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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챗봇] 정해진 답만 제공하는 수준 

 

최영진 기자
2016년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회의는 ‘챗봇’의 대중화를 알린 자리였다. 페이스북 메신저, 라인, 텔레그램, 위챗, 카카오 등 메신저 플랫폼은 챗봇을 적극적으로 껴안으면서 영토 확장 중이다.

사례 1 : ‘경기 결과’
‘KIA 경기 결과입니다’

카카오톡 메신저 창에 경기 결과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지난 1주일간 KIA 타이거즈의 경기 결과가 뜬다. 지난 8월 9일 롯데에 11:4로 패했고, 양현종 KIA 투수가 선발로 나오기로 했던 8월 10일 광주 경기는 취소된 것을 알 수 있다. 8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KIA가 6:8로 롯데에 패했다. 만일 KIA 타이거즈 팬이 지난 한 주의 경기 결과를 보려면 KIA 타이거즈의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열거나 네이버 웹사이트에 키워드를 입력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다 갑자기 프로야구 경기 결과가 알고 싶다면 ‘프로야구봇’이라는 챗봇(Chatbot)을 이용해 단어만 입력하면 된다. 프로야구봇에 표시된 ‘결과’, ‘일정’, ‘순위’ 등의 메뉴를 터치하면 관련 내용이 바로 카카오톡 창에 뜬다.

사례 2 :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세포라(Sephora)를 좋아한다면 미국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는 킥(kik) 메신저를 이용하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제품 구매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세포라는 킥메신저에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챗봇 창에 ‘안녕(Hi)’이라고 문자를 입력하면 ‘당신에게 메이크업 정보나 제품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에 관심이 있습니까?’라는 문자가 바로 뜬다. 파운데이션, 브러시, 립, 아이라이너 등의 제품명이 뜨고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세포라의 제품이나 이와 관련된 동영상 혹은 제품 이미지가 뜬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세포라의 온라인 쇼핑몰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챗봇 대중화 시작


▎카카오톡 주문하기 챗봇 화면(왼쪽). 킥 메신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류회사 H&M 챗봇 화면.
페이스북 메신저,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위챗 등 메신저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정보를 얻고 항공권을 구매하고, 피자나 커피도 주문할 수 있다. 주가를 확인할 수 있고 택시 예약도 가능하다. 심지어 결제도 할 수 있다. 세포라나 H&M 같은 뷰티 기업은 메신저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챗봇(chatbot)의 등장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챗봇이 뭘까.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의 줄임말로 로봇이 인간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메신저 챗봇에 질문이나 요구를 하면 이와 관련된 답변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챗봇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페이스북은 ‘F8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챗봇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챗봇으로 꽃배달을 요청하는 서비스를 시연했다.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AI 개발 도구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2015년 6월부터 다양한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봇 스토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5월부터 위챗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챗봇 ‘샤오빙’을 서비스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16년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모바일용이나 웹용 앱을 만드는 개발자도 이제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챗봇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챗봇은 거대한 사용자를 두고 있는 메신저라는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섰다. 그 뒤를 8억4000만 명의 사용자를 둔 위챗, 2억1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라인, 1억 명이 사용하는 텔레그램 등이 잇고 있다. 2017년 9월 현재 메신저의 월간 순수 사용자(MAU·Monthly Active User)만 56억 명으로 SNS와 이메일보다 많을 정도로 메신저가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챗봇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6년 글로벌 챗봇 시장 규모는 7억300만 달러(약 7913억원)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31억7000만 달러(약 3조56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고 보고서에서 설명했다.

한국의 챗봇 시장은 이제 발걸음을 떼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 기업에 비해 늦은 셈이다. 카카오톡은 챗봇을 제작할 수 있는 ‘카카오 i 오픈빌더’를 테스트 중이다. 카카오 i 오픈빌더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적용할 수 있는 챗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대형 파트너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챗봇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고, 내년 중에는 누구나 챗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카카오 i 오픈빌더를 완전히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월 300여 개 스마트스토어에 쇼핑 챗봇을 베타 오픈했다. 7월 말 현재 쇼핑 챗봇을 도입해 사용 중인 스토어는 2만2000여 곳이라고 밝혔다.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챗봇 답변


▎2016년 4월 페이스북이 개최한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마커스가 챗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챗봇은 크게 규칙 기반의 챗봇과 AI 기반의 챗봇으로 나뉜다. 규칙 기반의 챗봇은 미리 정해진 답변을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보여주는 것이다. 구축 비용이 적고 도입이 쉽다는 게 장점이지만, 사용자의 질문과 이에 맞는 답변을 항상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AI 기반의 챗봇은 딥러닝 기술이 있어야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챗봇을 활용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챗봇은 정부 부처에서 시작해 금융권과 이커머스 분야까지 다양한 곳에서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곳도 있지만 카카오뱅크, 농협, 우리은행, 하나은행처럼 자체 앱에서 챗봇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사용되는 곳은 많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


카카오뱅크는 자체 앱에서 상담 챗봇을 운영 중이다. 콜센터 업무 시간이 끝나도 챗봇이 고객의 요청에 답해준다. 문제는 사용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쓰는 일상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키워드를 추출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챗봇에 “입출금 통장을 몇 개나 만들 수 있나?”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입출금 통장 관련 메뉴만 뜬다. ‘2개를 만들 수 있다’ 혹은 ‘무한정으로 만들 수 있다’ 등의 답변을 하지 못한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낸 후에야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질문에 챗봇은 아직까지 정해진 답만 제공하고 있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는 “아직도 챗봇은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서 “자연어 처리 등의 AI 기술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자연어 처리를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챗봇이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른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챗봇이 사용자의 질문의 의미를 알고 키워드를 정확하게 뽑아내는 딥러닝 기술에 대답은 정해져 있는 식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챗봇에 대한 또 다른 오해 중 하나가 ‘챗봇은 텍스트 기반’이라는 것이다. 챗봇은 텍스트와 음성을 모두 이용한다.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텍스트와 음성을 모두 지원하는 챗봇도 늘어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시리 같은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가 대표적이다. 박정남 대표는 “기기가 음성을 인식한 후에 챗봇이 구동되는 방식은 텍스트 기반의 챗봇과 거의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얼마 전 스마트스피커 아마존 에코가 사용자의 대화를 녹음해 연락처 목록에 있는 사람에게 전송한 사건이 벌어졌다. 챗봇을 사용하는 이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면 사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챗봇이 고도화하려면 반드시 데이터가 충분하게 쌓여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현행 법률을 챗봇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모호하다”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 챗봇 환경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챗봇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커머스부터 금융권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챗봇을 도입하는 것은 시간에 관계없이 고객의 물음에 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개인 맞춤형 정보나 제품도 제공할 수 있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앱 위주의 모바일 생태계는 챗봇 플랫폼 안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챗봇의 자동화된 대화형 플랫폼이 현재 기업들이 제공하는 고객상담센터를 대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예측했다.

[박스기사]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 - “챗봇은 단순한 업무를 대행하는 도구”


▎사진:전민규 기자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는 트위터 사용자에게 유명한 인사다. 2009년 1월 트위터에 가입한 이후 트위터 초보자에게 사용법과 다양한 정보를 전달했다. 『START! 트위터와 미투데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런 활동에서 드러나듯 그는 디지털 전략과 캠페인 전문가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리앤장과 오길비 등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 미국 UC 버클리에서 마케팅을 공부했고, 이후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전략과 캠페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 7월 챗봇 개발 및 에이전시를 하는 ‘젠틀파이’를 창업했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공부하다 보니 챗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느꼈다”면서 “창업 당시 챗봇 관련 기업이 없어서 직접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젠틀파이는 어떤 일을 하는가?

챗봇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기업이나 정부 부처를 대신해 운영을 하는 역할을 한다. 챗봇은 항상 소비자의 사용 기록을 보면서 기능을 업데이트해줘야 한다.

창업 당시 기업들이 챗봇에 관심이 있었나?

나 말고는 다들 관심이 없었다.(웃음) 사람들과 챗봇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AI 같은 테크 없이 간단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지난해 2월 페이스북 메신저에 ‘날보’라는 챗봇을 선보였다. 챗봇이 뭔지 알려줄 수 있는 샘플이 필요했다.(날보는 ‘날씨를 알려주는 나무늘보’라는 뜻으로 날씨를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1시간 이내에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이다.)

기업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나?

물론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챗봇을 기업이나 제품을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챗봇을 이용해 재미있는 마케팅을 해볼까라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상담원을 대체하는 식으로 챗봇을 전문적인 업무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젠틀파이는 삼성, 아디다스, 폴크스바겐 같은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요즘 챗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어떤 곳인가?

처음에는 이커머스에서 많이 사용됐는데 제품을 많이 보는 데는 챗봇이 불편하다. 요즘은 콜센터를 운영하는 금융권이나 정부 부처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곳에서 챗봇을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챗봇은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도구다.

기업이 챗봇을 도입하면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나?

챗봇의 퍼포먼스는 아직 좋지 않다. 많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챗봇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사용자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고,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챗봇은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나?

지금까지 챗봇은 사람의 말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나은 답변을 할 것인지, 얼마나 개인에 맞는 추천을 해주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챗봇의 고도화도 가능해진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느냐보다 사람의 요구에 맞는 답변을 해주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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