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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한국엡손 EPIC 컨퍼런스 

로봇의 대출심사 

김영문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업계 사무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보험가입 시스템이 알아서 가입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모아주고, 보험금 지급도 일사천리로 처리해준다. 가까운 미래엔 인공지능까지 합세해 맞춤형 보험까지 수초 안에 제시할지도 모른다. 당장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엡손은 ‘큰 변화’를 그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범호 EY한영 상무는 한국 금융업계에 불어닥칠 변화인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강조했다. / 사진:한국엡손 제공
# 보험 계약에 쓰는 서류, 이제 일일이 키보드로 입력할 필요가 없다. 현장직원이 스캐너에 통과시키는 순간 각종 계약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인식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금융계약서류에 반드시 수기로 기재하는 서명란은 통으로 이미지화해 저장한다. 민감한 개인정보라 사람이 직접 최종 검토는 해야 하지만, 통상 손으로 입력하던 절차가 사라지고, 사무실 한쪽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계약서류 더미는 더는 찾아볼 수 없다.

# 은행에선 이제 직원 대신 로봇이 대출심사를 맡는다. 로봇 옆에 갖춰진 대출 서류를 작성하고 앞에 있는 스캐너에 넣으면, 눈앞에 있는 화면에 인식된 정보가 펼쳐진다.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주면 로봇 솔루션은 각종 신용정보를 1초 안에 분석해 대출가능액, 이자, 상환 기간 등 관련 정보를 보여준다. 결과를 확인하면 대출은 그 자리에서 5분 안에 이뤄진다.

최범호 EY한영 상무가 그린 금융업계 얘기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 보험업계를 비롯해 금융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말했다. 최 상무를 만난 건 지난 3월 2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였다. 이 행사는 한국엡손(대표 시부사와 야스오)이 보험 및 금융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 ‘제3차 한국 엡손 EPIC 컨퍼런스(Epson Insight Communication Conference, 이하 EPIC 컨퍼런스)’다. 이날 행사는 보험·금융 산업 종사자 50여 명이 참석해, 현재 국내외 산업 발전 방향과 이슈를 파악하고, 실제 솔루션 업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특히 최 상무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기계공학도이면서 금융공학을 전공한 최 상무는 15년간 한국 금융사 사업 전략과 업무혁신 컨설팅을 전문으로 해왔다. 그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라는 화두부터 꺼내며 “수신업무와 예대마진을 추구하던 전통 금융업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며 “게다가 새로운 IT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 간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 분야에선 보험업계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른바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도입 사업 추진이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한국 금융업계에선 교보생명, KB손해보험, AIA생명, ING생명, 라이나생명 등이 먼저 도입에 나섰다. 특히 비영업 부서 고객업무 분야에서 보험 계약서류 관리나 위험 관련 업무 등 단순 반복 작업이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시스템 도입 이전엔 1000명 정도의 보험 계약서류를 처리하려면 계약사항별로 분류해 고객 서명 등 기재 정보가 제대로 기재돼 있는지 직원이 직접 검토해야 해 수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RPA 도입 후 보험사 직원은 모두 정리된 계약서류만 최종 검토하는 작업만 하면 된다. 최 상무도 “RPA를 도입하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업무상 과실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처리 과정도 표준화할 수 있다”며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 보험업계 입장에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정부도 신기술 도입에 물꼬를 터줬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비대면 일임은 금융사가 오프라인(대면)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온라인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 덕분에 올해 보험업계는 가입자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RPA를 통해 인터넷으로 보험 가입이 한층 더 쉬워지고, 보험사 입장에선 신속하게 가입 및 보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사실상 RPA 도입 등을 비롯한 ‘디지털라이제이션’은 금융업계 입장에서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날 행사에선 최 상무 외에도 카드사·캐피털사 재직자를 포함해 총 3명의 연사가 금융 관련 최신 트렌드를 발표했다. ▶보험산업 디지털화 트렌드 ▶신용카드사 내·외부 환경 변화 ▶캐피털 비즈니스 산업 이해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그럼 이런 변화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변화를 실제로 좇을 장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성제 한국엡손 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한국엡손에선 고객을 대면하는 은행 창구와 같은 내부 영업장에서 실시간으로 환율 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초단초점 프로젝터, 휴대 가능한 프린터, 안전하게 고객 DB를 관리할 수 있는 복합기 등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각에선 종이를 없애자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트렌드가 복합기 자체를 밀어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아무리 클라우드 산업이 발달해도 보험 가입·변경·해약·보험계약대출 등 인적사항의 핵심 계약서류는 백업 차원에서라도 종이 문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한국엡손 측은 종이문서를 DB화하는 데도 문제없다고 했다. 김재호 한국엡손 과장은 “기존 가입 서류를 스캔해서 전자문서화해 DB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영업사원이 빨간펜이나 형광펜으로 표시한 지점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기입란도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한국엡손은 현장 영업장, 영업 지원 사무실로 나눠 금융업계에 필요한 각종 IT 솔루션 장비를 선보였다. 시부사와 야스오 한국엡손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보안, 비용절감, 편의성 등 기업 고객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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