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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보증금 ‘이것만은 알자’ 

 

곽종규 변호사
올해부터 상가건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현행 9%에서 5%로 낮아진다. 임차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임차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환산보증금 액수는 대폭 인상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현실화해 보호받는 임차인도 늘었다는 소리다. 또 뭐가 달라졌을까.

올해부터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 시 주의할 점이 더 늘었다. 2018년 1월 26일부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상가임차인 보호범위가 확대되고, 보증금 증액가능 범위도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법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낮춰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영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다. 상가를 임대하는 임대인 등의 입장에서도 법 개정으로 임대차계약 체결 시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기존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에 있어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 적용 범위는 환산보증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환산보증금액이란 임대차계약상 보증금액을 의미하는데 보증금 외에 월차임이 있는 경우에는 월차임에 100을 곱한 금액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의미한다. 즉,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의 임대차는 환산보증금액이 2억원이다. 이러한 환산보증금액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중 일부만 적용된다. 따라서 환산보증금 기준이 높아지면 법 적용 범위가 늘어 보호받는 임차인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개정으로 환산보증금액 기준이 높아져 상가임차인 보호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액 기준이 과거 4억원에서 6억1천만원까지 증액되었다. 2018년 1월 26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계약부터 증액된 환산보증금액 기준이 적용되어 그전에 체결되었던 임대차계약이 갱신 없이 종료되었다면 개정 전의 법을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액 증액으로 임차인 보호 범위가 확대되는지는 환산보증금액 초과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규정들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첫째, 임대차계약에서 많은 분쟁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본인의 보증금액이 환산보증금 범위 내라면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단독으로 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혼자서도 보증금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등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등기가 있는 경우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의 순위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건물을 인도받은 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임차인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에 대하여 보증금 반환소송을 통하여 임차건물에 대한 경매절차를 개시하고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상 환산보증금액이 법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어떠한가.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단독으로 임차권 등기명령신청을 할 수 없다.

둘째, 상가를 임대할 때 계약기간을 당사자끼리 협의해서 정하게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1년 미만의 계약에 대하여 임차인은 그 선택으로 1년 미만 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6개월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라도 임차인은 그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계약에 따른 6개월 계약기간을 주장하든 법에서 정하는 최단기간인 1년이라고 주장하든 둘 다 유효한 주장이 될 수 있다. 임대인은 어떠한가. 임대인은 임차인과 달리 1년 미만의 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6개월로 정한 계약을 1년 계약으로 주장하는 경우 계약기간이 임대인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1년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서는 이러한 최단기간 제한이 없다. 따라서 임대차기간을 6개월로 정하든 1년으로 정하든 정한 대로 유효한 기간이 된다.

셋째, 자동갱신은 어떠한가. 법상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하기 1개월 전부터 6개월 전 사이에 임대인이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계약이 만료된 때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본다. 계약이 자동갱신되면 임대인은 기존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1년간 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구속을 받는다. 그런데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계약에는 위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전에도 언제든지 갱신거절을 통지할 수 있다.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임대차가 자동갱신된 경우라도 임차인은 물론 임대인도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임대인이 통고한 경우에는 6개월, 임차인이 통고한 경우에는 1개월 후에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넷째, 또 다른 개정사항으로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인하되는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환산보증금액이 법 기준 범위 내인 경우를 보면,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의 조세, 그 밖의 부담 증가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된 때는 장래 차임이나 보증금을 증감할 수 있다. 규정상 감액도 가능하고 감액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증액을 청구하고자 할 경우에는 청구 당시의 차임이나 보증금의 5%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개정으로 과거 9%이던 비율을 5%로 낮추었고 5%까지만 차임이나 보증금 증액이 가능하게 되었다. 증액하더라도 증액 후 1년 내에는 재 증액이 불가능하고 이에 위반해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다.

그렇다면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계약의 경우는 어떠한가.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상가건물의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이나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여 차임과 보증금을 증액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환산보증금액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이거나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증금 증액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가건물을 이용하거나 보유하는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법 개정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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