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다 

최영진 기자
전 세계가 스마트시티 정책을 주요 어젠다로 삼고 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3D 솔루션 글로벌 기업 다쏘시스템이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도시의 가상 플랫폼 개발에 가장 앞선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3D익스피리언스 포럼 2018’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버나드 샬레 회장이 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다쏘시스템 코리아 제공
7월 8일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의 샌즈엑스포 &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도시 정상회의(World Cites Summit 2018)’가 열렸다. 2년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스마트시티 관련 행사로 올해 6회를 맞이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도 전 세계 103개 도시의 관계자 및 전문가, 스마트시티 관련 참가자 등 50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9일 오전 9시에는 참석자 전원이 참여해 스마트시티에 대해 토론하는 ‘오프닝 플래너리(Opening Plenary)’가 열렸다. 싱가포르 부총리의 사회로 싱가포르 외교부 대사, 아랍에미리트 환경부 장관, 세계은행 CEO 등 아시아 국가의 고위관리가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이다. 세계스마트시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메인 콘퍼런스에 기업인이 초청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열풍이 불면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다쏘시스템이다. 다쏘시스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프랑스,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손잡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제 막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미 여러 나라와 손잡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샬례 회장을 만나 스마트시티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지난 5월 말 서울에 이어 7월 ‘세계 도시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났다.

가상 도시 플랫폼, 스마트시티의 시작

우선 스마트시티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2017년 3월 개정된 한국의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은 스마트시티를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건설, 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환경이나 교통 등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더하면 스마트시티의 뜻이 좀 더 명확해진다.

각국 정부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교통 혼잡, 치안,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스마트시티가 해결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특징이 있나?

예전에 진행된 스마트시트는 도시에 IoT 인프라를 까는 식이었다. 과거에는 기술이 중심이었지만 현재의 스마트시티는 사람이 살기 좋은 미래도시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스마트시티는 ‘IT 시티’가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실패하는데, 그 이유가 도시에 IT 기술만 도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시와 사람을 연결한다. 사람 중심의 스마트시티가 되려면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모습을 예측해야 한다.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만들려면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다쏘시스템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는 어떤 게 있나?

2014년부터 싱가포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서북부에 있는 렌시도 우리의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도입해 ‘버추얼 렌’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 빠당빠리아만시, 중국의 광저우시 등 여러 곳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다쏘시스템은 어떤 역할을 맡는가?

3D익스피리언스시티 솔루션을 이용해 가상 도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도시의 모든 데이터가 담겨 있는 가상 도시다. 이게 스마트시티의 시작이다. 가상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테스트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추얼 싱가포르’ 만족도 높아


▎샬레 회장이 다쏘시스템 창업자 세르지 다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창업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다쏘시스템 코리아 제공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 주도로 5년 동안 7300만 달러(약 830억원)를 투입해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이에 적용할 최신 기술 연구에 사용하게 된다. 다쏘시스템은 2015년부터 버추얼 싱가포르의 가상 플랫폼 제작에 참여해왔다. 현재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은 곧 전체 공무원에게 오픈될 예정이다. 현재 시범 테스트 중이다.

이 플랫폼에는 싱가포르의 모든 데이터가 입력된다. 학교 등을 포함한 건물, 사람과 차가 다니는 모든 도로 데이터가 담겨 있다. 전력 데이터, 교통정보, 땅값, 풍향, 나무, 인구, 차량 등 싱가포르를 움직이게 하는 모든 데이터도 담기게 된다. 심지어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 기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오차 범위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가 입력된다고 한다. 이런 생생한 데이터를 담기 위해 싱가포르 학생 1만 명이 센서가 부착된 목걸이를 차고 1주일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실제 도시에서 테스트하기 어려운 실험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도시 정상회의에서 본 버추얼 싱가포르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한 업체는 버추얼 싱가포르를 이용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부는 바람에 어떤 특징이 있고, 건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건물을 지을 때 바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한다. 기업들도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기업들도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 도시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난 싱가포르 과기부(Govtech) 관계자는 “버추얼 싱가포르는 일부 공무원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해본 공무원들은 만족하고 있다”면서 “버추얼 싱가포르를 이용하면 공무원들끼리 협업도 가능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가 전 세계 정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시티가 중요한 정부 정책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를 강조하는 이유는 도시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곧 세계 인구 6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편안한 삶을 제공하려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기술적인 발전도 스마트시티를 가능하게 했다. 우주항공 분야의 혁신 기술이 5년 전부터 도시공학에도 적용됐다. 덕분에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가능해졌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혁신을 상징하는가?

물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거와 다르게 새로운 플레이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 같은 것이다. 기존 자동차 완성업체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의 미래 산업도 더 나은 것에 그치지 않고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혁신을 하지 못하면 중국 같은 후발업체에 따라잡힐 것이다.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다쏘시스템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경쟁사가 어디인가?

스마트시티를 가능하게 하는 가상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경쟁사는 없다고 본다. 다쏘시스템은 1981년 설립된 이후 37년 동안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왔다. 1981년 론칭한 솔루션 카티아로 다쏘항공과 보잉사 등을 포함한 항공기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1위를 석권했다. 이후 선박, 자동차 등 산업의 각 분야에서 3D 솔루션 시장을 선점했다. 스마트시티 분야도 마찬가지다. 다쏘시스템의 노하우와 기술을 경쟁사가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버나드 샬레 회장은 세계 도시 정상회의 메인 콘퍼런스에서 다쏘시스템이 도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많은 도시가 IoT와 데이터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도시가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쏘시스템은 마치 비행기를 구현하는 것처럼 언젠가 도시를 정확하게 구현하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이해하는 일에 도전한다. 현재 다쏘시스템의 기술은 가상현실의 V(Virtual, 가상)와 R(Reality, 현실) 사이에 있는 거리를 0으로 만드는 데 거의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다쏘시스템이 집중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목표라고 강조한 것이다.

프랑스 벨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쏘시스템은 3D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리더다. 다쏘항공을 창업한 마르셀 다쏘의 아들 세르지 다쏘가 1981년 다쏘시스템을 창업했다. 당시 임직원은 15명. 다쏘항공 개발팀이 개발한 전투기 개발 소프트웨어를 다른 항공기 제조사에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다쏘시스템이 글로벌 시장에 알려진 것은 1995년 보잉이 다쏘시스템의 솔루션 ‘카티아’를 이용해 100% 디지털 방식으로 보잉 777 설계에 성공 하면서다. 1988년에는 자동차 3D 디자인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이후 조선과 제조, 에너지 등 7개 산업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다쏘시스템의 임직원은 1만3300여 명에 이르고, 140개 이상의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은 23억 유로(약 3조374억원)를 기록했고, 매년 매출 대비 3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1997년 설립됐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8호 (2018.07.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