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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37년 이강호 PMG 회장의 인성경영론 

사람이 전부다 

최영진 기자
‘직업이 CEO’란 별명을 가진 기업인이 있다. 기업 CEO만 37년째 하고 있다. 이 중 25년은 글로벌 펌프 기업 그런포스의 한국 대표로 일했다. 그가 CEO를 그만두고 택한 것은 인성 경영 전파다. 이강호 PMG 회장이다. 이 회장의 인성 경영론을 소개한다.

▎육사 출신으로 30대에 기업 CEO에 오른 이강호 회장. 그는 ‘사람 중심’의 인성 경영이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 가을, 30대 후반의 젊은 한국인 기업가가 덴마크 국제공항에 내렸다. 그의 목적지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400km 떨어진 소도시 비어링브로. 인구 1만 명도 채 안 되는 소도시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글로벌 펌프 기업 그런포스 그룹본부가 이곳에 있다. 맞다. 젊은 한국인 기업가의 목적지는 그런포스 그룹본부다. 그런포스에서 한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대표를 선발하는 데 250여 명이 몰렸다.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마지막 대표 후보 2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다. 면접이 시작되던 날 오전, 본사 인사담당자와 함께 그런포스 공장을 견학했다. 펌프 설계과정부터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 경영을 볼 수 있었다.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공장을 함께 둘러본 인사담당자는 면접을 앞두고 “우리 회사는 인성 검사를 실시한다.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인 기업가는 “물론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설문지를 받은 후 깜짝 놀랐다. 종이로 된 설문지는 한국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업인은 “1980년대 후반 덴마크의 한 시골에서 한국어로 된 인성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1989년 12월 합격 통보를 받고 그는 한국그런포스 초대 대표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포스는 60세 정년까지 CEO를 맡아달라는 22년 기간의 ‘종신 계약’을 제안했다. 그 계약대로 60세가 넘을 때까지 대표로 일했다. 다른 기업에서 대표를 맡았던 시기까지 합하면 CEO로 일하고 있는 시간만 37년이다. 그야말로 ‘직업이 CEO’인 셈이다. 2014년 한국그런포스를 퇴임 후 PMG(Predictive Management Group)라는 인성 검사와 인지 능력 분석을 통한 HR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이강호(66) 회장 이야기다.

인성 경영 출발점은 ‘자기 인식’


▎이 회장은 “인성 경영의 출발점은 자기 인식”이라며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알아야 팀워크가 생기고 리더십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PMG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성 경영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CEO를 포함해 임직원의 인성 검사를 실시하고 분석해주는 곳”이라며 “1989년 덴마크에서 인성 검사를 처음 받아본 후 한국 기업에도 접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퇴임 후 PMG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또 “인성 경영은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인성 경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성’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성품’과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다. 흔히 ‘인성=성품’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인성을 길러야 한다’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인성이 착하다’ 같은 식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이 회장이 말하는 기업의 ‘인성 경영’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을 분석하고 이 결과를 조직 관리에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성 경영은 임직원의 인성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게 아니다.

이 회장은 “인성은 유전과 학습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면서 “기업 구성원의 인성에 맞게 직무를 줘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인성에 맞지 않는 임무를 맡은 구성원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나중에는 터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수 싸이를 예로 들었다. “싸이에게 사무실에서 내근하는 일을 맡기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가 인성 경영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한국그런포스를 경영하면서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런포스는 매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성 검사를 실시한다. 이 결과를 임직원 직무에 반영한다. 이 회장도 마찬가지로 인성 검사를 경영에 도입해 큰 효과를 얻었다. 이 회장은 “인성 경영의 출발점은 자기 인식이다. 오너 경영자를 포함해 모든 기업 구성원이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알아야 팀 워크가 생기고 리더십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성 검사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크게 ‘인재 채용’ ‘인재 개발’ ‘변화 관리’ ‘성장 전략’에 필요하다. 심지어 후계 승계 계획을 수립할 때도 인성 검사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 회장은 “한국그런포스를 설립한 지 3~4개월 후 그런포스 그룹본부에서 ‘비밀문서’라는 도장이 찍힌 문서를 보냈다”면서 “후계자 계획(Successor Planning)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2~3명이 일하는 조그마한 회사였는데도 후계자 승계 계획을 짜라고 한 것”이라며 “매년 인성 검사를 하고, 각국 대표는 이 결과를 토대로 매년 승계 계획을 보고하는 것을 보고 글로벌 기업의 힘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인성 경영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 회장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는 “요즈음 뉴스를 보니 한국 기업은 오너 리스크가 큰데, 인성 검사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인성 경영을 잘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접을 예로 들었다. 그런포스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임직원 채용 단계에서부터 인성 검사를 한다. 면접관들도 인성 검사 결과 분석과 면접 교육을 받고 면접을 실시한다. 이 회장은 “한국 기업의 면접 임원을 만나보면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면접관이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인성 검사 같은 툴도 없으니 인재 채용 성공 확률이 6%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성 검사를 채택한 기업의 인재 채용 성공률은 50%를 넘어선다고.

한국 기업, 이제 인성 경영 도입 시작

이 회장은 한국 기업가에게 부족한 것 중 하나로 ‘경영철학’을 꼽았다. 한국그런포스 대표로 지내면서 국내외 기업가를 많이 만났기 때문에 직접 느낀 것이다. ‘기업 경영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기업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회장은 “이제 기업 경영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인성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정리되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기업가의 화두는 인성 경영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떤 인성을 가진 이가 CEO가 되어야 할까. 이 회장은 “시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성 검사를 해보면 창업가형 CEO인지, 수성형 CEO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성장 과정에 맞는 CEO가 있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포스가 매년 실시하는 인성 검사는 PI(Predictive Index)다. The Predictive Index라는 컨설팅 기업이 개발한 인성 검사 솔루션이다. 이 회장은 한국 기업에 인성 경영을 전파하기 위해서 PI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The Predictive Index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한 이유다.

이 기업은 195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미 육·공군의 행동특징 분석을 시작했다. 미군에서 효과를 입증한 후에 민간 기업으로 확대했다. 142개국에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어를 포함해 70개 이상의 언어로 검사가 이뤄진다. 이 회장은 “글로벌 500대 기업의 20%가 PI를 도입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인성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은 이제 도입 단계다”고 설명했다. PI 검사는 매년 200만 건 이상이 진행된다. 검사 결과는 분석 데이터로 사용되면서 과학적인 분석 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 20%가 PI 도입해 성과 올려

PI 테스트를 직접 경험해봤다. 테스트는 간단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검사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컴퓨터나 모바일에서 모두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검사지를 이메일로 받기 때문이다. 테스트는 검사지에 나와 있는 수십 개의 단어 중에서 일부분을 선택하는 게 전부다(PI 월드와이드가 개발한 고유한 인성 검사 솔루션으로 테스트 방법이나 테스트 유형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인성 검사를 마치면 개인개발 차트 등이 담겨 있는 6장의 결과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기자의 검사 결과 리포트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뭔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분석 내용을 들으면서 정확성에 놀랐다. 기자는 리포트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리포트를 꼼꼼하게 읽어보니 이 회장이 설명했던 분석 내용 중 일부분만 담겨 있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이 회장은 “검사 리포트에 나온 각종 차트와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라며 “PI 검사는 워크숍 교육을 통해 전문가 교육을 이수한 PI 분석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결과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PI 테스트가 한국 기업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을까. 이 회장은 “PI는 인종과 국가를 뛰어넘어 글로벌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시대가 변하면 인재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안해 과학적인 분석은 업데이트된다”고 답변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적인 특성만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성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PMG의 클라이언트도 늘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LS산전, 아주그룹, 한독, 오리온, 코스맥스, 노보텔 호텔 그룹, 동국제강, 아주그룹 등이 인성 검사를 도입했고, 계속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클라이언트가 몇 곳이나 되나?”라는 질문에 “매출이나 클라이언트 등을 모두 밝히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기업에서는 어떤 효과를 얻고 있나?”라는 질문에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팀워크 향상 및 생산성이 높아진다”면서 “한국 기업이 얻게 되는 효과를 수집하고 있는데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독특하게도 ‘서서 일하는 책상’ 사업도 펼치고 있다. 덴마크에서 직접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언뜻 PMG와 어울리지 않는 사업 아이템처럼 보인다. 이 회장은 “PMG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요즘 해외 기업에서는 서서 일하는 책상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한국 기업도 많이 도입했으면 한다”며 웃었다.

[박스기사] 이강호 회장이 말하는 4가지 인성 유형 - 이강호 회장은 “인성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유형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배성 : 주장이 강한지, 독립성이 강한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PI 검사 결과 지배성이 높게 나오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이고 경쟁심이 많은 인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배성이 낮다는 것은 겸손하고 협력적이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한다.

외향성(사교성) : 이 회장은 “PI 검사 결과 외향성이 낮으면 분석적이고 과묵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외향성이 높으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활발한 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인내성 : 일을 하는 데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아니냐를 살펴볼 수 있는 인성 유형이다. 인내성이 높게 나온 임직원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을 좋아하는 인성이라고 해석한다. 반복적인 일을 해도 지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인내성이 낮으면 속도감이 있고 열정적인 일을 좋아한다고 분석한다. 다만 인내성이 너무 낮으면 일을 너무 빠르게 처리하는 과속의 우려도 있다.

형식성 : 기업 내의 규칙을 따르느냐 아니면 자유를 추구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유형이다. 형식성이 높은 임직원이라면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고 규칙과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근면한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형식성이 낮은 임직원은 융통성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인성이라고 분석한다. 이 회장은 “형식성이 낮은 임직원에게는 창의적인 임무를 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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