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납이란 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납부하는 제도다. 최근 LG 후계자가 지분을 팔아 1조원의 상속세를 낸다는 얘기가 나오자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납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규제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예전 어느 식당 사장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손수 고기를 구워 주던 사장은 식당을 열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집안이 상당히 부유했지만, 부친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그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됐고, 막대한 상속세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세가 매겨진 재산 상당수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이었다.이에 그 사장은 물납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식당을 연 계기도 상속세를 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나 처음에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한국의 까다로운 물납요건을 성토했다.한편으로 물납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상속세를 현금으로 낼 수 있는데도 비상장주식 가치를 부풀려 내거나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선진국에서는 물납제도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 물납요건이 강화됐는데 이 같은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 같다. 비상장주식의 매각처분에 제한이 추가되고, 물납한도가 축소되는 등 물납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일부 개정돼 주의할 필요가 있다.상속세의 물납이란 뭘까. 금전이 아닌 현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조세채무 이행 시 금전납부 원칙에 대한 예외다. 이는 상속재산의 구성이 부동산 등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렵거나 그 시일이 오래 걸리는 자산으로 이루어진 경우, 납세자의 세금 납부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다. 과세권자의 조세징수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종전 상증세법(상속세및증여세법)과 비교하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기존에는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물납이 가능했으나 2015년 12월 개정으로 증여세가 물납대상 세목에서 제외됐다. 상속세의 경우에도 2016년 1월 1일 이후 물납신청분부터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이 상속세 납부세액보다 적은 경우에만 물납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강화됐다.물납된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매각하는 부분도 2018년 3월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제한 요건이 추가됐다. 종전에 비상장 물납증권을 매각처분시 물납자 본인이나 납세자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저가로 매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탈세로 악용될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전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규정된 국세물납증권의 처분제한 규정은 법률로 상향 규정됐다. 물납증권의 저가매수금지대상도 물납한 본인뿐 아니라 물납자의 특수관계인으로 확대되었다.요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물납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물납 허가요건이 모두 구비된 경우 세무서장은 물납을 허가해야 하는 기속을 받는다. 허가요건은 이렇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1/2을 초과할 것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것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할 것 ▶상속세과세표준 신고 기한이나 결정통지에 의한 납세고지서상의 납부기한까지 물납신청 할 것 ▶물납신청 한 재산의 관리·처분이 부적당하지 않을 것 ▶세무서장이 물납을 허가할 것 등이다.물납한도도 축소됐다. 2018년 4월 1일 이후 물납신청분부터는 물납을 청구할 수 있는 납부세액은 해당 상속재산인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가액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과 상속세 납부세액 중 현금화가 용이한 금융재산(금융부채 차감)과 상장주식 등 상장유가증권(처분제한주식 등 제외) 가액을 초과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종전에는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부동산과 유가증권가액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물납청구세액의 한도로 규정했으나, 최근 위와 같이 물납 한도가 줄었다.
“상장·비상장주식, 물납대상 아냐”한국 현행법에선 상장주식은 물론 비상장주식도 물납 대상에서 빠진다. 물납대상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는 국채, 공채, 주권 및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탁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집합투자증권, 종합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수익증권이 전부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법인 주식은 모두 제외된다는 뜻이다.물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불이익도 있다. 물납재산의 수납일까지 물납재산의 수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해당 물납허가는 그 효력을 상실한다. 상속세과세 표준신고와 함께 신청한 경우 미납부가산세, 납세고지서나 연부연납분에 대해 물납신청한 경우 납부기한 경과에 따른 가산금이 부과된다.환급받는 경우도 있다. 납세자가 상속세를 물납한 후 그 부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감액하는 경정결정에 의해 환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물납재산으로 환급함이 원칙이며, 국세환급가산금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그 물납재산이 매각되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등에는 국세환급금의 충당과 환급의 예에 따라 처리되며, 이 경우에는 국세환급가산금이 적용된다.물납재산으로 환급하는 경우 국가가 물납재산의 유지 또는 관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국가 부담으로 한다. 다만 국가가 물납재산에 대해 자본적 지출을 한 경우는 납세자가 부담한다. 물납재산으로 환급하는 경우 물납재산의 수납 이후 발생한 과실은 국가에 귀속된다.- 김지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