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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승계의 지혜 | 기업인과 전문가의 조언Ⅳ]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권력은 받을 수 있지만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야” 

최영진 기자
가족기업 승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선화 대표는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갑질 논란’이 일어난 이유를 ‘가정교육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김선화 대표는 경영자와 후계자가 오랜 시간 소통하면서 경영 철학과 가치관 등을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선화 제공
에프비솔루션즈 김선화 대표는 가족기업 승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 등의 책을 내면서 가족기업과 승계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가업승계는 무조건 일찍부터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짧은 기간에 승계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자녀 승계를 원하면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윤리관과 경영 철학 등을 교육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자녀라는 이유로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후계자가 조직 내에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기업에도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임직원과 밑바닥부터 함께 생활해야 권위 생겨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총수 자녀는 입사 후 평균 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의 승계는 빠르지만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후계자를 따르는 권위를 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김 대표는 “자녀에게 승계를 하려면 기업의 밑바닥에서부터 훈련을 시켜야 한다”면서 “대기업 총수는 자녀에게 권력을 주면 자녀의 권위까지 물려주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권위는 오랜 시간 임직원과 함께 생활하면서 경험이 쌓여야만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가업승계를 받게 되는 자녀가 권위를 쌓기 위해서는 최소 5~10년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직원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긴 시간 동안 배워야만 권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이상하게도 한국 기업가들은 세게 나가야 리더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기업인은 ‘제왕학’을 이야기하면서 임직원을 힘으로 누르는 게 리더라고 말하는데, 제왕학의 근본은 덕으로 다스리라는 것”이라며 “명문기업이 되는 전제 조건은 명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경영자와 후계자가 모두 명심해야 한다는 것. 그는 “경영자는 ‘(기업을) 내가 키워놨으니 내 것’이라는 생각보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 점을 자녀에게 잘 알려줘야 후계 승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자녀에게 돈과 권력만 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사회 공헌 같은 경영 철학을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게 승계 관련 문제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 최영진 기자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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