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오피스(3)] 레고(LEGO) 

꿈을 현실로 만드는 상상의 공간 

박지현 기자
실내에 들어서면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커다란 나무와 공룡이 반긴다. 모두 작은 레고 블록들을 조립해 만들었다. 지난해 창립 85주년을 맞이해 문을 연 레고하우스 덴마크 본사는 동심을 일깨우는 체험 하우스다.

▎덴마크 빌룬트에 건립된 레고그룹 본사 레고하우스.. / 사진:Lego Group Monstrum 제공.
장난감으로 가득한 회사. 故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토이(1992)]는 장난감 회사를 둘러싼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극 중 창립자 아들(로빈 윌리엄스)이 회사를 나쁜 세력으로부터 지켜낸다는 줄거리다. 이 회사의 경영방침은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것’, 즉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 덕에 회사 분위기는 유쾌하다. 스트레스는커녕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일하고 집이 먼 사원에겐 1인 1룸을 제공하는 회사다. 장난감 회사의 근로자가 되고픈 욕망도 생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장난감 회사는 전쟁 무기를 만드는 내용으로 현실을 풍자하지만,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레고 그룹은 실제로 따뜻한 현실 왕국을 꾸려가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난감 업체 레고의 성공을 이끈 핵심 질문이다. 레고 그룹은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으로 접근해 차별적인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사실 레고 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저조했다. 매출은 350억 덴마크 크로네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영업 이익은 16%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은 휴대전화,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에 밀려난 장난감 업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부진한 성과에도 레고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전 세계 어린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장난감 업계에서 브랜드 가치는 지금도 세계 최고다. 브랜드 전문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는 지난해 레고 그룹의 가치가 75억7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2위 일본의 게임 및 완구회사 반다이 남코(10억3800달러)보다 약 7배나 높다.

건립 기간만 총 4년이 소요된 레고하우스(Lego House)도 여전한 위상을 보여준다. 레고 그룹 덴마크 본사 신사옥이자 체험 하우스다. 레고하우스는 ‘놀고 배우기 위한 마을’이란 개념으로 계획됐다. 건물 전체를 도시 공간으로 간주해 빌룬트 방문자들을 위한 공공 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다. 포브스코리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린 니센 레고하우스 커뮤니케이션 선임 매니저는 “레고하우스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시작됐다”며 “연령을 막론하고 전 세계 레고 팬들에게는 추억을 회상하는 박물관이자, 가장 즐거운 놀이 공간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레고하우스 지붕 테라스는 휴게공간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 사진:Lego Group Monstrum 제공.
아이디어는 레고 그룹 3대 회장인 켈 크리스티얀센(Kjeld KirkKristiansen)이 냈다. 처음엔 뉴욕, 런던, 싱가포르, 코펜하겐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세울 것도 고려했지만, 레고 회사의 본거지인 덴마크의 빌룬트(Billund)에 들어서게 됐다. 나무로 레고를 처음 만든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Kristiansen)의 목공소가 있던 곳이다.

레고하우스 설계는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구글 신사옥을 디자인한 덴마크 건축회사 비아케 잉겔스 그룹(BIG)이 맡았다. BIG은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유명하다. 특히 투명한 그린 루프로 뒤덮인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하게 하는 구글 신사옥의 디자인을 영국 헤더웍스튜디오와 공동 설계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BIG은 레고의 핵심 철학을 공간에 담고자 했다. 체계적인 레고 블록의 연립과 중첩, 모듈화된 지속적인 움직임을 동반한 3차원 마을을 적용했다. 외형부터 남다르다. 변신과 조립이 얼마든지 가능한 레고의 상징적인 특징을 살려 만들었다. 레고의 특징인 2×4 모형의 거대한 블록 21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플라스틱 레고 블록 더미는 구름을 형상화했다. 레고 색으로 이뤄진 지붕 테라스에도 레고 조형물로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총면적 1만2000㎡ 건물에는 총 2500만 개에 이르는 레고 블록이 사용됐다. 이곳엔 2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레고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꾸며놓은 그린 존.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레고하우스는 건물 전체가 아이디어가 넘치는 놀이 공간이다. 내부의 다이내믹한 구성은 조립형 장난감의 열리고 닫히는 신비로운 공간 체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레고하우스는 노랑(정서), 초록(사교력), 파랑(인지 능력), 빨강(창의력) 등 4가지 테마로 나뉜다. 나만의 레고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는 스토리랩(Story Lab), 코딩으로 레고 로봇을 작동해보는 로보랩(Robo Lab), 나만의 도시 건축과 꽃, 물고기들을 레고로 표현해보는 체험존 등을 갖추고 있다. 레고의 유산과도 같은 역대 연도별 200가지 주요 제품, 브릭 제조 기술과 성장 과정의 역사를 모아 놓은 역사박물관도 방문할 수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 약 25만 명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고하우스 체험존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사무실 공간으로도 확장했다. 바닥에는 레고의 기본 색상인 빨강, 초록, 파랑(RGB)을 비롯해 화려한 색들을 사용했다. 캐비닛과 선반 곳곳에는 레고 모형들이 있다. 직원 사무실에 있는 화분이나 장식, 그림 등이 모두 레고로 이뤄져 있다. 바닥에 버젓이 앉아 있는 큰 새부터 벽에 붙어 있는 레고 공사 직원 등 주변이 모두 레고로 가득 차 있다. 레고 직원 프로필은 각 직원의 캐릭터 맞춤형 미니 레고로 구성했다.

트린 니센 매니저는 “레고 그룹은 유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놀이가 하나의 직장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게 레고의 중요한 설립 목적이다. 그는 “우리는 직원들 내부 업무를 위해서도 체험존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미팅보다는 체험존이나 테라스를 걸으며 말하는 게 일상이다. 큰 규모로 진행되는 회의를 위해서 외부 공개 시간 이후에는 외부 테라스까지 직원들이 모두 사용한다.


▎레드존에는 폭포 모형을 재현했다.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레고하우스의 사무실 공간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쾌적하면서 유연한 공간’이다. 직원들의 좌석은 모두 오픈 형태로 배치됐다. 고정 작업 공간 외에도 유연 좌석제로 어느 공간에서든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사무실 한쪽은 빌룬트 올드 타운 광장 북쪽 전망으로, 일할 때 간접 채광이 들어올 수 있게 했고, 다른 한쪽에선 레고 광장이 보이도록 했다.

레고하우스는 장점도 많지만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트린 니센 레고하우스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신사옥으로 이전한 후 체험 하우스와 사무실의 기능 통합이 아직 적응 과제라고 했다. “아마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수납 공간을 실현하는 것일 겁니다. 항상 정돈된 사무실 공간을 위해 훈련을 받고 최선을 다하지만, 모두가 바쁠 땐 이마저도 쉽지 않거든요.” 일반인들의 공용 공간과 사무 공간을 한 건물에 놓다 보니 과거 사무실만 독립되었던 것과 달리 어질러지고 혼잡해지기 쉽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원래 레고는 바닥에 흐트려놓은 채 조립해야 재미가 있는 법이다.


▎체험 하우스 갤러리는 모든 조형물을 레고로 만들어 일반인들이 레고를 추억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구성했다.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레고하우스 건물 밖에 있는 의자도 레고 블록을 쌓아올린 모양이다.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나무 모형도 레고 블록으로 만들었다.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레고 오피스는 대부분의 장식이 레고로 돼 있다. 레고 모스코 오피스. / 사진:Lego Group, iwan Office Snapshot 제공.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9호 (2018.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