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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문 열린다 

 

최영진 기자
한국 정부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기업들은 스마트시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16일 서울 상암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정부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을 공개했다. 한 관계자가 행사장에 마련된 부산 스마트 에코델타시티 부스에서 가상공간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데이터가 주치의에게 자동으로 전송된다. 나의 건강상태를 바로 체크할 수 있다. 출근할 때는 공유형 자율주행차를 이용한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도움으로 가장 빠른 길로 출근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로 거래도 할 수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은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공학과)가 본지에 설명한 스마트시티의 모습이다.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유차량이나 원격진료 등은 현재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런 상상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핵심 정책인 스마트시티는 규제 프리존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마트시티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보여줄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성공한 비즈니스는 해외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Research and Market은 2020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마트시티 추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핵심 선도사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1월 29일 세종시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두 곳이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곳은 융복합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7월 16일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서울 상암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세종 5-1 생활권은 공유 자동차 기반 도시를 청사진으로 내세웠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스마트시티 테크 샌드박스(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해 규제가 거의 없도록 할 계획이다. 세종시 마스터플래너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모호하게 느껴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시민이 느낄 수 있도록 시민체감형 서비스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도시 플랫폼 통해 기업 비즈니스 모델 마련


한국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일정표는 이렇다. 올해 안에 가상 도시 플랫폼을 오픈한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착공해 2021년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대략적인 계획이다.

올해 안에 오픈한다는 가상 도시 플랫폼은 ‘버추얼 싱가포르’ 같은 3D 가상 도시 플랫폼을 말한다. 가상 도시 플랫폼을 오픈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있을까. 현재까지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9일 세종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플랫폼’을 공동 연구하고 2022년에 완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버추얼 싱가포르와 같은 가상 도시 플랫폼을 말한다. 가상 도시 플랫폼 건설에는 2022년까지 1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는 가상 도시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면서 “가상 도시 플랫폼 관련한 공모가 이뤄질 텐데,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가상 도시 플랫폼을 개발한 후 이곳에서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해외에 수출하는 게 스마트시티 특위의 계획이다.

가상 도시 플랫폼이 화두가 되는 이유가 있다. 국내에서 시도되는 스마트시티 두 곳은 현재 터 닦기가 진행 중이다. 스마트시티 부지에 아무것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 가상 도시 플랫폼을 오픈해야만 스마트시티의 다양한 모습을 시뮬레이션해보고, 구체화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특위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플랫폼을 오픈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공공 IT 사업 참여가 제한됐지만,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해 다양한 연구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이 플랫폼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시티는 교통, 에너지, 안전,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스마트 솔루션이 집적될 예정이다. 기업들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가상 도시 플랫폼이 오픈되면 이를 시민들에게도 오픈할 계획이다. 마치 게임 유저가 ‘심시티’라는 게임을 이용해 가상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처럼, 가상 도시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김갑성 위원장은 “스마트시티의 기본 철학은 기술보다는 시민들의 참여”라며 “미래의 도시를 시민이 제안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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