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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셀러브리티(3)] 방시혁과 방탄소년단의 빅히트(BigHit) 

한류 신화를 ‘리얼리티’로 만든 히어로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대한민국 청년 일곱 명이 일을 냈다. 사실상 글로벌 ‘파워셀러브리티’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아이들’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문화계를 발칵 뒤집었다. 방시혁 대표가 이끄는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차별화 전략은 한마디로 ‘빅히트’를 친 셈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무대에 올라 ‘DNA’ 공연을 펼쳤다. K팝 그룹 중 최초다. 이날 방송 직후 BTS는 구글 트렌드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왼쪽부터 RM(BTS 리더), 제이홉, 뷔, 정국, 슈가, 지민, 진.
“방탄소년단(BTS)이 로스앤젤레스(LA)에 오니 마치 비틀스가 온 듯하네요!”

지난해 11월 미국 NBC의 유명 방송인 엘런 디제너러스가 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BTS·이하 방탄)을 보고 한 말이다. ‘비틀스 마니아’란 조어를 낳았던, 1964년 영국 비틀스의 미국 상륙을 빗댄 것이다. 비틀스 마니아의 21세기 버전인 ‘BTS 마니아’란 표현이 등장했다. 같은 달 ABC방송의 ‘지미 키멀 쇼’엔 팬 1000여 명이 몰렸다. 팬들이 공연 내내 비명과 환호를 지르고, 한국어 가사와 구호를 따라 하는 ‘떼창’이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방탄은 역사적인 기록을 썼다.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연말 결산 차트에서 방탄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2017 톱 아티스트’ 10위에 올랐다. 6월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들었다. 미국 3대 음악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무대 등에 오르며 글로벌 위상을 드러냈다. 2013년 6월 결성된 이래 5년여 만에 일군 성취다.

‘아미(ARMY)’로 불리는 열광적 팬들의 힘도 한몫했다. ‘아미’는 방탄을 보호하는 군대라는 뜻이다. 방시혁 대표가 “역수입적 느낌이 있을 정도”라고 표현할 만큼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올해 1월 7일 자 중앙선데이에는 방탄 특집이 크게 실리기도 했다. 아이돌그룹 하나로 문화를 창출하는 계층과 소비문화, 한류라는 콘텐트 자체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랩몬스터(23)ㆍ슈가(24)ㆍ진(25)ㆍ제이홉(23)ㆍ지민(22)ㆍ뷔(22)ㆍ정국(20), 일곱 멤버로 구성된 방탄이 주인공이다.

오늘날의 방탄이 있기까지 일등 공신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46) 대표다. 방 대표는 JYP 출신 수석작곡가로 이미 히트곡 제조기로 알려져 있었지만, 방탄 데뷔 때만 해도 기획사 대표로는 첫 시도였다. 그는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을 만들자’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지금 세대 젊은이들이 원하는 영웅은 뭘까 고민했다. 위에서 교조적으로 설파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 말을 안 해도 가까이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BTS를 만들려 했다.”

방시혁 대표도 어릴 적 빌보드 키드였다고 한다. 영국 팝 밴드 [듀란듀란]을 좋아했다. 방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밴드가 얼굴까지 잘생겼다는 게 참 인상적이었고 좋았다”며 “아마 아이돌 프로듀싱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싶기도 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은 방 대표의 ‘완성도에 대한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방 대표도 크게 부인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콘텐트’를, 정말 잘 만들어내는 것에 집착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던 것도 그 모든 요소를 할 수 있는 한 가장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는데 어떤 손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에 임합니다.”

방탄의 성공은 단순히 음악뿐만은 아니었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탈(脫)신비주의다. K-pop은 비주얼과 음악·노래·춤, SNS까지 ‘종합선물세트’ 알려져 있는데 방탄은 그중에서도 특히 SNS에 강한 그룹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의 왕’으로 불린다. 방탄은 실제 온라인에서 위상이 더 높다. 글로벌 트위터 계정 중 가장 많이 트윗 된 계정으로 방탄(@BTS_twt)이 뽑혔다. 방탄은 트위터 최다 리트윗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7명 멤버는 각자 인터넷 방송 V라이브앱을 작동하곤 한다. 개인 멤버가 올리고 대화하는 영상으로, 팬들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가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V라이브앱에 오른 방탄의 동영상엔 댓글이 끊임없이 달린다. 친구에게 하듯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리면 프랑스·러시아·포르투갈·베트남·아랍어 등 11개 언어의 자막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초당 2000개꼴로 ‘좋아요(하트)’가 달린다. 그야말로 언어의 장벽을 파괴하는 순간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무대에 오른 후 이들은 호텔 방에서 인터넷 라이브앱 방송에서 팬들에게 인사했다고 한다. 이들은 “데뷔 무대 이후 살다 살다 이렇게 떨린 적이 없었다” “여러분이 너무 응원을 많이 해서 기가 살았다”고 올렸다. 300여 명이 시청하던 이 영상은 결국 200만 명 이상이 봤다.

직접 쓰고 만든 콘텐트들로 정체성 공감 문화 이끌어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이끈 건 적극적인 팬들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 팬들이 지난해 12월 17일 라인프렌즈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BTS와 라인프렌즈가 함께 만든 BT21 캐릭터 상품을 산 뒤 기뻐하고 있다.
방탄은 공식적인 뮤직비디오, 방송 공연 영상 외에 자신들이 비공식적으로 자체 제작한 콘텐트를 자유롭게 올린다. 활동하지 않는 기간에도 계속된다. 자작곡을 포함해 다른 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바꿔 부른 노래, 일상을 담은 영상 ‘방탄밤’도 올린다. 방탄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도 “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등을 위해 진심으로 여러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방 대표는 2016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팬은 소중한 사람들이다. BTS를 위해 어떤 수고를 하는지 아는데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소셜미디어에서의 소통을 강조했다.

음악에 담긴 차별화된 메시지도 반향을 일으켰다. 가사는 방탄만의 내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방 대표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방 대표는 멤버들에게 연습 시간을 강제하지도 생활을 통제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활동에 자유를 주고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가수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포함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훈련은 이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방 대표는 “방탄의 정체성도 본인들이 쓴 가사로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방탄이 초반에 선보였던 노래들이 대부분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이유도 많은 멤버가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항 이야기로 ‘철 지난 콘셉트’라는 비판도 굉장히 많이 받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방 대표의 고집은 통했다. 거짓말처럼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 청소년 팬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한다’고 했다.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So what/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불타오르네’ 중)

“3포 세대 5포 세대/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해보기도 전에 죽여 걔넨.”(‘쩔어’ 중)

“대구에서 음악하면 잘돼봤자 음악학원/원장이나 하겠지란 생각이 날 빡 때려/(중략)/밤에는 연습하고 새벽엔 알바하고/그렇게 지친 몸 끌고 학교로 가면 잠만 자던/내가 20살이 되버렸네 졸업식 풍경은 썩 구리내.”(치리사일사팔(724148))


방탄의 가사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흙수저’ ‘3포 세대’ 등의 언어를 실어내며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멤버들은 일산, 과천, 대구, 광주, 부산, 거창, 부산 등 다양한 지역 출신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현실의 고민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는 리얼리티에 기반한다. 방시혁 대표는 여기에서 퍼진 팬 문화는 글로벌 “보편적 동시대성 때문”이라고 했다.

뮤직비디오도 해석의 여지를 많이 둔 예술의 장르로 승화시켰다. 한마디로 팬들 사이에서 ‘추리와 학습을 자아내는’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 두 번째 정규앨범 ‘WINGS(윙스)’가 헤르만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은 게 그 예다.

전문가들은 “세계 고전문학과 영화를 아우르는 클래식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5월엔 진이 ‘Smeraldo(스메랄도)’란 문구와 함께 꽃을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윗했는데 팬들은 여러 추론 단계를 거쳐 방탄의 컴백을 의미한다는 걸 밝혀냈다. 음악 잡지 [롤링스톤스]는 “BTS는 앨범을 두고 신화(mythologies)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작사·작곡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참여하게 해서 스스로 ‘아티스트’로 여겨지게 한 것도 주효했다. 일상에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풍경과 정물사진, 여러 뮤지션 음악을 트위터에서 소개하거나, ‘먹방’ 방송인 ‘잇진(EAT Jin!)’ 등 각자의 개성을 살렸다. 심지어 네이버라인프렌즈와 협업해 멤버들이 직접 그린 캐릭터로 구현해내며 새로운 소비 콘텐트도 창출했다.

”연결된 시대에서의 선한 영향력”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방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6년 초 한국 팬카페를 중심으로 번진 ‘여성 혐오 가사’ 논란이다.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이라는 가사가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도 바로 인정했고, 방탄은 즉각 문제가 된 부분을 받아들여 공연에서 수정된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 컴백 전에는 여성학 교수 등 전문가를 찾아가 가사 첨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은 논란을 발전의 계기로 삼은 모델로 다시 인기를 구가했다.

방시혁 대표는 ‘초연결시대’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강조한다. 언어의 장벽을 넘은 콘텐트들의 강점이 음악에도 있다는 말이다. 멤버들이 완벽한 단체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모습은 국적, 언어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보편성을 띤다. 즉 유연하게 소통하기에 적합한, 매우 시각적인 음악이 바로 K-pop이란 설명이다.

지금도 방 대표는 아이돌이 가짜 우상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콘텐트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 변화 캠페인인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가 대표적이다. 방탄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5억원을 출연해 펀드를 조성한데 이어 2년간 앨범 음반 판매순익의 3% 등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금은 유니세프의 ‘엔드 바이올런스(#ENDviolence)’ 캠페인에 지원한다. 글로벌 파급력이 큰 만큼 콘텐트마다 좋은(good) 문화를 심자는 의도가 뚜렷하다.

그는 강연에서도 선한 영향을 강조한다. “저는 아이돌이 팬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리더십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길 원했습니다. 요즘 팬들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며 표현하는 새로운 팬의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방시혁 대표는 멤버들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을 다짐한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방탄이 계속 성장의 서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선배 아티스트와 여러 팀이 방탄에게 길을 열어주었던 것처럼 방탄도 그다음 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캡쳐, 트위터 캡처, 뮤직 비디오 캡쳐 등


※ 전문가들이 말한 ABOUT BTS

“원래 방탄 멤버들이 지금처럼 춤을 다 잘 추는 친구들이 아니었어요. 방탄소년단의 공연에서 춤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의 춤은 두어 번만 연습해도 녹초가 될 만큼 격렬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가수들도 정말 열심히 하겠지만 이 멤버들은 엄청난 연습량으로 극복한 팀인 것 같아요.” - 손성득 / 방탄소년단 퍼포먼스 디렉터

“외국 팬들은 아무리 영어가 많이 섞여 있어도 그 노래의 의미나 이런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그들이 K-Pop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통로는 춤을 통해서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어떻게 춤으로 재현해내느냐 입니다.” - 김정원 / UC 리버사이드 민족음악학 박사

“Pdogg과 방시혁 프로듀서는 최고가 아니면 만족하지 않아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엄청나게 일해요.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면 됐다’라고 할 법도 한데 이들은 ‘맞을 때까지 다시 해야 돼’ ‘완벽할 때까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요.” - 에릭 라이커스 / 에코바 스튜디오 대표

“일단 새 앨범이 나왔을 때 제일 처음 접하는 게 뮤직비디오거든요. 음원과 동시에 그 안에 이 가수의 활동 방향, 이번 앨범의 콘셉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하나에 다 들어가 있어요.” - 룸펜스 / 비주얼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방탄은 아이돌 시스템에서 만들어졌지만 자율형이에요. 바깥의 힘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자율학습형 아이돌이라고 할까요.” - 홍석경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싸이는 유명인들이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일종의 톱다운 방식이었던 데 비해 BTS는 팬들이 꾸준히 방탄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보텀업’ 방식이에요. 한국 팬과 해외 팬의 활동 방식엔 차이가 있는데 BTS의 경우 이 격차가 좁아지고 있어요.” - 김숙영 / UCLA 연극영화방송학부

“지지 폭을 넓히고 그 지지가 강력해지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게 노출인데, 많이 접하면 친밀해지고 친밀해지면 계속 좋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BTS는 TV 속의 아이돌 스타가 아닌 ‘나와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친구’ 같은 존재로 각인됐습니다. 이들의 성장과 성공은 자기 친구 혹은 오빠·형·동생·조카의 성장과 성공으로 동일시되며 함께 울고 웃는 효과까지 낳습니다.” - 『THIS IS 방탄 DNA』 저자 김성철 작가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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