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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라이풀 스테이 무네카츠 오타 대표 

라쿠텐이 야놀자와 손잡은 이유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 라쿠텐이 한국의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한국의 숙박 O2O 선두주자인 야놀자는 첫 해외 진출지로 일본을 택했고, 파트너는 라쿠텐이다. 일본의 여행업계 전문가로 꼽히는 무네카츠 오타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 대표가 야놀자와 제휴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3월 7일 서울 강남구 야놀자 사옥에서 야놀자와 협업을 발표한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 무네카츠 오타 대표. / 사진:야놀자 제공
1997년 일본 도쿄에서 은행원 출신의 미키타니 히로시가 라쿠텐 이커머스 서비스 기업을 창업했다. 2000년대 초부터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업을 인수하면서 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일본의 여행업계 선두주자인 ‘라쿠텐 트래블’도 계열사 중 한 곳이다. 그렇게 라쿠텐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커머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라쿠텐은 아마존과 비교되기도 한다.

라쿠텐은 이제 일본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라쿠텐을 이용하는 전 세계 사용자만 1억 명에 육박한다. 2002년부터 시작한 ‘라쿠텐 슈퍼 포인트’ 덕분이다. 라쿠텐의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가격의 1% 정도를 라쿠텐 그룹의 모든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데, 이는 라쿠텐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된 원동력이다. 이런 성공 덕분에 라쿠텐은 2012년부터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쿠텐의 성장은 매출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라쿠텐의 매출액은 5985억 엔(한화로 약 6조원)을 기록했는데, 2017년에는 9444억 엔(9조4773억원)으로 150%나 성장했다. 라쿠텐 그룹에는 임직원 1만4000여 명이 일하고 있고, 29개 나라에 지사를 설립했다. 라쿠텐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이커머스·금융·여행이다.

야놀자 플랫폼에서 일본 공유민박 이용


▎영문학을 전공한 오타 대표는 일본의 온라인 여행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꼽힌다.
라쿠텐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라쿠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행 분야의 기업이 한국의 O2O 숙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야놀자와 손잡았다는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3월 7일 라쿠텐 트래블의 대표를 역임한 무네카츠 오타(Munekatsu Ota·44)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Rakuten LIFULL STAY) 대표는 서울 강남구 야놀자 사옥을 방문해 야놀자와 협업을 발표했다. 그는 일본의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OTA)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업무 제휴를 발표하기 위해 방한한 오타 대표를 따로 만나 야놀자와 함께하는 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야놀자는 어떤 혜택을 얻게 되는지를 들었다.

오타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는 공유민박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6월 라쿠텐은 공유민박 사업을 준비하던 라이풀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다. 라쿠텐이 지분 51%를 소유해 라쿠텐의 계열사로 편입했다. 라쿠텐이 공유민박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주택숙박사업법을 시행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공유 숙박업을 전면 합법화할 계획이다. 개인 운영업자에게는 숙박업 등록 의무 및 시설 관리 유지 의무를 엄격하게 부여하게 된다. 관광객이 공유숙박업을 이용하는 데 걸림돌로 여겨졌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타 대표는 “3월부터 일본 내에서 공유민박 시설 등록을 받기 시작했고, 6월에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라쿠텐 생태계가 자랑하는 슈퍼 포인트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라쿠텐이 여행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을 잡은 기업은 야놀자를 포함해 미국의 홈어웨이, 유럽의 부킹닷컴 등 5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해외 기업과 업무제휴를 하는 데 깐깐하다. 한국의 야놀자를 선택했다는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야놀자와 손잡은 이유를 묻자 “야놀자는 한국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며 “이번 업무제휴로 일본을 찾는(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제휴 덕분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숙박을 선택하는 데 폭이 넓어졌다. 그동안 이용해온 호텔이나 료칸뿐만 아니라 중저가 호텔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한 공유민박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야놀자는 이번 협업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야놀자 고객은 라쿠텐이 보유한 일본 숙박 및 여행 상품을 야놀자 플랫폼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숙박은 물론 다양한 여행상품까지 강화할 수 있는 단초도 마련했다. 야놀자와 라쿠텐은 각사가 보유한 숙박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와 놀거리 등 관련 콘텐트도 강화할 계획이다. 여행 상품에 관한 마케팅도 독점적인 협업 관계를 맺기로 해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건 야놀자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라쿠텐이 제공하는 공유민박 정보는 올해 3분기부터 야놀자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야놀자와의 제휴 외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타 대표는 “야놀자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공유민박의 글로벌 강자는 에어비앤비다. 아무리 일본에서 라쿠텐 그룹의 힘을 배경으로 공유민박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두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차이 난다. 오타 대표는 이런 우려에 “라쿠텐 플랫폼만의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유민박의 오너를 대상으로 운영 대행이나 관리 대행 같은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며 “공유민박 오너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라쿠텐이 후발주자임에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오타 대표는 일본의 여행업계에서 한 우물을 판 전문가다. 일본 후쿠오카시에 있는 세이나 가쿠인 대학에서 영문학(셰익스피어 전공)을 공부한 후 그가 택한 첫 직장은 일본 여행업계의 선두주자인 JTB였다. 그는 “JTB는 오랜 역사를 지닌 여행기업”이라며 “그렇지만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고, 여행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이 라쿠텐 트래블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옮겼다”고 말했다. 그가 여행업을 평생직업으로 삼은 이유를 묻자 “여행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면서 “내가 모르는 인생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게 여행이기에 이 직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영문학도 출신의 여행업계 전문가

그가 택한 분야는 라쿠텐 트래블의 신사업실.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여행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중국 북경에 있는 중국 라쿠텐 트래블의 대표로 일하기도 했다. 2년 만에 매출을 20배나 성장시키는 능력을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라쿠텐 그룹의 핵심 사업인 라쿠텐 트래블의 대표로 선정된 이유다.

이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공유민박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았다. 오타 대표는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두려움은 없다”면서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므로, 늘 초심으로 공유민박이라는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오타 대표가 손잡은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도 숙박업계에서 쌓은 경력을 살려 야놀자를 창업한 인물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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