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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킬리안 창립자 킬리안 헤네시 

“예술혼 깃든 향수가 진정한 명품” 

오승일 기자
프랑스 럭셔리 향수 브랜드 킬리안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방한한 킬리안 헤네시 창립자를 만나 한국 진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세계적인 코냑 브랜드 ‘헤네시’ 가문의 상속자이자 럭셔리 향수 브랜드 킬리안의 창립자인 킬리안 헤네시. / 사진:킬리안 제공
지난 5월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지하 1층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최고의 니치 퍼퓸 브랜드 킬리안이 아시아 최초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특히 킬리안을 탄생시킨 킬리안 헤네시 창립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매장을 열게 된 배경과 제품 특징을 소개했다.

킬리안 헤네시 창립자는 “킬리안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여겨지던 향수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라며 “진정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향수답게 킬리안의 모든 제품에는 다양한 스토리와 예술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매장을 한국에 오픈했다. 소감이 어떤가?

새로운 콘셉트의 단독 매장을 한국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게 돼 기쁘다. 전 세계에서 이런 디자인은 한국밖에 없다. 뉴욕, 파리, 런던 등지에 있는 기존 매장과 완전히 다른 콘셉트다. 미학적인 관점에선 아르데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객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디스커버리 바를 비롯해 목욕 제품이나 보디 제품, 홈데코 제품도 만날 수 있다. 선물용 상자를 한데 모은 패키징 공간도 새롭게 마련했다.

킬리안은 한마디로 어떤 브랜드인가?

‘후각의 소설’ 혹은 ‘소설의 후각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컬렉션이 곧 하나의 소설책인 셈이다. 컬렉션 아래에 론칭하는 각각의 제품을 하나의 챕터로 이해하면 쉽다. 각 챕터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예를 들어 ‘프롬 더스크 틸 던(From Dusk till Dawn)’은 구스타프 클림트를 기리는 컬렉션이다. 클림트는 비잔틴 시대의 아티스트다. 작품에 에나멜과 골드를 많이 사용했는데 컬렉션에도 이를 녹여냈다. 대표적인 제품이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와 ‘골드 나이트(Gold Knight)’다. 우먼 인 골드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인을 본뜬 제품이고, 골드 나이트는 ‘베토벤 프리즈’에 나오는 황금 갑옷을 입은 기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제품이다. 다음 제품 역시 클림트의 ‘키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중이다.

타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킬리안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진정한 명품으로서의 향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현재 향수 시장에서 우리만큼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우리의 모든 향수병에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커 대신 골드 명패가 붙어 있다. 명패에 새겨진 이름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골드 에나멜을 입힌 것이다. 케이스도 보석함으로 사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정교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제품 개발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향수가 가진 본래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향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향수는 아름다운 향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동시에 멋진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영화감독이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를 먼저 쓰는 것처럼 비슷한 과정으로 각각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주로 한 가지 핵심 성분을 기준으로 제품명을 만드는 대부분의 브랜드와 달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품명을 지었다. 각각의 향이 들려줄 진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모든 향수에 제목과 부제목을 넣었다.

‘소설의 후각화’ 추구하는 브랜드


▎킬리안 헤네시는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향수 전문가다.
세계적인 코냑 브랜드 ‘헤네시’ 가문의 상속자인 킬리안 헤네시는 가문의 전통과 명성을 잇기 위해 향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 킬리안은 신과 인간 사이의 공통된 언어를 찾던 중 향의 의미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다. 이후 루이비통 수석 조향사인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에게 10년간 사사한 킬리안은 크리스찬디올, 파코라반, 알렉산더맥퀸,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글로벌 향수 브랜드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향수 브랜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브랜드 론칭 이후 지난 10년간 킬리안이 내놓은 제품들은 독특한 감성과 우아한 기품을 뽐내며 최고의 명품 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업 대신 향수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사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다. 루마니아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초기에 로뎅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작품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중에 브랑쿠시는 위대한 나무가 되려면 위대한 나무 옆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했고 마침내 인정을 받게 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진정한 성장을 하기 위해 독립을 선택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에서 영감을 얻은 ‘우먼 인 골드’. / 사진:킬리안 제공
당신에게 향수는 어떤 의미인가?

브랑쿠시의 말을 다시 한번 빌리고 싶다. 그는 ‘예술작품은 거울과 같아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향수는 나에게 한 권의 자전적 소설이다. 향수와 인연을 맺은 지난 23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 향수는 제2의 피부다. 다시 말해 나를 지켜주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킬리안의 향수병 양옆에는 방패 모티브가 새겨져 있다. 힘든 세상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라는 의미다.

모든 제품에 궁극적으로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킬리안의 비전은 ‘Perfume as an Art’, 즉 ‘예술 그 이상의 향수’를 재현하는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여겨지던 향수의 위상을 되찾고 싶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인가?

킬리안이 한국에 소개된 지 올해로 3년째다. 그동안 10 꼬르소 꼬모와 분더샵 같은 편집숍에서만 판매되다가 지난해 말 신세계강남점과 갤러리아점에 입점했다. 그리고 이렇게 플래그십 매장까지 열게 됐다. 사실 전 세계 향수 시장에서 나 같은 향수 전문가가 직접 론칭한 브랜드는 별로 없다. 앞으로 각각의 제품이 지닌 독특한 콘셉트와 매력적인 스토리를 한국 고객들에게 열심히 알려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넘버1 향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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