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큰 생각을 위한 작은 책들(5) 

호아킴 데 포사다 『마시멜로 이야기』 

김환영 중앙일보 지식전문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수많은 사상가, 연구자, 작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변수를 밝혀내는 작업에 도전했다. 원제가 ‘마시멜로를 먹지 말라… 아직은!(Don’t Eat the Marshmallow… Yet!)’인 『마시멜로 이야기』(2005)에 따르면 성패를 가르는 것은 딱 ‘15분 동안’ 어떤 유혹을 참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마시멜로’는 유혹을 상징한다.

영문판 부제가 ‘일과 삶에서 달콤한 성공을 거두는 비밀(The Secret to Sweet Success in Work and Life)’인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는 호아킴 데 포사다(1947~2015)다.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 같은 으리으리한 학벌을 자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로지 실력과 영감을 주는 메시지, 실제 성과로 승부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에서 행정학 학사를 받았다. 심리학 박사도 받았다. 1988년부터 마이애미대 겸임교수로서 리더십, 협상술, 시간 관리를 가르쳤다. 신문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30여 개국에서 리더십·판매·경영에 관해 강연했다. 그의 저서는 20개국 언어로 번역돼 400만 부 이상 팔렸다. 국내에도 수백만 독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팝송·영화·소설 등 다양한 문화 콘텐트 분야에서 미국·유럽보다는 한국에서 ‘대박’이 나는 경우가 꽤 된다. 『마시멜로 이야기』도 그런 경우다. 포사다는 미국에서도 잘나가는 작가, ‘동기 유발 전문 강연자(motivational speaker)’였다. 숨 막히는 강연 일정 때문에 한 달 중 25일은 식구들과 함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포사다는 딸 캐럴라인에게 출장지에서 전화하고 엽서를 보낸 자상한 아빠였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9월 『마시멜로 이야기』를 ‘이번 달 최고의 책(Best Book of the Month)’으로 선정했다. 포사다는 강연 다닐 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중들에게 “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이 ‘지연된 만족 충족(delayed gratification)’의 개념을 더 잘 이해한다”며 “미국 대통령들이 이 개념을 알아야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부제는 ‘일과 삶에서 달콤한 성공을 거두는 비밀’


『마시멜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은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가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이다. 포사다가 ‘마시멜로 실험’을 알게 된 것은 비행기 안에서 읽은, 대니얼 골먼의 저서 『EQ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Why It Can Matter More Than IQ)』에서였다. 이 책에서 달랑 한 페이지 분량에 불과했지만, 포사다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물론 노력이나 지능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참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이후 ‘마시멜로 이야기’ 전도사가 됐다.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지연된 만족 충족’이 습관화되지 않으면 빚에 쪼들리게 될 수도 있으며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마시멜로 이야기’의 메시지다.

‘마시멜로 실험’의 대상은 스탠퍼드대에 있는 빙너서리스쿨(Bing Nursery School)이라는 유치원에 다니는 4~6세 원생 653명이었다. 원생 대부분은 스탠퍼드대 교수와 대학원 석·박사과정 학생들의 자녀였다. ‘서프라이즈 룸(Surprise Room)’이라고 이름 붙인 실험실에서 진행한 실험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꼬마들 앞에 마시멜로(혹은 쿠키 등 과자)를 놓는다. 실험 진행자가 이렇게 말하고 사라진다. “내가 지금 어딜 가야 돼요. 15분 후에 돌아올게요.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안 먹으면 한 개 더 줄게요.” 마시멜로는 과자지만, 야생 마시멜로(Althae aofficinalis, 아욱목 아욱과에 속하는 허브)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인후염 치료제로도 사용됐다.

성인에 비해 ‘주의집중 시간(attention span)’이 짧은 어린이들에게 15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3분의 2는 유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냉큼 먹었다. 나머지 3분의 1은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마시멜로를 안 보려고 눈을 감거나, 책상을 발로 차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고개를 돌리며 ‘눈물겹게’ 15분을 버텼다. 심지어는 잠을 청한 어린이도 있었다. 10여 년 후에 아이들을 추적해 어떻게 됐나 알아봤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뎌낸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 SAT(미국 수능) 점수, 대학진학률, 인간관계, 체질량지수(BMI) 등 여러 면에서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술이나 약물에 중독으로부터도 더 자유로웠으며 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연된 만족 충족(delayed gratification)’ ‘자기통제(self-control)’ ‘극기(克己)’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성공의 비결·비법은 ‘참음’에 있다는 게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 스토리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서(Arthur)라는 이름의 리무진 운전기사다. 아서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십자말풀이(crossword puzzle)를 30분 만에 다 채울 수 있다. 중남미 경제를 분석해 30분 동안 해설할 수 있다. 계산기보다 빨리 암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능력이 비슷하지만 그가 모셔야 하는 조너선 페이션트(Jonathan Patient) 회장은 갑부다. 페이션트 회장은 아서에게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서는 그의 말을 듣고 “확실히 성공은 단지 재능이나 능력에 달린 게 아니다(It’s obviously not just talent or ability)”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서는 새로운 인생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낭비벽을 버리고 대학 진학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

히스패닉계 미국인인 저자는 마시멜로 이론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적용한다. 저자는 중남미 국가들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발전이 더딘 이유는 국가적 차원의 ‘마시멜로 유혹 이겨내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차원에서 성공의 한 요소인 돈을 모으려면 과소비 성향을 억제해야 한다. 명품백, 엣지 있는 스마트폰 같은 ‘마시멜로’의 유혹, ‘지름신’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면 카드 돌려막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의지 박약자(薄弱者)’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이 건 아내이건 의지가 더 강한 사람에게 돈을 맡겨라”는 게 저자인 호아킴 데 포사다의 권고다.

저자는 성공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성공은 여러분의 과거나 현재에 달린 게 아니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기꺼이 할 때 성공이 시작된다(Success doesn’t depend on your past or your present. Success begins when you are willing to do what unsuccessful people are unwilling to do).”

성공의 핵심 중 하나인 통제력에 대해서는 이런 진단을 내놨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건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동은 통제할 수 있다(We can’t control other people and can’t control most events. But we can control our own behavior).”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는 ‘실천의 중요성’ 강조


스스로를 통제해 타인의 모범이 되면, 힘 중에도 가장 강한 힘인 설득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게 하려면 여섯 가지 방법밖에 없다. 법, 돈, 물리적 강제력, 감정적인 압력, 신체적 아름다움, 설득력이다. 그중에서 설득력이 가장 강하다(There are only six ways to get other people to do things: by law, because of money, by physical force, by emotional pressure, physical beauty or persuasion. Of all these ways, persuasion is the most powerful).”

책 속에서 저자는 또한 귀가 따갑도록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렇게.

#1 개구리 세 마리가 나뭇잎을 타고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한 마리가 강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나뭇잎에 개구리가 몇 마리 남았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두 마리라고 대답한다. 답은 세 마리다. 결심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deciding to jump and jumping are two different things).

#2 “매일 아침 아프리카에서는 가젤 한 마리가 깨어난다. 가젤은 안다.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매일 아침 사자 한 마리도 깨어난다. 사자는 안다. 최소한,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뛰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사자인지 가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러분이 어느 쪽이건 태양이 아침에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여러분이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하다.”

#3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다’라고 말했다. 더 정확하게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게 힘이다(Applied knowledge is power)”라고 하는 게 맞다. “알면서도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If you know and you don’t do, you don’t know).”

#4 “마음의 평화란 무엇인가. “목적+정열+행동=마음의 평화(Purpose+Passion+Action=Peace of Mind)”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실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상으로 준다.”

#5 “성공적인 사람들은 약속을 지킨다(Successful people keep their promises).”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실천이다. 약속을 어겨 가며 한때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공감한다면 행동 계획(action plan)을 수립해야 한다. 포사다는『마시멜로 이야기』의 끝부분에서 ‘다섯 단계로 구성된 마시멜로 계획(The Five-Step Marshmallow Plan)’을 제안한다. 이 계획을 수립하려면 다섯 가지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1. 당신은 무엇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가(What do you need to change?) 2. 당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What are your strengths and weaknesses?) 3. 당신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What are your major goals?) 4.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What is your plan?) 5. 당신은 당신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What are you going to do to put your plan to action?)

‘마시멜로 실험’은 수많은 후속 연구의 ‘현미경’ 검증 대상이 됐다. 유혹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은 뇌가 다르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잘 참는 사람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잘 참지 못하는 사람은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에서 더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뇌 같은 태생적 차이보다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3년 로체스터대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극기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이 실험자를 믿을 수 있느냐였다. 15분간 참으면 마시멜로를 더 받게 된다는 약속이 뭔가 미심쩍으면 아이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마시멜로를 먹어버리는 길을 선택했다. 학자들은 불확실(uncertain)하고 불안정한(unstable) 상황에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로체스터대 연구를 사회 차원으로 확장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신뢰 관계가 굳건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각종 유혹을 멀리하고 공부나 자기계발에 힘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겠다.

이 책에 영감을 준 ‘마시멜로 실험’에 다각도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실험 설계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또 요즘같이 바쁜시대, 순발력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일단 마시멜로를 잽싸게 먹는 게 참아내기 못지않은 덕목이 아닐까.

이 책이 우리나라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마케팅의 성공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기(克己), 즉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충동 따위를 이성적 의지로 눌러 이김”이라는 가치와 그 가치에 대한 향수에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 김환영은… 지식전문기자. 지은 책으로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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