는 엔터테인먼트사로 이름을 바꾸고 대형화된 시스템을 갖춘 기획사로 거듭났다.

신사업 영역을 마냥 늘리기엔 자금이 부족한 엔터테인먼트사는 약간의 꼼수를 썼다. 투자를 전담하는 회사를 별도 자회사로 두고 외부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오너가 가진 모회사의 지배력은 유지되고 투자 실패에 따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의 4대 엔터테인먼트사는 모두 비슷한 형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SM은 SM C&C,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YG플러스, FNC는 FNC애드컬쳐, JYP엔터테인먼트(JYP)는 JYP픽쳐스를 거느리는 식이다. 자회사의 존재 자체가 이미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업다각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빅픽처 그리는 SM’


▎대중문화에서 음악, 예능,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며 아이돌 출신의 멤버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SM 레드벨벳
SM은 늘 업계 선두주자였다. 이수만 회장은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교육, 외식, 노래방, 여행사, 중국만화 등 손대지 않은 사업이 드물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05년 공연 기획회사 드림메이커를 인수했고 여행사 BT&I를 인수해 직접 관리하기도 했다.

한류열풍이 불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오자 사업 영역은 갈수록 확대됐다. 2015년 서울 삼성동에 복합문화공간 ‘코엑스아티움’을 열었고, 2016년 초 청담동 SM 사옥 편의점 ‘SUM(섬) 마켓’은 이마트와 협업해 멤버 이름을 붙인 자체 브랜드(PL) 상품을 내놨다.


항상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외식 사업은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08년 한식전문 레스토랑 ‘이-테이블’을 열었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12년에는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제인터내셔날과 손잡고 ‘치맥’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지만 같은 해 무산됐다.

특히 뼈아픈 곳이 있다. 2012년 설립한 콘텐트 자회사 SM C&C다. 이 회사는 소속사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실패가 줄을 이었다. 샤이니 민호와 에프엑스 설리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소녀시대 윤아가 주연한 ‘총리와 나’, 배우 이연희의 ‘미스코리아’ 등의 시청률이 바닥을 기었다. 연기력 논란까지 따라붙었다. 이후 작품성을 앞세운 ‘동네변호사 조들호’ ‘38사기동대’ ‘질투의 화신’ ‘미씽나인’ 등을 내놓으며 잠시 시장에 안착하는 듯한 모습이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동안 이익은 2016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2017년 SM 매출액은 3774억원으로 전년(3498억원)보다 7.9%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전년(207억원)보다 47.2%나 줄었다. SM 측은 “SM C&C가 제작한 드라마 선급금 비용 등을 반영한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SM의 사업 방향은 ‘공격적’이다. 예능에도 열을 올렸다. SM C&C엔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전현무 등이 소속돼 있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인간의 조건’,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등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신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 SM 내에 인공지능 사업팀이 있고, 3D 인공지능 아바타 회사인 오벤(ObEN)에도 투자했다. 신사업은 초기에 손실이 있더라도 될 때까지 밀고 나간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군 공백에 적신호 켜진 YG’


▎주 수입원이었던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로 공백기를 맞은 YG는 근심에 빠졌다
지금 YG는 울상이다. 주요 수익원이던 빅뱅의 지디·대성·태양 등이 군에 입대했다. 설상가상으로 탑은 최근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군 복무 이슈와 별개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YG 전체 매출에서 빅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었기에 충격이 상당하다.

콘텐트 제작 분야의 실적도 신통치 못하다. 방송인 안영미과 유병재부터 MBC ‘라디오 스타’ 조서윤 CP,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의 유성모 PD 등 간판 연출자까지 영입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자회사 YG 스튜디오플렉스를 통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공동 제작 및 투자로 참여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벌려놓은 사업은 부메랑이 돼 본전을 까먹고 있다. YG플러스는 수년 전부터 패션·화장품·게임·골프·외식 프랜차이즈·금융업까지 손을 뻗쳤으나 지지부진하다.

화장품 사업도 한국에서는 고전했다. 그나마 2015년 론칭한 화장품 ‘문샷’이 올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우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투자업에선 신기술금융회사인 YG인베스트먼트가 올해 분명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 양현석씨 동생 양민석 대표가 연세대학교 MBA 과정에서 맺은 인맥을 모아 차린 벤처캐피털 형태의 회사다.

YG 성적표는 현재 초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98억원, 2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5%나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약 80억원에 달하는 JTBC 예능 ‘믹스나인’ 등의 제작비가 지난 4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기만성형… 주가는 신고가 갱신 중 JYP’

걸그룹 트와이스(TWICE)가 일본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1월부터 JYP 시가총액은 소속 가수의 동반 군 입대 충격에 헤매는 YG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가도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상태다. 트와이스 ‘훈풍’에 남성 신인그룹 스트레이키즈를 살짝 태워 보낼 계획이다. JYP가 4년 만에 처음에 선보이는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JYP는 수년간 엔터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2PM 말고는 스타 발굴에 실패하며 매출 부진에 허덕였다. 2011년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실패하면서 하락세에 들어섰다. 또 JYP USA를 시작으로 JYP Creative, JYP FOOD 등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진출한 모든 사업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13년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와 손잡았지만 윤곽을 드러내지 못했고, 2016년 패션 기업 ‘아비스타’와 새로운 패션 브랜드 출범을 준비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신발업체 SPRIS 자회사인 GV와 함께 론칭한 ‘트와이스 By SPRIS브랜드’가 유일한 기대주다.

콘텐트 제작분야는 JYP가 후발주자 격이다. 2013년 설립한 자회사 JYP픽쳐스를 통해 드라마, 영화 제작에 나섰다. 2015년 방영된 웹드라마 ‘드림나이트’는 중국에서 9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미안하다 사랑하다’의 이경희 작가를 최근 새로 영입했고, 4월 방송될 JTBC 방영 TV 드라마 ‘더 패키지’ 후속 시즌물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적은 꽤 좋다. 지난해 JYP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 이익은 각 1022억원, 19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38.8%, 40.9% 증가한 지표다. 증권가에서는 “트와이스만으로 2019년 예상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JYP 주가는 기획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든든한 우군 SM 얻은 FNC’

FNC는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SM이 FNC애드컬쳐(이하 FNC애드)의 지분을 매입한 건 그간 보여준 드라마, 예능제작 역량이 충분하다는 증거다. SM은 FNC애드에 대한 FNC 지분 30% 중 9%와 한성호·한승훈 대표 지분 10.7%를 매입했다. FNC는 1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을 발판으로 신규사업을 더 가열하게 추진해나갈 기세다.

유재석·김용만·정형돈·노홍철·조우종 등을 보유한 FNC는 자회사 FNC애드로 예능·드라마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배우들이 연기 대결을 펼치는 SBS ‘씬스틸러-드라마 전쟁’과 과학과 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인 KBS ‘트릭 앤 트루’ 모두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받았다.

지난 1월 지니픽쳐스를 인수하면서 예능사업을 강화했다. 5월엔 드라마 제작사 필름부티크를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FNC의 경영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2월 22일 FNC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28% 증가한 1167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 콘텐트 제작에 적극 뛰어들면서 적자이던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제 사업다각화는 새로운 사업 트렌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필수 사업요소다. 시간이 흐르면서 빅뱅, 소녀시대, 엑소(EXO) 등 최정상에 있는 아이돌 그룹이 기업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JYP의 트와이스처럼 대박을 터뜨려주면 전혀 문제될 것 없지만, 이런 그룹을 발굴해 키우기까지 상당한 시일과 자금이 소요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게다가 스캔들이나 해체, 군 입대 등 변수가 생길 여지도 크다.

아시아 시장이 한풀 꺾인 것도 사업다각화의 배경 요인 중 하나다. 중국 시장은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의 최대 밥줄이었다. 중국 음반 시장만 봐도 한국보다 10배나 크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Thaad) 사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자 상황이 180도 변했다. 당장 추진하던 사업은 물론 콘서트 일정도 줄줄이 취소돼 직격탄을 맞았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전방위적 사업 확장에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다양성을 해칠 수 있고 문화계가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재벌화되는 현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며 “자칫 비용절감용 ‘아이돌 끼워팔기’로 이미지만 더 나빠지거나, 브랜드 가치에 따라 수익도 확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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